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쓸 이야기는

태국 여친의 대학 동창들을

만나서 밥 먹은 이야기야.


개인적 생각으로

대부분의 태국여자는 한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 남친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항상 시덥잖은 자리에까지

나를 데리고 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꼭 보여주려고 해.


매 번 나는 그러는게 원숭이가 된 것 같아서 

불편하다고 거절을 했지만, 

이번만큼은 동창들을 만나는 거니

여자친구 기를 세워주려고 간다고 했지.


직업없는 한국인이라도

단지,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태국에서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면 그 정도 못해주겠냐 싶었어.


T와 동창들은 시암에 있는 

유명한 스끼야끼 무한리필 레스토랑인

모모 파라다이스라는 식당 앞에서 만나기로 했어.


스끼야끼 일본에 가서 처음 먹어봤는데

엄청나게 맛있는 음식으로 기억되어서

일본기업이 많이 즐비한 태국에서

먹는다면 비슷할거라고 생각을 하며

군침을 흘렸지.



동창들은 예상대로 아무도 도착해있지 않아서

웨이팅 신청을 먼저 한 후

그들을 기다리며 셀카 삼매경에 빠졌어.


한 참을 찰칵거리면서

놀고 있는데 내 카메라 화면에

이상한 생명체가 꼽사리를 끼더니

포즈를 잡더라고?


지나가는 미친 사람이다 싶어서

무시하고 자연스럽게 버튼을 눌렀지.

근데, 알고보니 T의 동창이었어.


처음 온 두 친구는

T와 반갑게 인사하고

나도 최대한 젠틀한 척 똥연기를 하며

인사를 나눴어.


오른 쪽 애는 싱가폴 쪽 항공 스튜디어스고

왼 쪽 애는 대학생 때 모델 활동했었다나?

그 정도는 전혀 아닌데...?


그리고 난 처음에 얘가 남자인 줄 알았어.

수염이 남자처럼 있길래...;;

모델했다면서 수염은 왜 안 뽑는거지?


내가 광고주면 바로 

질레트 면도기 모델로 발탁한다.


T는 돈을 꺼내더니

수염친구에게 건네더라고.

알고보니 수염친구의 선글라스를

중고로 사는 거였어.


레이밴이던데

태국에서 엄청 유명하고

누구나 가지고 싶어하는 필수 아이템인듯.


T는 선글라스를 돈을 건네기 전에

선글라스를 특히 꼼꼼히 살펴봤어.

특히, 렌즈 부분의 레이밴 상표의 상태를...

아직도 안 뗀게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T를 보면서 태국 애들 진짜 보면 볼수록

허영심이 가득한 것 같아.

T도 그걸 떼긴 커녕 오히려

렌즈 알에 붙은 레이밴 스티커를 

일부로 보여주면서 다니더라고...

눈 앞이 보이긴 할까?


진짜배기들은 메이커를

보일 듯 말 듯하게 신경도 안 쓰고 다니는데

이건 뭐, 나 레이밴 선글라스 꼈다고

자랑하고 다니는 격이니 내가 민망할 정도야.


그렇게 선글라스를 구입하고

T는 수염친구와 특히 친하던지

나에게 수염친구에 대해서 

이것저것 말하며 소개해줬어.


"J, 내 친구 가슴 크지?"


"그래? 잘 모르겠는데?"


"내 친구 대학교 때 모델도 했어~"


"전혀 믿기지 않지만, 놀랍군...

매우 놀라워!"


"잘 봐바!"


"어때?! 크지?"


"컥... 음... 잘 모르겠는데?

나도 한 번 만져봐..야.. 

알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짖궂은 장난을 쳐도

수염친구는 그냥 웃으면서 잘 받아주더라.

수염은 났지만, 매우 착한 친구인 듯.


이윽고, 속속들이 다른 친구들이

오기 시작했어.

특히나 눈에 띄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는 여성 동창모임에 온 유일한 남자였어.



그래, 그는 순도100% 리얼 게이였지.

이 순간이 게이와의 공식적인 첫 만남이었어.

난 무척 떨리고 흥분되었지.

내 눈 앞에 진짜 게이가 있다니!

드디어 내 목표 중 하나인 게이와 친구가 되기를

실천 할 수 있는건가?


그리고 많은 의문이 들었어.

게이의 행동은 어떠할까?

게이는 정말 자기 몸을 잘 꾸밀까?

게이의 손은 부드러울까?

그래서 식당 안으로 들어가서 하나하나 면밀히

관찰하고자 했지.


우리는 스끼야끼 무한리필을 주문했어.

가격은 인당 300바트 정도?

우리나라 돈으로 10,000원이야.

하지만 퀄리티는?



우리나라에서 만원에 먹을 수 없는 퀄리티!!

이 후로 나는 모모 파라다이스를 사랑하게 되었지.

센트럴 라마9에도 있으니 님들도 갈 기회 있으면

로컬음식 먹다가 지치면 몸 보양하러 한 번씩 가보셈.


나는 먹으면서 그 게이친구의 

행동을 하나하나 분석했어.

게이에도 많은 유형이 있지만

그 친구는 아주 여성스러운 유형이었어.


몸은 남자지만, 행동이나 정신은 

여성스럽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거겠지?

무엇보다 손이 너무 곱더라고

'섬섬옥수'라는 표현은 그 친구를 위해 존재하는 듯.


내가 그 친구를 지켜보던 걸 

눈치채던 친구들은 나에게 게이를 좋아하냐고 물었고, 

나는 그 친구가 내가 아는 첫 번째 게이여서

관심이 많다고 하니까 게이친구는 

엄청 좋아하는 표정으로 말하더라.


"너 T랑 깨지면, 나한테 와도 돼!"


"오?! 진짜? 너가 바텀이지?"


"당연하지!"


"오케이, 그러면, 헤어질 때 연락드림.

그 전에 손 한번 만져봐도 돼?

너 손이 엄청 곱다!"


게이친구는 흔쾌히 허락했고,

나는 그 녀석의 손을 쓰다듬을 수 있었지.

그 녀석의 손은 핸드크림으로 관리된

고품격의 손이었어.


어쩜 그리 손이 고울 수가 있는지

내가 감탄을 하자

친구들은 T에게 게이친구한테 

남친 뺏기겠다고 놀려댔지.


T의 친구들은 대부분 다 영어를 잘하더라.

명문 대학교라 그런지 몰라도

작년에 고등학교 동창들 만났을 때와는

확연히 차이가 느껴지더라고.


T는 언제나 이런 자리에 나를 데리고 갈 때면

자꾸 태국어를 시켜.

"너 자기소개 하는 법 태국어로 배웠잖아.

빨리 말해봐" 

라면서

날 어른들 앞에 7살의 애기로 만들어.


난 이게 정말 비참하고 치욕적으로 느껴져.

더듬더듬 거리면서 겨우겨우 말하는데

T는 마치 부모님처럼 

"그거 아니었잖아, 다시! 다시!"

이러고 있어.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능욕 당하는 기분이야.


T가 그런 상황만 안 만들어도

난 더 태국어를 자신감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나중에 실제로 T를 보지 않았을 때

태국어 실력이 더 많이 늘었어.


내가 정말 원해서 하는 거랑

누가 시켜서 하는 거랑 

정말 차이가 많이 나니까.


그래도 이 친구들은 비웃지 않고

좋게 봐주더라. 굉장하다고 하면서.

그러니까 원숭이가 된 듯한 기분은 조금 가셨어.

대부분의 친구들은 한국인을 만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해했고, 

그거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어.


T는 그런 질문을 들으며 

뿌듯한 표정을 숨길 수가 없더라.

'뭐, 별 거 아냐~'라는 표정으로

웃음 짓는게 짜증나서

제발 나 가지고 주변 사람들 앞에서

 sex and the city

찍지 말라고 했지.


여튼간,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한국인을 만나는 방법은 딱히 떠오르지 않아

그냥 스크래치 독 클럽에 가라고 함.

거기 한국인 짱짱 많은 건 사실이잖아?

굳굳, 고민해결!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왔어.

T와 나는 갈 곳이 있었기 때문에

먼저 인사를 하고 갔어.


갈 곳은?

T와 약속한 돈므앙에 있는

T의 본가였어.

가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야했지.


가기 전에 시암 쇼핑몰 아래층에 위치한

식료품 코너를 들렀어.


"한국인은 다른 사람의 집에 방문 할 때,

과일이나 주스를 들고가.

그게 손님으로써 매너야."


T는 당연하다는 듯이 반응했고,

그 반응이 짜증나기도 하고

돈도 없어서 제일 저렴하고 있어보이는

200바트(6,600원)짜리 과일 박스를 샀지.


선물을 사고, 우리는 T의 본가로 출발했어.

저녁 트래픽 시간이 되어 요금이 오르기 전에

우리는 서둘러서 그랩택시를 불러서 탔지.


달리고, 달려서 우리는 돈무앙 공항 옆 쪽

마을에 도착했는데, 

정갈한 빌라 촌이더라고?


T의 집은 그런 빌라 촌에 있는 빌라 중 하나였어.

엄청 으리으리 하지는 않지만,

작지도 않은 규모의 빌라.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두 대의 자동차였어.

두 대 다 엄청 좋은 차는 아니지만,

태국에서 자동차를 사려면

우리나라의 두 배 가격이라고 이라니까

잘 사는 축에 속하겠지?


안으로 들어가자 T의 부모님이 반갑게 맞아주더라고.

T를 따라 집구경을 할 수 있었는데

집은 생각보다 꽤 컸고, 2층으로 되어있었어.

대충 둘러보고 마루로 오니, 

T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카드게임을 하고 계시더라.


그러더니 T와 나도 무조건 참가할 것을 권했어.

놓여져있는 돈을 보고 나는 생각했지.

'음... 나 도박 굉장히 싫어하는데?

그래도 분위기 안 깨려면 해야겠지?

적당히 잃어주고 일어나자'


T와 내가 앉자 T의 어머니는 눈을 번뜩였고,

벌떡 일어나 집 안의 모든 창문을 닫고

커텐을 쳐서 집 안이 보이지 않도록 했어.


'뭐여. 이거... 전문 사기단 아니야?!

나 외국인이라고 벗겨먹는 것 같은데'

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지.

어머니는 내가 이상하게 쳐다보자

애써 설명하시더라고.


태국지폐에는 국왕 얼굴이 있어서

이걸로 도박을 하는 것은

국왕을 모욕하는 행위라 경찰이 와서 잡아간다고

재미삼아 하는 것도 커튼치고 몰래해야한다고 하더라.


게임의 룰은 내가 처음 겪는 이상한 룰이었어.

나는 적응을 할 수 없어서

T에게 그냥 내 패를 보여주고 도와달라고 했지.

그래서 내 패를 대신 내주며 두 번 따더니

5번 정도 연속으로 지더라고.


T의 부모님을 상대로 이겨서 돈을 따가는 것도 웃기지만

져서 내 돈을 왕창 잃는 것도 짜증나더라.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원하지도 않는 도박을 하며

내 돈을 이렇게 날려야 하지?'


판 수가 적어 엄청 많이 잃지는 않았지만,

가족 사기단이라는 의심도 들었고,

계속 해봤자 더 큰 손해만 볼 뿐이라고 생각해서

나는 이제 그만하겠다고 말하고

옆에서 룰이나 익히겠다고 말했어.


그렇게 두 시간 쯤 지났을까?

나는 슬슬 지치기 시작했어.

T의 친구들부터 부모님 앞에서까지 

계속 젠틀한 척 하려니까 오장육부가 뒤틀리더라고...


내가 피곤해하는게 보였는지

T의 어머니는 올라가서 

남동생 방이나 T의 방에서 자고 있으라고 했고

오늘은 집에 가지말고 자고 가라고 했어.


그 말을 듣고 나는 경악했지.

이 똥연기를 내일 점심 때까지 하라고?!

T는 두 시간만 있다가 간다는

애초의 약속따윈 가볍게 무시해버리고

어머니 옆에서 자고 가라고 맞장구를 치더라...


'절대 그럴 수 없다.

행복해지기 위해 방콕에 왔는데

이건 내 행복이 아니야.

왜 내가 고통을 받아야하는가'


나는 생각을 한 후 신중하게 대답했지.


"어머님, 죄송하지만, 저는 돌아가봐야 합니다.

오늘 원래 선약이 있었거든요.

오늘 와서 무척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올 때는 더 있다 가겠습니다!!"


그리고 인사를 드리고 나오자

T는 따라나오며 화가 난 표정으로

뭐라고 했어.


"꼭 그랬어야 했어?

자는 건 아니더라도 모처럼 왔는데 

조금 더 있다 갈 수 있잖아"


"애초에 난 얘기했잖아.

두 시간만 있겠다고.

근데 왜 말이 바껴?

아까 너도 자고 가라고 맞장구 치더라?

이거 내가 잘 못 한거야?


난 사행성 게임 굉장히 싫어해서

하기도 싫었는데?

이렇게 논다고 했으면 애초부터 안왔을 거야."


나는 말하다보니 꽤 화가 났어.

그래서 먼저 혼자 휙 갔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모르겠더라고...

트래픽 시간이라 우버나 그랩택시는

말도 안되게 비싸고...


뒤를 보니 

'니가 잘 찾아갈 수 있나보자'

라는 표정으로

T가 천천히 따라오더라고.


그거 보니 진짜 토 할 정도로

역겹게 느껴져서

어떻게든 집으로 가려고

구글지도 검색하고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일반 버스 정류장에 찾아갔고

집 쪽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어.


T도 따라 탔는데,

우린 가는 내내 아무 말도 없었어.


이윽고, 내가 아는 동네가 보이자 

내려서 택시타고 가려고 하는데 

T는 잘못한 것 없다는 표정으로

"그냥 갈거냐?"

라고 묻더라?

딱봐도 사과 할 마음 없는 것 같아서

그냥 무시한 채 집으로 돌아왔어.


이 때 T에게 크게 실망했지.

이 후로 T에게 몇 일동안 

연락 안 했어.


아무래도 T의 친구들 앞에서 

한국인 남친 있다고 자랑하는 용도로 날 썼던 거랑

부모님 앞에서 약속 싹 무시하는 모습이 

겹쳐서 큰 실망을 한 것 같아.



평생 살기엔 무리가 있고,

정서도 안 맞는구나를 

이 때 뼈저리게 느꼈음.


태국인이 이런 경향이 있다해도

얘가 유독 더 심한 것 같아.

님들도 태국 연인이랑 

이런 문제로 싸운 적 있다면

공감 할 수 있을 듯.


오늘은 여기까지 쓸게.

담 편에서 보자!


전 편에 이어서 오늘은 

T와 T의 친구를 만나러 간 이야기야. 



그 대학교수라는 놈과의 약속이 파토나고

나는 약 기운에 헤롱거리는 몸을 이끌고 

BTS 아리역으로 가야만 했어.


택시를 불렀지만,

언제나처럼 택시기사는 우리 집을 못 찾아서

한 참을 헤매다 나에게 전화를 걸지.

그러면, 난 후다닥 아래층으로 달려가

세이프 가드에게 전화를 바꿔줘.

그러면 알아서 설명해줌.


님들도 혹시 콘도 빌리거나 할 때

택시기사가 길 못 찾으면

세이프 가드 아저씨한테 전화 바꿔주셈.

물론, 나 보다 복잡한 위치에 

사는 사람은 없겠지만...


우열곡절 끝에 나는 택시를 탔고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 할 수 있었어.


T를 기다리면서 한 컷 찍어봤어.

이렇게 셀카를 찍으면서 기다리니까

T가 어느 새 내 옆에 와서 서있더라.


T는 몇 일 전부터 자기 친구인

메이와 함께 저녁먹자고 했기 때문에

오늘은 그 녀석과 같이 밥을 먹기로 했어.


다들 기억하려나 모르겠지만,

추석 때 T의 친구로 한 번 소개한 적이 있어.

상당히 유쾌한 녀석임.

그리고 은근히 배려심도 있고.


파티에 가서 T가 나 혼자 외톨이 만들었을 때

유일하게 말 몇 번 걸어준 녀석이야.

그리고 태국어도 가르쳐줬는데

'텅 래우'라는 걸 T의 부모님 앞에서

말하면 좋다고 10번 정도 원어민 발음으로 연습시켰어.


그래서 텅 래우 텅 래우 외치고 다녔는데

그게 임신이라는 뜻이었어.

개 놈 시키.

그것도 모르고 T의 부모님 앞에서

임신 임신 이러고 다녔네.


그래서 이 녀석 만나면

"발씨놈 캅

해줘야겠다고 꼭 다짐했었지.



우리는 음식점에 들어가 메이를 기다리기로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이는 도착했어.

저 푸근한 인상 속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이 날은 메이가 T에게 떠레~ 라고 하면서

자꾸 나한테 떠레~ 떠레~ 해보라고 하는 거야.


무슨 뜻인지 설명을 안해줘서 궁금했어.

일단은 욕 같으니까 메모해서 외워났지.

외국어 배울 때 욕 먼저 배우는게 개꿀잼임. 

T가 그런거 배우지 말라고 하길래

악착같이 외워놈.


그러다가 얼마 전에 인터넷으로

태국 욕 찾아보다가

떠레라는 걸 발견했어!


'돈에 환장한 허영심 많은 년'

이라는 욕이던데?


절친이라 그런지 아주 적합한 욕을 쓰더군.

요즘 들어, 나는 뼈 빠지게 일하는데

자꾸 한국 악세사리 보내는 걸 보아서

꼭 외워야하는 필수단어라고 생각함.


우리가 갔던 레스토랑은

아리 역 옆에 있는 펑키빌라에 위치한

본촌치킨이라는 곳이야.


한국의 교촌치킨의 짝퉁 버전이지.

가격이 무척 창렬한데,

인기는 많아.

아리지역이 나름 부자동네라 

갈 수 있는 사람이 많나봐.




우리는 간장 맛 닭다리 세트와 순두부 찌게를 시켰어.

신기하게 치킨 집에서 별걸 다 팔더라고?

찌게도 팔고, 떡볶이도 팔고

한식이란 한식은 다 파는 듯.

주인은 태국 사람이라던데 -0-


가격은 

1000바트(33,000원) 정도 나온 것 같아.

닭다리 세트에 순두부 찌게에 밥 세 공기랑

음료수 시켰을 뿐인데...


완전 비쌈. 차라리 한인 마트에서 고추장 사고

설탕이랑 케찹 섞어서 길거리 15바트(500원)짜리

닭다리 찍어먹는게 훨씬 싸겠다...


순두부 찌게는 한국에서 먹는 얼큰한 맛이 아니라

케찹 맛이 많이 나는 달달하고 이상한 맛이었어.

마치 일본에서 먹는 김치찌게의 맛처럼.


감기 걸려서 따듯하고, 얼큰한 국물이 

무척 먹고 싶었는데

한 입 떠먹고 숟갈 내려놓음.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펑키빌라 안에 있는 

마트에 들어갔어.


메이는 친구랑 자취하기 때문에

식료품을 사야한다고 했기 때문이지.

그러면서 아이스크림 하나 씩 사준다고

고르라고 하더라?


마땅히 먹을 게 없어서

그나마 가장 깔끔하게 포장이 되어있는

M 이라고 적힌 아이스크림을 들었어.


그 순간, T와 메이녀석의 얼굴은 굳었어.


'뭐야? 내가 죄 지었어?

왜 그렇게 보는 거지?'


T와 메이는 태국어로 지들끼리

얘기하더라고.

메이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웃으며 괜찮다고 하는 거야.


T가 나에게 말했어.

"그거 되게 비싼 아이스크림이야"


"어? 설마했는데, 아이스크림 값 비싸서 그런 거였어?

됐어 됐어, 아이스크림 값이 하면 얼마나 한다고

이건 걍 내가 살게"


메이는 괜찮다고 빨리 넣으라고 해서

일단 넣었는데

바코드를 찍었을 때 보는 순간

'아 내가 실수했구나' 생각이 들더라.


50바트(1900원)짜리였어.

이게 맛있지만, 비싼 아이스크림

'매그넘'이라는 거였더라고.

우리나라 돈으로 얼마 안하지만,

쟤네 기준에서는 한 끼 식사만큼의

가격인데, 좀 미안하긴 하더라.


그래도 내가 밥 값 100바트 더 냈으니까

그냥 쿨하게 넘어갔어.

다음에 내가 매그넘 사주면 되지 뭐.

생각해보면, 카페에서 빙수 먹어도 

150바트 전후로 나오는걸 세 명이서 나눠먹는데

조그마한 아이스크림 딸랑 한 개에 50바트라니

후덜덜하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메이는 더 뜯겨선 안된다는 생각이었는지

똥이 마려웠던 건진 몰라도 후다닥 가버렸어.



"J, 모레 쯤에 우리 집 같이 가자."


"너네 집? 아리에 있는 콘도?"


"아니, 거기 말고, 돈무앙에 본가 있잖아.

거기 한 번 구경와라."


"귀찮음, 내가 거길 왜 감.

가봤자 너네 부모님 계셔서 불편한데

뭐하러 감"


"같이 가자!! 나 챙겨올 것도 있는데

혼자가기 심심해. 인사만 드리고 잠깐만 있다 오면 되잖아.

먼 거리도 아닌데~"


"너네 어머니가 자꾸 태국말로 

나한테 말 거는거 알잖아.

그 때마다 곤혹스러운데, 

니는 번역도 안해주잖아.

근데, 뭣하러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내가 거길 가야해?"


"이번엔 진짜 안 그럴게.

같이 가자"


"하... 대신 딱 2시간만 있다가 온다?"


"ok 콜!"


지네 집 자랑 엄청하고 싶은가 보다.

이 참에 얼마나 사는지 집안 호구조사 

한 번 들어가봐야겠다.


"그 대신 오늘 우리 집 오지말고,

너네 집에서 자. 나 몸 안 좋아서

혼자 편히 쉬고 싶어.

오늘 몸이 좀 아파서 나오기 싫었는데

약속 때문에 무리한거야.

내일 아침에 공복에 운동이나 같이하자.

수영복이나 챙겨오셈"


그리고 나는 집에 들어가서 편안하게

'왕좌의 게임'을 시청하며 금요일 밤을 즐겼지.


다음 날,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에

도둑인가 싶어서 화들짝 놀라서 깼어.

알고보니 T가 문 따고 들어온거야.

잠 결에 빡치기도 해서 한 소리했어.


"내가 비록 너에게 키를 줬지만,

너 집인양 아무때나 벌컥벌컥 문 따고 들어오는게

매너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럴거면 키 다시 줘.

너가 여기 와서 쉬는 것도 괜찮고

오고싶을 때마다 오는 것도 괜찮은데

최소한 미리 연락은 하고

노크정도는 좀 해라.

여기 너 집 아니야~"


난 내 개인공간에 타인이 

허락없이 들어오는게 참 싫어.

커플이라 할 지라도

그건 사양이야. 


대학생 시절 자취할 때 대부분의 동기들이

공강시간에 친구 집 문들을 

벌컥벌컥 열고 들어와 맘대로 쉬곤 했는데

난 그거 굉장히 싫어해서

우리 집만은 아지트화가 안됐어.


다른 친구들 집 보면

좀 안쓰러웠던게

집 안도 개판되고

침대 위에 발 올리면서 눕고

더럽게 사는 내가봐도 좀 아니다 싶었어.


특히, 처음에 T가 샌들 신고온 때꾸정한 발로

우리 집을 걸어다니면서 내가 가장 소중히 아끼는

새하얀 침대에 발을 올리더라고.


진짜 그거 보고 경악했어.

남의 집에 오면, 최소한 발은 씻어야하는거 아니냐...

그래서 그거 보자마자 경질을 했지.


"어디다가 감히 추악한 병균 덩어리 발을 올리냐!

니 발 한 번봐라. 시꺼먼거 보여 안보여.

이건 탄게 아니라 때야, 때!


너 우리집 오면 발부터 씻어!

그것도 힘들면 의자에서만 얘기하자.

바닥정도는 내가 닦아줄 수 있는데,

침대는 아니야...


내 침대에 눕고싶으면 발은 닦고 와라 제발...

오해하지 마!

너가 싫어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그래!"


난 결벽증 환자도 아니고

솔직히, 깔끔한 편도 아니야.

친구들 사이에서 오히려 방구랑 트림 뿡뿡 껴대는

더러운 새끼로 통하지.


하지만, 남을 못 믿음.

내 몸에 세균이 득실거린다는 것도 알지만

걔넨 믿을 수 있어.

근데, 다른 사람꺼는 못 믿겠단 말야!

집에서 씻고 왔다는 사람조차!


그래서 친구들이 말하길

더러운 건 니가 더 더러운데

왜 이렇게 남을 병균 덩어리로 보냐고 해.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지 뭐.


여튼, T가 집에와서 약속대로 공복의 유산소를

하러 갈라고 준비했지.


"T, 유 노우 코리안 몸빼바지 스타일?"


"그게 뭔데?"



"가자 수영하러!"


"너 이렇게 갈거야?"


"응, 이러고 갈건뎅? ㅇㅅㅇ"


"아, 나 안가"


"헐... 내가 쪽팔려?"


"내가 발 안닦았다고 뭐라할 때는 언제고,

너는 더 심한데?

완전 창피하다. 안가, 가지마"


"내가 설마 이러고 가겠냐,

너가 날 얼마나 어떻게 생각하는 지 잘 알겠다

나는 그냥 쇼윈도우 남친이지 뭐,

너의 주변사람들에게 보여주기용"


"피차일반이야.

그럼 발 안 닦는거로 뭐라 하지나 말던가-_-"


"응 니 발바닥, 원시인 발바닥

수영장 가기 전에도 

발바닥 씻고 들어가야하는 거 알지?

물 썩는당"


아침부터 티격태격하고

우리는 수영장으로 이동했지.


아침에 들어가니 조금 쌀쌀했는데

10분 만에 해가 쨍하고 뜨더니

물도 점점 미지근해졌어.


참 신기한 동네야.

해 한번 떴다고 훅 더워짐...


이 때는 수영장을 매일가는게 너무나 당연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면서

나중에는 심심하고 지겹다라고 느꼈는데

한국에 돌아오니 이런 사소한 것들이 

제일 먼저 생각나네.


나란 새끼, 간사한 새끼.


간사한 새끼는 간사하게

글 여기까지만 쓰고 물러남.

담 편에서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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