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고덕에서 추노한 후
나는 심한 감기몸살에 걸려
몇 날 몇 일을 앓아누워야했지.
생각 이상으로 몸이 많이
망가져 있었나봐.
그래도 시간은 흐른다는 게 기뻤음.
조금만 더 기다리면
그토록 갈망하던 방콕행이니까!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992698335A2A60AD0E)
앓아누워있었을 때
옆에서 같이 퍼져있던
우리집 강아지 녀석.
저번에 방콕가서 4개월 있을 때는
이 녀석이 무척 그립기도 하고
걱정이 많이 되기도 했었는데
막상 돌아오니 나 없이도 잘 살고 있더라.
괜한 걱정한 것 같아서
이번에는 얘 생각 하나도 안하고
그냥 나도 재밌게 놀다 올다구.
방콕으로 떠나기 전
마무리해야 하는 것들이
몇 개 있었어.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996AE3335A2A60B436)
그 중 하나는 스쿠터야.
스쿠터 마후라가 떨어졌더라구-_-;
그래서 소리가 엄청 커...
소리만 들으면 람브로기니인줄...
오토바이 샾에 갔는데 재료가 없어서
고치지도 못했어.
일단 이대로 사촌동생네
아파트에 짱박아두는 걸로.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99FA00335A2A60B912)
두 번째로 머리염색과 헤어컷!
노가다의 기운을 품은 채 놀러갈 수는 없지!
평상시 흰머리가 많아서
새치염색을 할 겸 멋내기로
색깔을 넣기로 했어!
예비탈모인이라 있을 때
꾸며줘야 해!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99BD17335A2A60BD2E)
밝지 않게 해달라니까
알겠다면서 나 방치해두고 다른 손님
머리 깍아주고 감겨주고 세팅해주고 오니까
50분 지나있더라...
머리가 생각보다 엄청 밝아져 있어서
눈썹이랑 이질적이 되어버렸어.
뭐라하고 싶었는데
싸우면 질 것 같아서 그냥 참았어.
나이는 나보다 어린 디자이너인데
마인부우 비슷하게 생기셨거든.
그리고 가기 전
나의 그레이트한 노가다 모토이자
소장이자 친구인 곤이를 만났어.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99B519335A2A60C02F)
아니, 정확히는 곤이가 날 만나자고 했지.
이 녀석은 볼 수록 진국인게
친구 여행가는데 밥이라도 한 끼
사멕이고 보내야되지 않겠냐고
강남까지 와서 밥도 사주는 좋은 녀석임.
좀 감동해서 다음 현장에서는
녀석이 좋아하는
내 똥땀내 선물해주기로 함. ㅇㅇ
그리고 출발 1일 전
집에 마땅히 먹을 것도 없고
오토바이도 사촌동생네 아파트에
가져다 놓을 겸
동생에게 집에 먹을게 있는지 물어봤더니
소고기 있다고 해서 바로 달려갔지.
그냥 소고기가 아니라
블랙 앵거스!
집에는 이모부와 이모는 안 계시고
25살 먹은 순진한 그 녀석과 나 밖에 없었어.
"형, 스테이크 기깔나게 굽는데...
먹고 싶지 않아?"
"헤헤... 나 스테이크 좋아해..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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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추를 후추후추
소금을 소금소금
우리집 주방아님.
내일이면 한국 뜨니까
주방 개판 만들어놓음.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99D2BA335A2A60CC15)
사촌동생도 레어를 좋아해서
적당하게 잘 구웠쪙.
가니쉬로 양파도 구웠쪙.
자취경력 6년이면 이런거 다 할 수 있쪙.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9976CA335A2A60D11D)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짐을 쌌지.
챙길 걸 다 챙겼는데
내가 이렇게 옷이 없었나?
반팔 몇 개가 끝이네?
하... 뭐 입고 다니지..
에라 모르겠다 그냥 돌려입으면 돼지!
여전히 감기몸살 때문에
제 몸상태가 아니어서
가자마자 아플 것 같아
일찍 자리에 누웠어.
다행히 금방 잠들긴 하더라.
오늘 일찍 일어나
오랜 만에 부모님과 함께
간단한 아침식사를 했어.
이번이 두 번째지만
그래도 부모님은 못내 섭섭한가봐.
저번보다 짧은 두달 반인데 뭐!
금방 돌아오잖아?
가는 길은 형이 차 태워줘서
공항 리무진 타는 곳까지
편안하게 갈 수 있었어.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99A1E9335A2B7E2928)
형의 캐리어와 맨날 노가다만 같이 갔는데
이제는 외국도 같이 가보네?
덤으로 이쁜이 기타가방도
같이 달고간다.
잘 어울리는 한 쌍 같이 보여서
되게 흐뭇하네.
근데, 걱정이 되는게
에어아시아에서 기타 기내반입 안된다는
글을 읽어서 엄청 불안해.
진에어나 이스타항공, 제주항공은
다 들고탄 적 있는데
에어아시아만 안돼? 그런게 어딨어.
만약 못가지고 타게 한다면
품격이고 뭐고 노가다 포스 나와서
뚝배기 깰까봐 두려워진다...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99E6F7335A2B7E2933)
그래도 언제나 설레는
인천공항 가는 길.
가면서 내내 탑승동 공항 라운지를 검색해봤어.
거기서 밥을 먹을 거였거든!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9951AB335A2B7E292D)
드디어 도착 한 인천공항!
작년 이 맘 때 쯤에도
시험에 떨어져서 이 사진을 찍었더랬지.
기억난다. 기억나.
같은 사진, 다른 맘.
아주 그레이트 해!
캐리어 무게 체크를 했는데
든 게 없어보였어도 20kg 딱 되더라고?
뭐지? 내 힘이 센건가?
엄청 가볍게 들렸는데 왜 20kg야.
그것보다 문제는 기타였어.
발권해주는 사람이 매의 눈으로
기타를 쳐다보더니
"언니~!! 이 분 기타 가져왔쩌여!!
어쩌까염?!!"
와...
뭔가 되게 얄밉게 이르는 느낌이다?
좀 밉상이었어.
그래도 나까지 밉상으로 보이면
당연히 반입 안시켜줄 것 같아서
기타 번쩍 들어서 좌우로 흔들며
착시현상 일으켰어.
작아보이는 효과도 있을 뿐더러
상당히 귀엽게 보인달까?
언니는 고개를 내 템포에 맞춰
갸우뚱 거리더니
"자리 꽉 안찼으면 오케이야~"
하더라고~
아싸! 다행히 기타반입 성공!
모든게 해결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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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일사천리로 대한항공
칼 라운지로 입성했지.
언제와도 이 곳은 깔끔해.
게다가 고급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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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룡인들만 오는 이 곳인데
아무도 내가 에어아시아를 타는
보통 사람인 줄 모르겠지?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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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짜 밥 잘 먹겠습니다.
안 남기도 다 먹고 갈게요!!
음식 맛도 훌륭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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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재미있게 말했지만
이 장면을 노가다 들어가서
처음 일하는 순간부터
4개월 동안 계속 꿈꿔왔어.
대한항공 칼 라운지에 앉아
위스키 똭! 들이키면서!
캬! 이 맛이지 외쳐주고!
거만하게 다리꼬고 앉아서 !
거들먹거리고 혼자 토닥토닥
일하느라 수고했어!
하는 걸 상상했다고!!
진짜 힘들어도 추노하고 싶어도
바로 방콕으로 도망가고 싶어도
이거 하나 하는 걸 생각하며 참아왔었지.
그래서 지금 좀 보상을 받으며
방콕으로 떠나려고 해.
그 동안 한국살은 임시휴업하겠음!
2월 26일 이 후에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