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 어느 날과 다르지 않았어.

하루종일 집에서 아픈 환자처럼

누워있었는데, 잠이 계속 안오는 거야.


그래서 새벽 3시에 밖으로 나갔어.

물론, 행선지는 피시방.

1시간 정도 게임을 하고 있었을 때

역시나 갓백수 친구O에게 연락이 오더라.


우리같은 백수들은 밤낮이 따로 없을 뿐만 아니라

공휴일이나 평일의 구분이 없어.

아니, 오히려 주말이나 공휴일이 더 싫지.

어딜가나 사람이 많고, 노동 후의 달콤함을

우리는 알 수 없기 때문이야.


새벽 5시 반쯤

친구O를 불러서 운동이나 하자고 했지.

백수라도 아프지 않기 위해서

몸 관리는 하자고 우리 둘 다 생각하고 있었거든.

우리는 농구코트에서 만났고

농구 1대1를 거진 3시간동안 했어.


요즘은 해도 늦게 떠서

처음에는 잘 보이지도 않더라.

해가 6시는 넘어야 뜨는 것 같아.

농구 후에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가서

몸을 씻고 난 뒤 같이 밥을 먹기로 했어.


샤워하다가 문뜩 드는 생각.

'나들이나 갈까?'

요즘 날씨도 엄청 좋은데

내 스쿠터로 어디든지 간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았어.

그래서 바로 친구O에게 전화했지.


"야, 엄청 좋은 생각이 났어."

"뭐여?"

"나들이 가자."

"어디로?"


"송추 계곡 옆에 앉아서

돗자리 피고, 기타 치면서 커피 먹자.

그리고 홍대 게스트 하우스가서 

루 자고 올까?"


"우리 잠도 안 잤는데 

너무 즉흥적인거 아니야?

완전 개콜!"


"ㅇㅇ, 6천원 짜리 게스트 하우스

예약할겡!"


그렇게 우리는 떠나게 되었지.



돗자리와 기타, 그리고 헬멧 두 개, 

내 개인가방을 들고 친구 집으로 향했어.

친구 녀석은 보자마자 한 마디 하더라.


"야, 짐이 좀 많은데?"


"응, 그거 어차피 니가 다 들거야.

난 운전해야 함."


친구녀석은 한참을 발씨발씨했지만,

여행을 간다는 생각에 

이내 기분이 좋아졌는지

투덜거림을 멈췄어.


그리고 우리는 마침내 

긴 여정을 떠나게 되었지.


의정부에서 홍대로 넘어가는 쪽에

송추가 있는데 

송추는 유원지와 국립공원 등 

자연친화적인 곳이라는 말을 듣고

여기에 잠깐 멈췄지.


여기가 송추마을인데

대부분 하이킹 코스가 많더라고?

하지만, 우리는 산 오르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므로 그냥 분위기 괜찮은 곳을

찾아 헤맸어.



주변에 시냇가가 하나 있었는데,

나무그늘 아래 명당 포인트가 있더라고.

옆에는 물이 졸졸졸 흐르고,

주변에는 녹읍이 푸르던게

여기서 아이스 커피 한 잔 하며

기타 퉁기면 분위기 좋을 것 같아서

바로 돗자리 설치했지!


문제는 사람들이 자주 오간다는 점!

하지만, 우리는 굴하지 않고

노래를 불렀지.

깡통만 있었으면 돈 받을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


우리는 서로의 처지를 위로하듯

타카피 - glory day를 불렀어.


오늘은 그대의 날,

오늘은 우리의 날,

어제보다 아름다워진 당신과 나의 날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순간 그 순간

My glory day~


부르다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 흘릴 뻔.

이렇게 감정을 다 토해내고 나니까

좀 후련하더라.


그리고 우리는 다시 스쿠터를 타고

홍대 쪽으로 넘어갔어.

운전내내 남자 둘이 가득 짐을 메고

불안불안한 스쿠터를 타고 가니까

뒷 차가 안전거리 엄청 유지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홍대 왔을 때

우리의 생각은 틀렸지.

중간에 방지턱을 넘는 충격에

뒷 쪽 헤드라이트가 빠져서 

덜렁덜렁인 채로 왔었던 거야!


뒷 차들은 얼마나 무서웠겠어...

그거 빠지는 순간 자기 차로 날아올 건데.

그래서 다음 날 출발하기 전에 

꼭 고치기로 마음 먹었지.



여기가 우리가 묶었던 게스트 하우스야.

펍이랑 게스트 하우스를 같이하는

신기한 곳이더라고.


가끔 게스트하우스 같은 분위기에서

술 먹고 싶을 때 오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해.


내부 사진이야.

6천원짜리 게스트하우스임에도 불구하고

내부가 상당히 깔끔했어.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보드게임부터

X Box까지 다 있고, 무료로 이용가능하다는 점!


우리는 배가 많이 고팠기 때문에

대충 짐을 두고

일단 밖으로 나와서 

어슬렁어슬렁 걸었어.



알고보니 이 날이 기나긴 연휴의

마지막 날이었더라고?

사람이 장난이 아니었어.

일단, 홍대에 왔으니 사람구경도 할 겸,

많은 사람들이 가는 쪽으로 이동했어.


와... 이쁘고 멋진 사람 엄청 많더라.

하지만, 내꺼 아니라는 사실에

다시 숙연해졌어.

마음 같아서는 앞에서 재롱부리면서

'내꺼하자'라고 끼부리고 싶지만

귓방맹이 맞겠지.


여기는 이국적이라 찍어봤어.

홍대에도 이렇게 깔끔하고 

정갈한 도로가 존재했구나.


요롬코롬 걸어다니다가

버스킹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구경하러 갔어.

요즘은 버스킹 존을 

작은 계단식 홀로 만들어놨더라고.

그래서 바로 옆에서 다른 음악을 틀고

버스킹을 하더라도 

신기하게도 앞에 있는 사람 꺼 밖에

안들리더라.


우리는 주로 상콤 여고생의

앉은뱅이 버스킹을 들었어.

노래 한 번 간드러지게 잘하더라.

나중에 슈퍼스타K에서 보겠지?


버스킹을 구경하고

우리는 심각하게 배가 고파서

음식점을 찾아다녔어.


우리는 홍대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아헤맸는데, 이건 별 의미가 없었어.

홍대에서 유명한 음식은 왠만하면 의정부에

체인점으로 들어오거든.


그래서 그냥 싸고 양 많은 곳으로 

가자해서 여기 왔쪙!

홍콩반점!!

백아저씨 껀데, 이게 지점마다

맛이 심각하게 달라.


홍대지점은 그냥 보통이더라.

의정부에서 처음 먹었을 때

신세계를 맛봤는데...

그 맛은 다른 곳에는 존재하지 않는 건가?


밥을 먹고 나니까

슬슬 잠이 오더라.

그래서 게스트 하우스가서 

잠깐 눈 좀 붙혔어.

이 때 잠깐 생각이 들었는데

이 쯤 돼면, 한국에서 살아남기가 아니라

백수인 걸 이용해서

한국에서 즐기기가 아닐까 싶은 마음도 들어.


오늘만 산다!!


2시간 정도 잠을 자고 일어난 후

게스트 하우스 사람들과 

노닥거리는 장면을 꿈꾸며

술을 마시러 갔지.



하지만, 아무도 없길래 편의점에서

소주와 맥주사서 둘이서 진탕 먹었엉.

게스트하우스의 묘미는 밤에 삼삼오오 모여서

각자의 여행얘기 하는 건뎅...

연휴 마지막 날이라 그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둘이서 재밌게 놀았지!

젠가도 하고, 해적 찌르기 게임도 하고

X box 테니스 게임도 하면서

흥겨운 시간을 보냈어.


그렇게 술에 취해서

히히덕거리다가 배가고파서

뭐라도 먹자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게스트 하우스 안에 비밀의 정원이 똭!

어우야... 밤에 보니까

낭만 돋더라.


원래 예정대로였다면, 이런 분위기에서

외국인과 썸을 타고 싶었지만.

옆을 둘러보니 토고 사람처럼 생긴 

내 친구가 있어서 웃펐어.



우리는 술에 취하면 항상 가는 곳이 있어.

그것은 KFC!

내 최고의 인생메뉴는

언제나 짭짤한 오리지널 치킨이야!

크리스피 치킨 절대 안 먹음!


짭짤한 오리지널 치킨 

넓적다리 한 입 베어물면

동맥경화 걸릴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천국을 향해 갈 수 있어.


이렇게 먹고 우리는 잠들었지.

그리고 아침 9시쯤 일어나

서둘러 조식을 먹으러 갔어.

조식은 식빵과 쥬스, 커피가 제공되었어.


6천원 짜리 게스트하우스에도 

조식이 있다는 점이 매우 놀라웠어.

대체 남는 돈이 있기는 할까? ㅠ

어제 우리 펍에서 술 안시켜먹고

사와서 먹었는데 괜히 미안해진당.


조식을 먹고 서둘러 다이소를 향했어.

스쿠터 뒤에 헤드라이트들이 떨어진 걸

고치기 위해서지.


갔을 때 홈쇼핑에서 어렸을 때 봤던

믹스 앤 픽스가 있는거야!

코끼리 쇠사슬 보수로도 쓰였던

그 찰흙반죽!


요물조물 만져서 모양 만들면

그대로 굳는 그 아이템 사서

오토바이 떨어진 부분에 척 붙혀놨어.

외관이 이제 점점 돌이킬 수가 없게 되어간다...

나중에 팔 수나 있을까 모르겠다.


그렇게 오토바이 수리를 마치고

우리는 다시 의정부로 출발했어.

쉬러왔는데 몸이 빠개지는 느낌은 왜지?

그래서 의정부에 도착했을 때

마지막 여행만찬을 제대로 먹기로 했어.


그것은 삼겹살!!

비도 살짝살짝 내렸는데

그래서 더 맛있게 느껴졌어.

엄청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렇게 삼겹살까지 먹어주고

우리의 여행은 종료되었어.

그리고 숨도 못 쉴 정도로 배가 불러서

여지껏 자다가 23시에 일어나서

부랴부랴 이 글 쓰는 거임!


이제 슬슬 일 시작할텐데

또 생존보고 할게!


저번 이야기에 이어서 내 일상과 

카오산 갔던 경험을 쓰려고 해.



전 날 쏘이 카우보이와 나나 플라자를 다녀오고

아침에 눈을 뜨니 강렬한 햇 빛이 

집 안을 들이닥치더라구.

밤에는 문 열면 시원한데 모기가 왕창 들어오고

낮에는 햇 빛이 뜨거워서 항상 에어컨을 틀어야만 해.

에어컨이 있는데 선풍기를 사기에는 뭔가 아까워서

전기세도 한국보다 싸니까 양 껏 틀었지.



이불이랑 베개를 사서 침대에 깔아놓으니

제법 사람 사는 집 같구만.

집이 전체적으로 하얀 배경이라

이불이랑 베개도 하얀 걸로 샀어.



제일 싸서 산 것도 맞는데

항상 하얀 침대를 가지고 싶었었어.

물론, 관리가 힘들지만

침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제일 많으니까

그래도 내가 원하는 걸 해야하지 않겠음?



냉장고는 다달이 700바트(25,000원)씩 내야하는데

뭔가 빌리기 너무 아쉽지만

그래도 없을 것 같으면 사는데 불편할 것 같아서 신청했어.

벽에도 부착용 걸이대를 사서 가방도 깔끔하게

보관하도록 했지.


비록 나중에 집 나갈 때

벽에 저거 붙혀놨다고 청소비 더 받아갔지만...



화장대도 깔끔히 정리했어.

저 많은 게 다 누구꺼냐고?

내 꺼임!!



스킨, 로션, 수분크림, 선크림, 미스트

가끔씩 바르는 비비크림 등

태국은 화장품 값이 비싸기 때문에

4개월 간 바를 수 있는 양의

기초 화장품을 챙겨왔어.



이제 내 생활철칙들을 실천 할 시간이야.

첫 번째 철칙은 공복 유산소 운동.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유산소 운동은

지방의 연소를 3배 더 빠르게 해주는 효과를 지니고 있지.



휘트니스 룸은 생각보다 작은데,

그래도 수영장과 휘트니스 동시이용이

한 달에 500바트(18,000원)정도로 저렴한 편이라

바로 질렀지.


덤벨이나 머신은 턱 없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땀 흘리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어.


아침에 갈 때마다 인도아저씨가 자꾸

인도노래를 크게 틀어놔서

블루투스 이어폰 사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어.


공복의 유산소 운동을 해서

땀이 적당히 나면 밖으로 나와

찬 물로 몸을 씻고

수영장에 들어가지.


수영장도 상당히 좁은 편이야.

자유영으로 팔 4번 휘저었는데 

반대편으로 도착해있을 정도로 심각하게 작아.

여기서 수영하면 어항 속의 물고기가 된 기분이야.


그래서 사실상 여기서 수영은 많이 안하고

해질녘 쯤에 저녁운동 끝나고

물에 몸담그고 멍하니 누워있었어.

보노보노처럼 말이야.

그래도 나름 기분 좋았어.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유이니.



수영이 끝나면 몸이 젖은 채로

밑으로 내려와.



내 콘도 옆에는 아주 유용하게도

세븐 일레븐이 붙어있어.

사실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기도 했어.

편의점이 거주지랑 멀리 떨어져있는 것 만큼

불편한 것은 없거든.



여기 편의점 누나가 한국문화를 참 좋아해서

내가 처음 갔을 때부터

한국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고 그랬어.


닝이라는 이름을 가진 누나였는데

영어를 한 개도 못해. 그래서 내가 올 때마다 

태국말로 자꾸 말을 걸어서 좀 부담스러웠는데

그런 것을 눈치챘는지

그 이후로는 태국말을 안 쓰고

안녕하세요! 송충기, 박포검 조아요! 

라는 한국말만 반복했어.

앵무새인 줄...



그놈의 송충기, 박포검 조아요 소리 그만 들을라고

편의점 가기 직전마다 태국어로 할 말들을 외워갔어.

시간이 흐르면서 태국말이 조금씩 되니까

그 이후로 말하는게 재밌어서 

그 누나랑 10분씩 수다떨고 그랬었는데...



이따금씩 그 누나가 그리워져.

그 누나가 도시락 하나는 기깔나게 뎁혔거든.



운동이 끝날 시간을 맞춰서 쏘이 카우보이를 같이갔던

그 동생을 불러서 밥이나 같이 먹자고 했어.

우리는 세븐 일레븐에서 먹음직스러워보이는

음식들을 고르고 뎁혀왔지.


언제나 내가 혼자 밥 먹을 때의 규칙은

한 끼당 100바트(3,300원)를 넘지말자야.

100바트로 뭘 살 수 있냐고?

저 스파게티에 닭봉 3개에 샌드위치랑 콜라사면

딱 110바트 정도 나올껄?

한 끼 식사로 차고 넘치지!



특히, 태국여행가는 사람들이라면

저 사진 속에 있는 샌드위치를 꼭 한번 먹어봐!

가격은 종류에 따라 25~35바트(1,000원 내외)

편의점에서 직접 구워주는데

가격 대비 맛이 장난 아니야.



우리나라에서 먹는 2500원짜리 

냉장 샌드위치 따위 두 번 다시 안 먹게 될껄?

여튼 개강추임! 꼭 드셔보셈들!



식사를 마치면 두 번째 철칙을 수행하러가.

바로 음악작업이야.



내가 주로 음악을 작업하는 곳은 4층 로비인데, 

나무의자와 테이블이 있고

바람이 솔솔 불어서 기분이 무척 좋아지는 공간이지.



시간 때를 잘 못 맞추면

거주하는 러시아 여성 분들이 나와서

내 근처에 앉아 공격적인 말투로 전화를 하곤 해.

그러면 나는 차분한 bgm을 깔아주지.

좀 진정하라고!



나는 그 동생녀석과 식사를 마치고

이 공간에 같이 앉아 노래를 불렀어.


우리는 즉흥적으로 듀오를 결성하고

카오산에서 버스킹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합동연습을 시작했어.


내 기타선율에 맞춰 그 녀석이 따라부르는데

그 녀석도 노래엔 재능이 없다는걸 깨달았고,

듀오는 5분 만에 해체되었지.



그 이후로 혼자 곡을 만들었어.

마이미땅(돈 없어요) 이라는 제목의 노래인데

주된 가사는 택시기사한테 미터기 켜라, 

돈 없으니까 고속도로 타지마라

이런 내용이었어.



그 동생 녀석을 돌려보내고

시간을 때우다가

T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밖으로 나갔지.

그리고 같이 카페에 갔어.



나는 태국어를 공부하고 있었는데

성조 때문에 자꾸 T가 인상 쓰면서 

뭐라고 하는게 무척 짜증났어.

잘 아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매우 다르다고 생각해.


T는 좋은 선생님은 아님이 확실했어.

왜냐면 매 순간 책 모서리를 T 정수리에 꽃아주고 싶었으니까.



카페에서 시간을 때우다가

한 사람에게 연락이 왔어.


내가 태국 오기 전 

같이 놀 사람 구한다는 글을 올려놨을 때

미리 연락을 하신 분인데 괜찮으면

오늘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하더라고.

그래서 여자친구 데려가도 돼냐고 물어보고

ok해서 시암 쪽으로 이동했지.



시간이 살짝 남길래 시암 건물 안을 좀 둘러봤어.

그러다가 엄청난 몸매의 인형을 발견했어.

그래서 한 컷 같이 찍음.

실제로 저런 몸매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나서 시간이 될 때까지

T랑 여기저기 같이 싸돌아 다닌 것 같아.



그리고 약속시간이 되어서 

나는 그 사람을 처음 보게 되었지.

나보다 10살이 많은 형으로

치앙마이에 거주하는 형이었어.

이제부터 이 형을 Z형이라고 할게.


Z형은 치앙마이에 살면서 방콕을 다른 나라 갈 때에나

한국에 갈 때에만 잠시 들른다고 말하더라구.


사실 Z형은 루트66에 먹다남은 양주가 있는데

혼자 먹기 좀 그래서 연락을 나한테 했던 거래.

나야 고맙지.

난 없어서 못 먹는데 ㅜ


Z형과 나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게임 얘기가 나왔어.

알고보니 Z형도 내가 하던 게임을 하더라고?

리그오브레전드라고

흔히들 롤이라고 부르는 게임이야.


치앙마이에 있을 때 할 게 없을 때

주로 그 게임을 많이 한다고 해서

우리는 게임얘기를 하며 급격하게 친해질 수 있었지.

하지만, 이 때는 몰랐지. 

내가 Z형에게 신세를 한 동안 지게 될 것이라는 것을...



나는 내 여자친구, 동생녀석, Z형까지

네 명이서 꽝씨푸드를 갔어.

그리고 볶음밥과 뿌팟퐁커리, 바질볶음 등

비싼 음식을 시켰지.



비싼 음식점에서 먹는 뿌팟퐁 커리나

인스턴트 뿌팟퐁 커리나 맛은 똑같은 것 같다.

인당 500바트 내고 먹었는데

그리 큰 만족감은 없었어.

음식을 많이 시켜서 값비싼 음식이 많이 남길래

태국거지인 내가 챙겨왔지.


Z형과는 다음 날 보자는 말을 하고

일단은 우리는 일찍 헤어졌어.

나도 T를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갔지.


그리고 자려고하는데 잠도 안오고 

뭔가 이른 시간이어서 아쉬운 느낌이 드는거야.

그래서 동생녀석에게 놀자고 전화했지.

동생녀석도 심심했던 터라 쿨하게 콜했고,

우리는 람부뜨리 로드에서 만나기로 했어.


그 녀석을 람부뜨리에서 만났고,

저녁을 일찍 먹어 약간 출출했던 터라

길거리 음식을 먹기로 했어.



람부뜨리 로드의 꼬치!

우리는 닭다리 꼬치를 먹었는데

개 당 20바트(660원)정도 했을거야.

우리는 극찬하면서 6개 정도 먹은 것 같아.


람부뜨리 로드는 카오산 로드와 가깝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골목이야.

카오산이 시끌벅적, 왁자지껄한 골목이라면

람부뜨리는 차분하고 몽환적인 골목이랄까?


나는 가끔 한 여름 밤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좋아서

람부뜨리에 가곤 했었어.

하지만, 우리가 갔을 때는 너무 늦은 시간이라

대부분의 상점과 조명들이 불이 꺼져있었어.

아무래도 람부뜨리 쪽은 숙소가 많아서 그런 것 같아.



우리는 발길을 돌려 카오산으로 향했지.



카오산은 언제나처럼

사람이 복작복작하다!

오른 쪽에 보이는 저 간판이 카오산 클럽인

"the club"일거야.


맨 처음 태국여행을 갔을 때

저기서 썸이 있었는데

그 썸만 빼놓고 보자면 정말 노잼인 클럽이야.

차라리 골목에서 생솜버킷들고 뛰어노는게 훨씬 재밌어.



카오산은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장소 중 하나인데

무엇보다 맨 처음 카오산 거리에 들어서면

코를 찌를 듯한 악취가 나기 때문일거야.

하지만, 그것을 익숙하게 받아드리고,

자신을 놓아버린다면 카오산 만큼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곳도 없다고 생각해.


럭키비어와 더 클럽 사이에

골목이 가장 핫한 곳으로

발 디딜 틈 없이 외국인들이 술통을 들고 춤을 추고 있는데

한 번쯤 모든 걸 다 잊고 거기 동화되어본다면

그 맛을 잊지못해서 카오산을 계속 찾게되지.



카오산의 또 하나 명소는

예전 포스팅했었지만, 브릭 바라는 곳이야.

두 번째 맥도날드가 있는 2층에 위치하고 있는

펍인데, 거기서 공연하는 팀들 수준이 장난아니야.

노래 선곡도 유명한 팝을 위주로 하고!


현지 태국인들도 그 곳을 많이 찾는다고 하더라고!

기회가 된다면 거기서 술 한 잔 하면서

노래를 가만히 듣는 것도 좋을 듯.

엄청 힐링되거든!



이 곳은 카오산 끝 부분에 위치한 락 펍이야.

이름이 락코였나?



보컬이 상당히 게이쉬한 매력을 뽐내는데

그것도 멋있어.

주로 유명한 락을 공연하는 곳이기 때문에

락을 좋아하는 나는 카오산 갈 때마다 

여기 들리는 것 같아.



오늘은 나의 일상적인 생활패턴과

카오산에 대해 적어봤는데,

똥 마려워서 좀 대충 쓴 감이 있넹.



일단 지릴 것 같으니까

담 편에서 보자!



이번 편은 T의 추석여행의 

마지막 밤 이야기야.



긴 황금연휴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어.

팬션부터 싸우고 헤어지고 풀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정신차려보니 다음 날이 T의 귀국날이더라.



이번에 T가 돌아가고나면

우리는 한 동안 다시 만날 수가 없었어.

임용시험 준비를 다시 빡세게

했었어야 했거든.



추석기간 동안 다른 경쟁자들의

책장은 계속 넘어가고 있었고,

그 시간동안 나는 놀기만 해서

심적으로 불안하기도 했지.



하지만, 막상 여행이 끝날때가 오니 

T를 오랫동안 보지 못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울적해지더라.



이 날은 낮 동안 아무것도 안 했던 것 같아.

그냥 같이 뒹굴뒹굴거리고 놀았어.

나는 특이하게 냄새로 사람을 기억하는 편이라

T의 채취를 가능한 맡고 싶었어.


근데, 정수리와 겨드랑이 구역은

위험지역이야.

코 썩어.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커플이라면

진정한 사랑을 한 번 확인해봐.

주로 내가 사용하는 방법인데

내 겨드랑이에 온도계처럼 손을 3초간 꽃고

상대방에게 냄새를 맡게해봐.

참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당신에게 진짜 반한거니까.



소리 지르면서 경악한다면

그냥 입에 넣어버리셈.

그리고 한 마디하면 돼.



"넌 나로 인해 더럽혀졌어.

내가 평생 책임져줄게"



이러다가 T에게 몇 대 맞음...



우리는 한 참을 뒹굴거리다가

T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인

떡볶이를 집에서 해먹었어.

편의점에서 떡이랑 케찹, 설탕, 고추장 사서

만들었는데, 재료값이 더 나온듯...



그래도 해줬다는 것에 의의를 두자.

사진은 따로 없어ㅠ_ㅠ

식사를 마친후 우리는 한숨 낮 잠을 차고

해가 서서히 질 때 즈음에

밖으로 나왔지.



노량진에 있는 흔한 주스집이야.

한참 쥬씨가 유행할 때라

이 때 주스집이 엄청 성행했고,

노량진에도 많이 있더라궁.



"T, 마지막 밤인데 어디가고 싶어?"


"음... 난 여의도공원 가고 싶어.

거기 밤도깨비 시장 유명하다는데 가보자!"


우리는 스쿠터를 타고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이동했지.



하지만, 이 날은 공교롭게도

문을 닫는 날이었어.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한 참을 찾아헤매이다

문이 닫는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지.

그래서 우리는 그냥 밤 산책을 할 수 밖에 없었어.




이것도 나름 나쁘지 않더라.

낮의 여의도 공원도 이쁘지만

밤에 오니까 3배는 더 이뻤어.

그리고 가끔 한강다리에서 분수도 켜주던걸?

뿜어져나오는 분수가 조명을 받아

형형색색으로 반짝이는게

무척 예뻤어.




우리는 여의도 밤 산책을 마치고

무엇을 먹으러 갈까하다가

T가 족발을 한 번도 안 먹어봐서

유명한 족발집으로 이동했어.


공덕역에 있는 족발집인데

군대 후임이자 친한 친구가

이 곳이 최고라며 소개해줬었어.


족발은 25,000원 정도에

푸짐하게 먹을 수 있고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순대가 무한리필로 제공된다는 점이야!!

순대국도 나오고!!


족발 좋아하는 사람은

나중에 공덕역에 있는 족발거리로 꼭 가보셈!


족발을 먹고난 후

집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어디를 더 들렸다 갈까 고민하다가

공덕역에서 홍대입구가 가깝기 때문에

집에가기 전에 가보기로 했어.




홍대에 진입하자마자

수 많은 인파가 있었어.


만약에 차였더라면

주차공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겠지만

스쿠터이기 때문에 그냥 아무 곳이나 

세워도 된다는 점이 편리했어.



우리는 홍대거리를 활보하며

저번 여행 때 홍대에서 싸웠던 추억을 되살렸지.

홍대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식후에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디저트가 땡겨서 자리가 좋은 빙수 집으로 들어갔지!



우리는 멜론 빙수를 시켰는데

가격은 그리 저렴한 편이 아니었어.

홍대라 그런지 땅 값이 비싸서

비싸게 받을 수 밖에 없는 건가?



그래도 맛은 있었어.

멜론 반에 아이스크림 반으로 주더라고.

멜론의 갯수가 조금 창렬하긴 했지만,

자리가 좋아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



우리가 앉은 곳은 홍대 버스킹 거리가 

한 눈에 보이는 곳이었어.

밖에서 보려면 잘 보이지도 않는데

위에서 시원한 빙수 먹으면서 내려 보니까

깔끔하게 즐길 수 있어서 좋더라!



우리는 한 참을 구경하다가

숙소로 다시 복귀해서 잠들기 전까지

얘기를 했지.


"J, 시험 꼭 붙었으면 좋겠다

너 붙으면 나도 한국에서 직업구해서 살면 돼는데"


"너가 뭔 수로 한국에서 직업을 구하게?"


"내 경력 정도면 구할 수 있지 않을까?"


"너 되게 한국을 만만하게 본다?

너 정도 영어하고 애들 한국에는 차고 넘쳤어.

그리고 한국인 인식에 태국과 같은 동남아 사람들의

인식은 좋지 않아서 더 힘들어.

한국 사람들의 인종차별 굉장히 심해!

그리고 설사 네가 영어 과외를 한다 하더라도 

누가 태국인한테 받겠니?

서양인한테 받겠지."


"회사 들어가면 되잖아"


"한국엔 열정페이라는 것이 있어요.

돈도 제대로 안 주고, 일만 겁나 시켜요.

그리고 칼퇴근 그런거 없다. 

태국처럼 시간되면 칼 같이 하는 줄 아냐?

퇴근시간이 끝나고도 상사가 집에 안가서 

눈치보며 계속 일하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그러면 마사지 가게나 차리자"


"너 돈 좀 있음?

한국 땅 값 장난 아닌데?

2억은 있어야 할 걸?"


"아 빡친다...

그냥 니가 와라"



"ㅇㅋ...제가 감요"



나는 한류 드라마만 보고 한국의 단편만을 알고 있는 T에게

한국의 현실에 대해 말 해줄 수 밖에 없었어.

한국의 거품만 보고 계획없이 왔다가

상처를 받느니 미리 얘기해주는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미래에 대한 실 없는 대화를 늦게까지 했고

나는 임용시험이 끝나고 떨어진다면

태국에서 몇 개월 살아보겠다 말하고

그 곳에서 같이 직업을 찾아보자고 말을 하며

우린 잠이 들었지.


- 다음 편에서 계속-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