이번 편은 태국여자 T가
대한민국의 명절 기간인 추석에
와서 있었던 이야기의 에필로그야.
T를 보러 태국에 갔다 온 이후로
나는 다시 일을 하며 하루하루
한국에서의 평범한 일상을 이어나갔어.
학교에서 수업도 하고,
틈틈히 임용고시 공부를 하며
밴드 녹음도 마무리 되어
공연도 했어.
![공연](https://t1.daumcdn.net/cfile/tistory/9980E133598A93F20C)
중간에 드럼이 '퍽' 소리를 내며 구멍이 뚫려버렸지만,
그래도 성공적인 공연이었던 듯 싶다.
뭐 요롬코롬 잘 지내면서
T랑도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전화했지.
"T, 나 추석기간 동안에 출근 안 해~"
"추석이 뭔데?"
"한국의 그레이트 홀리데이야.
너 올 수 있으면 와라!
한국에서 태국가는 건 사람들이 몰려서 많이 비싸도
태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건 상관 없을 거야."
"그래?! 오케이 알았어.
상사한테 물어보고 일정 한번 맞춰볼게!
근데, 너 가족들이랑 같이 안보내도 돼?"
"괜찮아, 우리 친가는 돈 문제로 개박살나서
형제들끼리 서로 안봐~
그건 그렇고, 너가 온다면
나도 성의를 보여야하니까,
숙소는 내가 해결할게!"
"콜"
T가 한국에 와서 다시 재밌게 놀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들떴고 하루하루 추석을 손꼽아 기다렸어.
그리고는 추석 기간에 서울은 텅텅 비니까
어디 놀러가기도 편할거고,
아마 방 값도 저렴할 거라는 생각을 했지.
근데 왠 걸?! 더 비싸잖아?
아무리 모텔을 싸게 장기로 쇼부쳐봐도
하루에 5만원을 불렀어.
8박9일의 여행일정인데
방 값만 40만원 나가서
그냥 원래대로 반반 내자고 하려다가
좋은 묘안이 떠올랐어.
나의 한국친구 B가 노량진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그 녀석이 시험을 다 끝내고 방을 뺐다고 들었어.
그래서 바로 전화해봤지.
"B야, 너 방 계약기간 아직 남았냐?"
"응, 10월 초까지 계약기간인데?"
"나 거기서 열흘 만 살아도 됨?"
"그래도 되는데, 나 짐 싹 다 빼서
거기에 아무것도 없어"
"괜찮아, 괜찮아, 일단은 너네 집 좀 빌리자
밥 한 번 살게!!! 고맙다"
다행이었어.
40만원이 0원이 되는 순간이었지.
물론, 반지하 원룸이지만 괜찮아.
한 번 가봤는데 몇 일 머무르기엔 부족함이 없었어.
'근데, 방에 아무것도 없다고 하는데 어쩌지?'
나는 곰곰히 생각했어.
이불도 없을 테고, 식기류도 없을 거고...
사기엔 비싸고 아깝고...
어쩐다...?
내 두뇌는 빠르게 회전했고,
나는 해결책을 찾았어.
답은 '용달'이었어.
나는 바로 용달업체에 전화해서
가장 작은 소형차인 다마스가 의정부에서 노량진까지
배달하는데 얼마냐고 물어봤지.
편도 4만원이래!!
그렇다면 T가 간 후 짐을 다시 빼야하니까
왕복 8만원돈으로 9일을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거임.
40-8=32 즉, 32만원의 이득을 취할 수가 있는 것이지.
'이불은 집에서 가져가고,
후라이팬 같은 것도 챙기자
그리고 컴퓨터도 가져가야지'
나는 저렴한 가격으로
최대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은 기쁨에 들떴어.
게다가, 노량진은 서울의 중심부라
강남, 이태원, 홍대, 신촌과 같은
핫 플레이스를 가기에도 수유보다 훨씬 가까워서
모든게 완벽하다고 생각되었어.
거기에다가 스쿠터까지 내가 끌고 간다면??
추석이라 서울 시내에 차도 없고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간편하게 슝슝 갈 수 있으니 금상첨화!!
나는 하나, 둘씩 준비를 하며 T가 올 날을 손꼽아 기다렸어.
그런데, 문제가 하나 터졌어.
T가 내 삔뚜를 상하게 한 거야.
어느 날과 다르지 않게 T와 전화를 하고 있었지.
"J, 나 남이섬 가보고 싶어"
"아 그래? 무척 아름다운 곳이지.
근데 아름다운 남이섬 가기 전에
관광지이자 한국의 우울한 역사를 알 수 있는
서대문 형무소에 갔다가 가는게 어떨까?
"싫어~ 무서워.
그리고 그런 역사를 왜?
어차피 오래 지났고, 한국 잘 살잖아?
그냥 잊어버려"
"뭐? 그게 할 말이야?
내가 한국이 일본 식민지였다고
몇 번이나 말했었는데?
우리 할머니가 그 때 살았었고,
그거에 대해 지금도
눈물을 흘리시는데 어떻게 잊어 그걸.
우리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징집되는 꿈꾸면
자다가 소리지르고 그랬는데?
그걸 잊으라고 하면 잊을 수 있어?"
"아니 오해야.. 그런 뜻으로 말한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자기네 역사 아니라고 막 던졌구만
너네 집에 모르는 사람이 무단침입해서
칼로 위협하고 집안 물건 다 가져가면서
너네 가족 강간해도 나중되면 잊을 수 있어?"
"그런 말 한게 아니라니까!!"
"닥쳐!!! 안 가!!"
한국을 좋아하진 않지만,
할머니가 살았던 그 시대를 어려서부터
듣고 자라왔던 터라 욱해버렸어.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사실상 외국인이 남의 역사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어.
아무리 들어도 겪은 일만 하겠나
하물며, 지배도 안 받아본 태국 애가
이런 슬픔을 이해 할 리 없지.
몇 날 몇 일을 T에게 꽁해있다가
결단을 내렸어.
"아무리 생각해도 안되겠어.
너 우리나라 역사 공부 먼저하고 가자.
안 그러면 안 가.
우리는 서대문 형무소 먼저 갈거고
거기 고문하는 관이 있어.
거기 안에 들어가서 5분 있다 나오면
남이섬 같이 가고 아니면 안 간다.
거기서 우리 민족의
얼룩진 피와 고통을 느껴보렴."
그리고 여기 갔다가 가면
남이섬이 더 천국같이
이뻐보이는 효과를 느낄 수 있을 거야.
본 편에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