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태국에서의 

얼마남지 않은 일상과

아속킹의 집을 전격공개하고자 함!


치앙마이에서 돌아오고 난 후

방콕에서의 생활은 별 다를 것 없어.

아속킹을 만나기 전까진

그냥 대충대충 시간 때우는 거지.

이렇게 말야.


집 근처 피시방에 가서

밥 먹으면서 롤이라는 게임이나 해!

저 밥도 비싸지도 않어. 

30~40바트 했던 기억이 나.


지금은 저 피시방이 망해버려서

이젠 저기서 롤 못함.


그러던 와중에

T에게 연락이 왔어.


"J... 나 안 보고 싶니?"

"ㅇㅇ 그저 그럼"

"좀 만나주면 안돼냐? -_-"

"아 왜! 우리 헤어졌는데 왜 만나야 돼!

나 이제부터 여자 엄청 만나고 다닐 건데

그것도 못하게 하냐?!"


"친구 이상 애인 이하라메!

그럼 좀 만나줘라!

같이 레이져스트라이크 가자!"


"?? 그게 뭥미?"


"레이저 총으로 하는 서바이벌 게임이야!"


"군대 KTCT 같은 건가?

오. 일단 재밌겠다. 그래 가보장!"


그래서 일단 시암스퀘어에 있는

레이저 스트라이크가 가봤어!

가격은 한 판 하면 비싸고

여러 판 한다고 처음부터 쇼부치면 점점 싸져.

재미는 핵 꿀잼 보장!


처음에는 '뭐여 애기들 총싸움이잖아'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하니까 개핵꿀잼이었어.

어두워서 잘 안보이는 와중에 상대편 불 빛이 다가오면

나도 모르게 은폐,엄폐하면서 몰입하게 되더라고!


특히, 군대 다녀온 남성같은 경우에는

적팀 많이 죽여서 하이스코어 얻을 수 있어.

땀도 엄청 나와서 운동효과도 짱짱!

6번 이상 한다 싶으면 

무제한 이용권있으니까 그걸 이용하셈.

근데 이거 겁나 힘들어서

3번만 해도 다리풀림.


요롬코롬 땀을 쫙 빼고

허기져서 T랑 한식당을 갔지.


고시래라고 통로에 있는

가성비 끝내주는 한국 고깃집이야.

삼겹살엔 뭐다?

당연히 소주지!

시켰는데... 소주 가격이... 후덜덜해...

한국 돈으로 6천원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해...


미리 사가지고 간 레드불과

사이다를 추가주문해서 얼음과 섞어

태국식으로 먹었지.

이렇게 먹으면 쓰디 쓴 소주도

엄청 맛있어져!


한식 엄청 좋아하는...

아니, 음식 엄청 좋아하는 T

깻잎 못 먹는 태국인들도 많은데

얘는 그런 거 없음.

줏나 잘 먹음!


하... 우리 관계는 뭘까...

에라 모르겠다 술이나 들이키자...

그리고 나서 마땅히 할 것도 없어서

카페나 갔어.

그냥 카페 말구... 어디냐면...




고양이 카페야...

뭐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이 이리 많냐...

친구B네 집에서 하루 숙박 체험권 주고 싶다.

고양이 9마리고 머리 위를 붕붕 날라다니면서

털을 뿜뿜하는데...

한 번 가면 두 번 다신 고양이카페 안 감.


그리고 다음 날,

아속킹 곤이의 이삿날이라

이사를 도와주기 보다는

집들이 개념으로 그의 집을 찾았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한국의 아파트 같이 호가 두 개 밖에 없었어.

'뭐지? 뭔데 한국 아파트처럼

한 층에 집이 두 개 밖에 없냐.

그리고 문은 왜 이리 커?'


그리고 문을 두들기자 곤이 녀석은

씨익 웃으며 문을 열었고

나는 입이 딱 벌어지는 광경을 보았지...



전면 유리창에 이런 풍경이 가득...

위치는 살라댕.

주요 금융권과 회사가 가득한

한국의 여의도와도 같은 곳이라 볼 수 있지.

아속킹 곤이의 집은 흔히 말하는 

펜트하우스의 개념이었어.


그의 집은 얼핏 봐도 40평은 넘어보였어.

방 두 개에 서재, 큰 부엌, 세탁실까지...

복층까지 있던데 합한다면 아마 80평 되겠지?

근데 거기는 막아놨더라고.

이 녀석은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는데

한 달에 200짜리래...


집이 넓어서 전기세만 70만원 나와서

조금 더 싸게해주는 대신 

전기세랑 물 값은 곤이가 내기로 했다는 거야.

무엇보다 집 주인은 러시아 형님이었는데

프로필 사진부터 포스가 장난 아니었어.

스킨헤드 느낌의 떡대 큰 사람이

늑대개 두 마리를 안고 찍은 사진을...


그래놓고서 쪽지로 한 마디 하더라.

"물건 부수지 말고, 적당히 앵간히 놀아라^^"

개 무서웠어...

어쨌거나, 아속킹의 위엄을 

다시 한 번 느끼면서

집 너무 좋다고 아부 좀 했어.


이 집을 본 순간 빈민촌 아파트멘트를 버리고

여기서 기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어차피 방도 남는데 뭐 -_-;

우리는 성공적인 이사를 자축하며

소고기를 먹으러 갔지!

장소는 나나역 근처에 있는

유명한 소고기 맛집!

유천 레스토랑이야!


두 명의 대식가들은 유천의 소고기들을

차례차례 혼내주기 시작했어.

아, 무엇보다 내가 곤이를 인정하는 이유는

소고기를 기깔나게 잘 구워.


나도 잘 굽는 편이라 친구들이랑 음식점가면

항상 녀석들은 내가 구운 고기만을 기다리는데

아속킹 곤이 녀석은 

고기의 미묘한 질 차이까지 고려해서

0.1초의 오차도 없이 최고의 맛을 내는 타이밍을 

계산해서 굽는 엄청난 녀석이지.


"곤아. 우리 이제 엄청난 아지트가 생겼으니

이걸로 뭘 하면 좋을까?"


"뭘하긴! 당연한 거 아니야?

이 집을 그냥 자는 용도로 쓸 꺼라고 생각함?!"


"아속킹이시여. 

 인도해주세요, 하악하악!"


"콜! 이 집의 용도는

다름 아닌 파티의 용도다!

부자인 척하고 여기서 파티한다고 

사람들 초대하자!


이제 파티 같이 할 사람 찾으러 가야지?!"


- 다음 편에서 -

전 편에서 빡친 것 치곤 

T와는 상당히 젠틀하게 헤어졌어.



안녕이란 말 대신

돈을 넣은 흰 봉투만을

남기고 나는 애타게 나를 부르는

T를 절대로 뒤돌아보지 않고

곧장 나아갔지.


그리고 그 날 밤

Z형에게 연락이 왔어.

영문을 몰랐던 Z형은

리그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이나 하자며

빨리 접속하라고 했지.


"형... 지금 롤 할 기분 아님요..."


"왜? 뭔 일 있어?"


"아까 형한테 해석해달라는 메세지

T가 저한테 보냈던 메세지에요."


"너 내 얼굴 못 들게 했어?

왜 그런 말을 했데?"


나는 자초지종을 Z형에게

얘기했어.


"아~ 그런 일이 있었구나.

형은 문화가 다른 거라고 생각하지만서도

이번에는 걔가 좀 심했네."


"형. 저 방콕에 있기 싫어지네요.

51%는 제 자유를 위해 왔고

49%는 T랑 놀려고 온건데

이 사단이 나니까 아무생각도 안 들어요."


"그럼 치앙마이 와.

잠도 재워주고 밥데 멕여줌.ㅇㅇ"


"레알?"


"ㅇㅇ"


"ㅇㅋ, 비행기표 바로 알아봄요"


J형과 전화를 끊고

나는 그 즉시 치앙마이행

비행기 티켓을 질러버렸지.

리턴 티켓?

그런 거 없음.

오고 싶을 때 오는 거임.


가는 날은 모레 후!

당장 내일 가고 싶었지만

집 정리와 짐을 꾸려야 할 시간도 필요하고

모레 티켓이 조금 더 쌌거든.


어쨌거나, 치앙마이로 떠나가려고

마음 먹으니 조금은 후련해지더라.


이 순간 마저도 T에게는 계속 연락이 왔어.

"정말 이대로 끝낼거야?

우리의 약속은 어떡해..."


"미안하지만, 너랑 더 만날 생각 없어.

그리고 뭔 약속?"


"내일 같이 사파리 가기로 했잖아."


"응, 꺼지셈. 너 이제 내 여자친구 아닌데

내가 거길 너랑 왜 감?"


그리고 나서 더 말하기 귀찮아서

 일부로 핸드폰 끄고

억지로 잠을 청했지.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하나 둘 짐을 꾸리고

청소를 시작했지.


Z형은 내가 치앙마이 온다면

뮤지션 친구들을 소개시켜준다고 했는데

친해져서 같이 기타치면서 놀고 싶었어.

그래서 주섬주섬 기타를 챙기던 중

'부욱!' 소리가 나는 거야.

기타를 살펴보니 기타가방이 헐고 헐어서

내가 드는 것과 동시에 천이 쫙 찢어졌어.


그래서 밥을 먹으러 나가는 김에

근처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수선집을

찾아가기로 했지.


내가 살던 콘도 앞에 있는 로컬 식당에

처음으로 가봤는데

국수를 주로 팔더라고?

근데 국수는 별로 안 좋아해서 밥 종류를 먹고 싶었어.


그래서 아저씨한테 밥 원한다고 말하니

튀긴 돼지고기에 달콤 소스 뿌려서

밥이랑 같이 주더라.


단품메뉴인 것 같았는데

솔직히 맛 없었어.

무엇보다 소스가 너무 달아서

설탕에 밥 비벼먹는 느낌이었어.


여긴 앞으로 다신 안온다 다짐하면서

아침밥을 꾸역꾸역 먹고

굴다리 밑 조그마한 시장이 

형성된 곳으로 이동했지.


그리고 사람들에게 찢어진 기타가방을 보여주며

"어떻게 가요?"만 외쳐댔어.

그러니까 손가락으로 

멀지 않은 곳을 가리키더라.


수선집이 아니라

수선마차여.

그냥 길가다가 뜬금없이

미싱기가 있어...

어쨌거나 잘 찾아왔으니 다행이지 뭐.


아줌마는 10분도 걸린다고

기다리라고 하길래

주변을 찍어봤어.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한

고속도로 굴다리 밑 마을.

그나마 다행인 건 여기 엎어져 있는 개들은

순한 편이라 밤 늦게 돌아다녀도

짖거나 위협하지 않았어.


예전 RCA 콘도 묶었을 때는

20마리가 단체로 따라와서

진짜 심장 쫄깃했는데.


기타가방 수선을 마치고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어.

그리고 더운 나머지 침대에 누워있는데

갑자기 똑똑 거리는 소리...


'이거 느낌이 세하다?'


그래서 일부로 그냥 대답안하고 있으니까

라인 메세지가 날라오더라.

"J, 나 너네 집 앞이야.

우리 얘기 좀 하자.

문 좀 열어줘."


그건 바로 T였어.

얘기 할 마음도 없고

헤어진 마당에 집 안으로 들이면

안 간다고 배 째라고 할 것 뻔하니까

그냥 없는 척 했어.


"나 집 아닌데?"


"언제 올껀데..."


"안 가. 니가 거기 와있는데

왜 가냐.

할 얘기 없으니까 돌아가"


"기다릴게..."


"맘대로 하셔.

난 분명 안 간다고 말했어"


그리고 나는 셀프로 감금을 당해야만 했지.

최대한 인기척을 내지 않기 위해서

침대 위에서 움직일 수 조차 없었어.

조금의 삐걱거리는 소리도

현관문에 등을 대고 앉아있는 

T가 들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한 자세로

거의 1시간동안 움직이지도 않고

버텼는데 좀이 막 쑤시고

욕창 걸릴 것 같은 거야.


심지어 에어컨 소리도 나면 안되니까

에어컨도 못 키고...

창문도 닫아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방 안은 완전 찜통이었어.


안되겠다 싶어서 조그마한 창문이 달려있는

화장실로 살금살금 이동했지.

근데, 화장실 벽도 외벽이라

엄청 뜨거웠어.


내 신세가 참 한탄스러웠어.

'하... 내가 왜 얘 때문에

이런 짓까지 해야하는 거야...

그래도 하루만 참자.

하루 후면 간다.'


그나마 다행인건 내가 집 열쇠를 잃어버려

T에게 있던 스패어 키를

이런 사단이 나기 전에 받았다는 것!

만약 T에게 키가 있었다면

그냥 문 따고 들어왔을 거야...


이 찜통같은 방에서 그렇게

30분을 더 참다가 도저히 못 참겠어서

에어컨 버튼을 누르는 순간

삑!!!!!!!!

에어컨에서 나오는 소리...


'설마 못 들었겠지?

못 들었을거야...;;'


그 때 방문을 두들기는

괴수의 소리가 들렸어.


"J! 너 안에 있지?

문 좀 열어줘! 얘기 좀 하자!"


'아뿔싸... 들켜버렸다.

이왕 이렇게 된거 

그냥 맘 편히 움직이자!'


"어. 안에 있는데 너 만날 생각 없어.

돌아가."


내가 방에 있다는 것을 알아버린 T는

30분 내내 방문을 두들겨댔고

문 열라는 소리는 

점차 흐느끼는 소리로 바뀌었고


그것마저 듣기 싫었던 나는

울거면 더 울라는 식으로

블루투스 스피커에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았지.


그렇게 두 시간 쯤 있으니까 

좀 잠잠해지더라.

그래서 갔나 싶어서 편의점이나 갈 생각으로

방문을 열고 나와서

엘리베이터를 타러 나왔는데

엘리베이터 옆 비상계단에서 

T가 후다닥 튀어나오는 거야.


얼굴은 눈물 콧물범벅인 상태로

내 팔을 붙잡더니 안놓았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제발 떨어져줄래?"


"얘기 좀 하자.

제발 부탁할게..."


하... 지친다 지쳐.

그래 얘기 너나 실컷해라.

철옹성 같은 방문이 열렸고

T는 언제나 들어오던 그 방문을

4시간이 지나서야 들어올 수 있었어.


방에 들어오자마자 T는

복도에서와는 달리 대성통곡을 하며

계속 용서를 빌었어.


2시간 동안 나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고

T는 계속 미안하다는 말과 

용서해달라는 말만 되풀이했지.


"T야. 이제 그만 가라.

나 내일 떠나.

피곤하니까 그만 좀 집에 가줄래?"


"으헝헝. 어디가는데?

가지마 제발."


떠난다는 말 한 마디에 대성통곡은 더 심해졌고

절대로 집에 안 갈 생각이더라.

제발 좀 집에 가라고 1시간 넘게 말했는데도

도무지 일어날 생각을 안했어.


그래서 힘으로 들어서 방문 밖으로

내보내려고 했는데

와 진짜 기를 쓰고 버티더라.

게다가 운동 근육이 있는 여자가

죽어라 버티니까 힘으로도 

내보낼 수가 없었어.


"T야. 솔직히 난 너한테 엄청 실망했고

지금도 널 경멸하는 상태야.

그리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는게 아니라

치앙마이에 Z형네 집으로 가는거야.

우리 관계가 예전으로 돌아갈 것 같지 않지만

거기서 우리의 관계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해볼테니

제발 좀 가줘라. 

이러면 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 더 커져..."


그 말을 듣자 T는 알겠다고

자기 한 번은 더 보라는 약속만 해달라고 했어.

그리고 택시를 불렀고, 8시간이 지나서야

방문 밖을 나갈 수 있었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콘도 로비를 지나가는데

T는 선글라스를 끼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도도하게 걸어갔어.


와... 얘는 보여주기 위해 사는 건가?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치부를 

전혀 보이고 싶지 않은 건가?

자존감이 너무 높아서 콧대를

아주 그냥 꺽어버리고 싶네.


태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는

애정표현을 절대 안하지만, 단 둘이 있을 때

그렇게 화끈하다는데 이것도 설마 그런 건가?


T를 택시에 구겨넣고 다시 들어가는 길에

경비 아저씨와 마주쳤는데

오늘 내내 복도에서 니 여자친구 엄청 울었다고

왜 그런거냐고 묻길래.


헤어졌으니까 쟤 여기오면 다시는 

로비 문 열어주지 말라고 말했어.


이 날 하루 스트레스 엄청 받고

아무것도 못하고 통으로 날려버렸어.

그래도 이 정도면 깔끔하게 돌려보낸 편이라

생각함.




오늘은 여기까지 쓸게!

담 편에서 만나장!


오늘 쓸 내용은 단기 여행자들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내용이야.

누가 여행까지 가서 

피시방에서 게임하겠냐마는

처음 태국 피시방에 가서 

게임한 얘기를 써볼게.



전 편에서 태국 여자친구에게 

감정이 상한 나는 이틀 정도를 연락하지 않았어.

'니가 과연 태국에서 내 도움없이

잘 생활 할 수 있을까?'

라는 태도를 T의 얼굴에서

봤기 때문에 더 오기가 나더라.


방장 형을 만나 같이 놀고 싶었지만,

그 형님은 카오산에서 만난 서양 애들이랑

차 끌고 다른 지역으로 여행가있었고,

단톡 방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은

여행이 끝나서 돌아가거나 여행 막바지라

그들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아 

연락하기도 좀 그랬어.


결정적 요인으로는 너무 자주 논 것 같아

계산해보니 1달에 쓸 수 있는 돈을 반 이상 썼기 때문에

돈 관리 차원에서 연락을 못 함.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하루 왠 종일 집에 틀혀박혀있어야 했지.

공복에 운동, 음악작업을 하고 난 후로는

도무지 할게 없었어.

내 방이 마치 드래곤 볼에 나오는

'시간과 정신의 방'처럼 느껴지더라.


이 날 내 가계부를 보면

아침 및 커피 값으로 115바트(4,000원)를 쓰고

저녁 값 100바트(3,300원), 구름과자 값 98바트(3,200원)을

쓴 게 전부야.


이걸 보면서 느낀게, 방콕에서 장기로 살려면

아무것도 안해도 하루에 

최소 10,000원은 들어가는 구나 생각했지.

한국보다는 생활비가 적긴 하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만 머무를 때의 가정 하니까

참고들 하셈.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날은 저물어왔고 그렇게 쓸쓸히

잠을 맞이했지.

독거노인들의 쓸쓸한 감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어.



그리고 다음 날 일어나게 되었는데

또 다시 전 날과 같이 하루종일

집에만 있어야 된다는 사실이 너무 짜증났어.


난 한국에서 시간을 때울 때

주로 피시방을 가던게 생각났고

태국에도 사람 사는 곳이니 물론 있을 거라 생각하고

구글링을 통해 피시방을 검색했지.


PC place라고 검색했는데

나올 리가 없지.

검색을 통해 피시방의 영어는

Internet Cafe라고 하더라.


다행히 집 주변에 3개가 있었는데

집에서 500m 거리에 있는 

제일 가까운 곳을 먼저 가보기로 했어.

하지만, 그 곳에는 허름한 건물만 하나 있었고

그 곳에는 피시방 따윈 없었지.

이미 오래 전에 망했나봐...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두 번째로 가까운

인터넷 카페로 향했는데

가는 거리 내내 사람들이 복작복작한 게

무언가 있을 거랑 희망을 주었어.


그리고 교복입은 어린이들도 많이 보였는데

주변에 학교가 하나 있더라.


아마 초등학교 인 것 같은데

태국초딩들이 와글와글했어~

교육 쪽을 전공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교육과정과 교육환경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한 번 찍어봄.


그리고 주변을 쭉 둘러보니 역시나처럼

학교 주변으로 불량식품도 많이 팔고

분식집 비슷한 것도 즐비해있었어.



구글맵을 따라 여기 초등학교를 지나고

조그마한 골목길로 들어서자

끝 쪽에 허름한 피시방이 보였어.

그리고 운영도 하고 있더라고~


일단 아침밥을 근처에서 먹고

하루종일 게임 할 생각으로 

밥집을 찾아다니다가 길거리 음식점을 발견했어.



딱 봐도 비주얼이 순대국인 것 같고

가격도 60바트(2,100원)정도로 저렴해서

바로 곱빼기로 시켰지.

참고로 곱빼기는 피셋이라고 말하면 되니까

곱빼기 먹고 싶은 사람들은 기억해두셈.


맛은 역시나 기대했던 순대국과 비슷했어.

호로록 호로록 맛있게 먹었지.


그리고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얼마냐고 물어보니까

120바트(4,000원)라는 거야.

뭔 개소린지 싶었어.


어딜가나 곱빼기를 시키면 10~20바트 

붙는 게 일반적인데

여기는 두 배가 붙는다고?

양도 그리 넉넉하지도 않았는데?

그래서 계산 잘 된거 맞냐고 했어.

나 이거 시켰고 곱빼기로 시키고

다른 거 안 시켰다고 하니까

그래도 120바트래.


나랑 똑같은 거 먹은 사람은 

70바트 받는 거 봤는데...

이런게 외국인 전용 바가지 가격인가?


속으로 따질까도 생각했지만

이 때 태국어 실력이 그리 좋지 않았으므로

따지지도 못한 채 마음 속으로 

발씨발씨만 외치며 그냥 계산했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억울하다...ㅠ


나중에 T에게 물어보니까 

말도 안되는 가격이라고 했어~

그렇게 아침밥을 먹고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태국 피시방에 입성했어!


들어가니까 미국 고스족 분장한

다크다크한 태국 여자애가 카운터 책상에

발 떡하니 올리고 드라마 보고 있더라.


"아...안녕하세요캅?"

"앙? 뭐냐? 이용할라고?"

"네... 여기 한 시간 얼마에요캅?"

"15바트, 선불이다"

"5시간 할게요... 여기 백 바트입니다캅"

"잔 돈 없다, 이따가 거슬러 줄테니까

일단 하고 있어라"


너무 포스가 후덜덜해서 물어보기도 무서웠어.

다행히 잔 돈은 거슬러 주더라고.

안 준다고 해도 말 못 할 것 같은 

위압감을 가진 여자였어.


그리고 피시방 안 쪽에는 인생 다 산 것 같은

느낌의 문신한 녀석들이 일제히 외국인인 

나를 쳐다보고 있었지.

굉장히 무서웠는데 알고보니 걔네는

피시방 카운터 여자애의 일행이었어.



나중에 T랑 그 피시방 잠깐 같이 갔을 때

질 안 좋은 사람 많은 것 같다고 가지말라고 했지만

마땅한 피시방이 없어서 그냥 계속 갔어.

근데 뭐 아무 일도 없었음.


밤 늦게 새벽3시까지 있으면 

단체로 와서 시비걸 줄 알았는데

전혀 그런 거 없었음.


왠만하면 지들 게임하느라 바쁘고

오히려 구름과자 먹을 때 라이터 없으면 

먼저 라이터도 빌려주는

배려심 있는 놈들도 있었어.



피시방 1시간 가격은 

15바트(500원)정도로

한국보다 싸거나

거의 비슷한 편이야.


하지만, 컴퓨터와 인터넷 상태는?

진짜 쓰레기였어.

특히, 비 오는 날 천둥번개치면 인터넷 끊긴다?!


치앙마이 대학교 앞에 있는 피시방은 

같은 가격에 피시방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기계식 키보드에다가 사양도 좋던데...


그래도 주변에 게임을 할 수 있다는 

피시방이 있다는 걸로 위안을 삼았지.


나는 한국에서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을 주로 했는데

태국에도 있더라고?

그래서 바로 깔았어.


태국 게임 유저들의 수준은?

이기는 거 생각 안 하고 행복하게 게임하는 편이야.

5대5 단체 협동 게임에서도

팀의 승리보다는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지.

그래도 나름 재밌었어.


걔네가 욕하는 거 나는 하나도 읽을 수 없었거든.

한국에서는 부모님 안부 묻기 바쁜데

그거 하나는 좋더라.


피시방에서 5시간 정도 놀다가 

슬슬 지치고 배도 고파서 집으로 돌아갔어.

여기 피시방에서 집까지 가는 길은

꽤 멀고, 밤이 되면 굉장히 무서워.

그래서 처음에는 밤 10이전에 집으로 항상 돌아갔는데

정신없이 게임하고 나서 시계를 보니 새벽2시인거야.


택시타고 집까지 가는 돈도 아까워서

 그냥 혼자서 터벅터벅 걸어왔는데

가로등도 많고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은 것 같아서

 그 이후로도 그냥 좀비처럼 어슬렁어슬렁 

밤거리를 돌아다녔어.

쏘이 몰링은 생각보다 안전한 동네인 듯.


어쨌든, 게임을 마치고

들어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서

왕좌의 게임 보면서 먹고 있는데

누가 문을 똑똑 두드리는거야.


'뭐지? 찾아올 사람 없는데?'


그리고 문구멍으로 쓱 봤더니

이상한 꽃 같은게 있는거야.

그래서 영화에서 나오듯이 꽃 사이에서

칼이나 권총뽑아들고 위협하는 장면이 문득 생각나서

없는 척 하려고 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났어.


그건 바로 T

"J, 나야. 문 좀 열어봐!"

그제서야 나는 안심하고 문을 열었지.

T는 그 날이 발렌타인데이라

서프라이즈 선물로 꽃을 사들고 온 거였어.


T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쪽지를 붙혀 화분을 주었어.


"고마워, 근데, 꽃 따위로

내 기분이 풀릴 거라 생각했어?"


나는 T의 버릇을 고칠려고 좀 세게 나갔지.


"미안, 그래도 이렇게 내가 먼저 찾아왔잖아."


"흠, 이번 한 번은 봐준다.

잘 해라!

그건 그렇고, 이건 생화냐, 조화냐?"


이거 생화야! 잘 키워보라고!

너 환기도 잘 안시키니까

공기도 맑게 할 겸 선물로 사왔지"


"그래, 고맙게 잘 키우도록 하지.

오늘 발렌타인인데 초콜릿은 어딨느냐?!"


"초콜릿 대신 이건뎅?"


"헐... 무엄하도다!

잘못을 했으면 초콜릿도 사와야지!!"


"이따 사줄게~"


"초콜릿 먹고 싶으다

초콜릿, 초콜릿

남들 다 받는 기본적인 초콜릿

나는 태국에서 너 말고 받을 사람 없는데, 초콜릿

일도 안해서 의리 초콜릿도 못 받는데, 초콜릿

입에 넣으면 달콤해서 사르르 녹아버리는 음식, 초콜릿

받는다면 기분이 매우 좋을거야, 히릿"


"그거 랩이냐, 투정이냐. -_-

알았어, 가서 사오면 돼잖아!"


"서둘러라 캅" 


이렇게 억지로 초콜릿을 뜯어내고

사과도 받았으며 꽃도 받았지.

무엇보다 발렌타인데이라는 것을 앞세워

T의 기를 잡은 의미있는 날이었어.



오늘 글은 여기까지 쓸게!

담 편에서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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