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태국에서 아픈 경우가 생길 수도 있으니
아플 때 먹으면 좋은 것들에 대해서
가볍게 소개할게.
전 날 T가 심하게 아팠기 때문에
집으로 돌려보냈고,
아침에 연락이 다시왔어.
"J, 나 이것 좀 사다주면 안돼?"
"엉? 나 자다깼는데?"
"몸이 너무 아파서 나갈 수도 없어.
집에 아무도 없고..."
"흠... 알겠어. 뭐 사가지고 가면 돼?"
"그 때 너가 아플 때 먹던거..."
"아~ 그 세븐일레븐에서 파는거?
근데 종류 엄청 많잖아.
그냥 너가 검색해서 사진 보내주면
내가 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알았어, 지금 보내줄게."
그래, 이런 종류였어.
아플 때 편의점에 가면 냉동창고 쪽에
이런게 꽤 많아.
그 중에서도 맛이 가장 훌륭하고 비싼
'새우 완톤!'
국물이 정말 시원한게 술 깰 때 먹어도 좋고
밥에 말아먹어도 좋아!
저기 완톤도 새우의 식감이 상당히 살아있어서
씹을 때 새우의 파닥거림을 느낄 수 있지!
가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60바트(2,000원)정도 했던 것 같아.
저렴하진 않지만,
몸살, 오한, 설사, 복통 등 아플 때
죽 대용으로 나는 많이 먹었어.
저기에 반숙계란 하나 깨서
동동 띄어먹으면
캬~! >_<
탄성이 절로 나옴.
이른 아침부터 나는 택시를 타고
T의 동네로 이동했어.
그리고 내가 먹을 음식과
T가 먹을 새우완톤을 샀지.
나는 초딩입맛이라 소세지 종류를 참 많이 먹었어.
계산대 옆에 있는 따듯한 통에 놓인 소세지는
15바트 밖에 안하지만,
안에 치즈가 가득가득해!
핵 존맛임!
편의점에서 음식들을 다 데워서
한 보따리 싸들고 T의 콘도로 갔어.
생각해보니 T의 콘도를 들어가려면
혼자서는 못들어가잖아?
아픈 애한테 내려오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래서 경비원 얼굴을 슥 쳐다봤는데
내가 모르는 처음 보는 얼굴인거야.
일단 문 열어달라고 시도해봤지.
"안녕하세요 캅,
저기 문 좀 열어주시면 안될까요 캅?"
"엉? 여기사는 사람이냐 캅?"
"음... 여기 살진 않지만,
여자친구가 여기 살아요 캅
많이 아픈데 내려오라고 하기 미안해서요 캅"
"흠... 어쩌지캅..."
"일단 이거 좀 드세요 ㅎㅎ
앞으로 자주 뵐 것 같은데!"
나는 내가 먹기위한 쪼꼬우유를
내어주었고, 그 아저씨는 흠칫했지만
이내 받았어.
"음... 편의점에서 잔뜩 음식을 사가지고
온 걸로 보아 거짓은 아닌 것 같구만!
들어가라 캅!"
"캅캅!!"
나는 무사히 들어갈 수 있었지.
그리고 T의 집에 들어가서
다 죽어가는 T에게
음식을 멕여주고 물수건 얹어주고
땀도 닦아주면서 한 참을 간호했어.
한국 사람한테는 이런게 당연한거 같은데
태국사람들은 이게 당연하지 않은걸까?
이게 은근 감동 포인트인 것 같더라.
아픈 와중에도 감동감동 눈 빛을 느낄 수 있었음.
그러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
화들짝 놀랐는데 T의 엄마더라고!
나는 죄 지은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안달복달했는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T의 엄마는 '너네 뭐하고 있었냐'라는
기분 나쁜 미소를 씨익 짓더라고.
뭐 안했어요... 안 했다구요. -_-
나는 불편하기도 했고,
황급히 자리를 뜨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T가 내 손목을 턱 잡더니
"가지마" 라고 말하는 거야.
나는 당연하게 뿌리치며 한 마디했지.
"빠이빠이 캅, 이제 너네 어머니한테 간호 받으렴"
그리고 어머니께 약속있다고 양해를 구하고
후다닥 T의 집을 나갔어.
괜히 거기 있었으면 같이 밥 먹자면서
이런 저런거 막 물어봤을거야.
아마도 내가 직업이 없이 여기 왔으니까
내심 돈이 많은 집안이라고 생각해서
우리 집안에 대해 호구조사를 실시했을거고
나는 당연스럽게 '못 사는 집인데요?'라고 말했을 테지...
결국엔 서로 삔뚜 상해서
T 만나는데 지장도 있을 것 같아
그런 자리가 생길 때 마다 나는 피했지.
그리고는 집으로가서
언제나처럼 운동과 음악작업을 했어.
저녁을 혼자먹기 그래서
보컬 형에게 연락을 해보니
공항가기 전까지 시간이 괜찮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전 날 얻어먹은 보답을 하기위해
저녁을 사기로 했어!
메뉴는 쏘이몰링 로컬푸드지!
티나와 보컬 형은 우리 동네로 왔고
나는 굴다리 밑에 위치한 인기있는
한 식당으로 안내했지.
티나는 전 날 심한 갑각류 알레르기를
앓았기 때문에 오늘까지 잘 먹지 못했데.
그래서 소고기 구이, 닭 구이,
돼지고기 구이를 주문하고,
태국 현지 사람들이 먹는
샤브샤브를 시켰어.
짐쭘이라고 하는데,
태국식 샤브샤브라고 볼 수 있지.
무엇보다 비주얼이 멋있어서 좋아.
황토용기에 숯 불로 가열한다니!
뭔가 가마솥의 느낌도 나고!
가격도 150바트(5,000원)정도 밖에 안 할 껄?
둘은 먹어보더니
감탄을 금치 못했어.
국물이 말도 안되게 시원하고
건강해지는 맛이라고 하더라!
한식으로 비교하자면, 능이버섯 오리백숙이나
삼계탕 같은 느낌?!
실제로 몸이 안 좋을 때 이걸 많이 먹었는데
땀이 쫙 나면서 다음 날 말끔해졌었어.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그랬다고...
한 번씩들 드셔보셈들.
특히, 티나따거는 여태껏 먹어봤던
태국음식 중에 이게 최고라고 극찬했어.
먹는 내내 거의 그릇에 코 박을 정도로
집중해서 드셨고, 국물까지 싹 비웠어.
태국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만족스러워 하니까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더라!
식사 후에 나는 보컬 형과 티나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집 앞 쪽에 길거리 과일가게가 있는거야.
과일 안 먹어본지도 오래돼서 바로 샀지!
망고라고 해서 샀는데
덜 익은 망고와 더 덜익은 망고야.
맛 더럽게 없어.
어쩐지 가격이 엄청 싸더라...
소금설탕이랑 같이 주면서 찍어먹으라고 하던데
찍어먹어도 맛 없어.
둘 다 떫은 끼가 남아있어서
한 조각씩 먹고 그대로 냉장고로 직행!
이 삼일 묵혀서 다시 먹어봤으나
익기는 커녕 쭈글쭈글해지고 맛은 똑같아서 버렸어.
망고 종류가 다른 거인 것 같아.
후숙한다고 맛이 크게 달라지진 않더라고.
망고 싸게 판다고 가격에 낚이지 말고
한 입씩 먹어보고 사길 적극추천함!
오늘은 여기까지 쓸게.
행복한 추석연휴 보내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