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편과 같이

태국여자 T는 술 먹고 쓰러져서 

길바닥에서 토하고 자고 난리났었어.



그래서 다음 날 점심까지 좀처럼 깨어나지 못했지.

그리고선 하는 말이



"나 어제 어떻게 들어왔어?"



아... 얘는 뭘 믿고

낯선 나라에서 술 먹고 길바닥에서 뻗은거지?

혹시라도 내가 나쁜 사람이었으면

큰 일 날 수도 있었던 건데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말없이 그냥 전 날 사진을 보여줬지.

"이게 너야,

왜 남의 나라와서 민폐 끼치심??"


"지워-_-"


"미쳤냐. 그러질 말던가.

지워줄 생각 없어. 돌아가~"



아침부터 한 바탕 우당탕탕을 하고

우리는 나갈 준비를 했어.

T가 한국인 친구를 만나러 가기 때문이지

그 친구 분은 태국에서 T의 회사에 

인턴으로 근무하셨던 분인데, 

일 할 당시 친하게 지냈다고 하더라.




그 친구 분은 우리가 노량진에 묶는다는 것을 듣고

배려 깊게 자기가 노량진으로 오기로 했어.



우린 부랴부랴 스쿠터를 타고 노량진으로 갔지.

그리고 그 친구 분을 만났어.

나이는 잘 기억이 안나.

초면인데 이것저것 물어보기 그래서

못 물어봤지.



T의 주변 사람이라면 그래도 알고 싶은게 당연한거 아니겠음?

그래도 T의 회사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곳이니

되게 똑똑 할거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영어 겁나 잘하더라.



둘리 솰라솰라 대화하는데

뭐 알아듣지를 못하겠음.



그래도 이 분은 한국분이라

배려심이 깊었어.

대화 중간중간에 해석해서

내가 대화에 낄 수 있도록 유도해주시더라고.

마음이 따듯한 분이었음.



우리는 빙수 집으로 들어갔지.


.

데코레이션을 기깔나게 해놨더라고?!

돼지인지 쥐인지 모르겠지만

암튼 귀여웠어.



근데 T랑 T의 친구 분이

한 입씩 먹을 때마다

애 몰골이 점점 불쌍해지더라.



눈 알이 한 개 없어지더니..

다음은 귀가 없어지고...

이윽고 머리가 반토막 나더니 머리가 흘러내렸어.

실시간으로 워킹데드 보는 줄.



나는 맛있게 빙수를 하하호호먹는

가식적인 시간을 보내고

T와 나는 그 친구 분에게 인사를 드리고

다음 일정을 향해 떠났지.



다음 일정은 T가 그렇게

가고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동대문 DDP

동대문 디자인 플라워?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리 향했어.


오도바이 타고, 가면서 한강대교도 넘고, 남산도 스쳐지나가고

역시 노량진이 짱이야. 심지어 동대문도 가까움.

그리고 도책해서 동대문 DDP 근처에서 한 컷 찍음.



여기는 건물의 디자인 뿐만 예술적일 뿐 만 아니라

각양각색의 아트 전시가 많았어.

그리고 무엇보다

이 곳은 야경으로 유명한 곳이래.

그래서 일부로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렸지!


하나 둘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했어.

여기저기 구경하다가 갑자기 수 많은 사람이

몰려있는 곳을 봤는데

그 곳은 장관이었어.




수 많은 장미가 빛을 내고 있는 정원이 있더라고.

도시의 네온사인과 차가 빵빵거리는 소리 사이에서

이 곳의 장미만이 은은한 빛을 내뿜고 있으니까 

유독 더 이쁘게 보였어.





차가운 도시남자 흉내 중.

동대문이 이런 곳이었나?

내심 감탄함.


내 기억 속의 동대문은

중학교 2학년 때 중딩들 사이에서 

가장 옷으로 유명한 핫 플레이스였지.

밀리오레, 두타 등등



나와 내 친구들은 한 푼, 두 푼

소중한 용돈을 모아 옷을 사러 동대문에 갔었는데

쇼핑센터에 올라가자마자

팔에 문신한 형님들이


"어이 일로와바~ 옷 한번 보고가지? 앙?"


하는 소리에 어쩔 수 없이 들렸다가 

강제구매를 한 친구부터

안 사고 갔다가 

개쌍욕을 먹는 친구도 있었어.



그 중 최악은

혼자 화장실 간 친구였는데,

가다가 두 세명이 자기를 포위하더니

"야, 친한척 해라. 웃으면서 가"

말하면서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가더래.

그러더니 돈 뺏겨옴.




나는 다행히 동대문에서 그런 기억은 없어.

매 번 성공적으로 옷을 샀기 때문이지.

 어린 나이에 옷 판매하는 무서운 형들 상대로

가격 쇼부치면서 나시라도 한 장 더 뜯어냈던 기억이 나.



어릴 적엔 궁핍하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성격자체가 

뭔가 손해보는걸 싫어하는 성격인듯.



여튼간에 우리는

장미를 보고

T가 항상 먹고싶어했던

간장게장을 먹으러 갔어.



왜 하필 동대문에 와서 간장게장을 먹느냐고?

무한리필이거든.

일반 정식 집가면 말도 안돼는 가격에

쥐똥 만큼 주잖아.



그래서 그냥 무한리필 찾다보니까 

근처에 있어서 오게됐음.



여기야.

내가 한 결정 중 최악이었어.

역시 간장게장은 비싼 데서 먹어야하나?

처음 한 입 베어물 때

바닷물인지 간장인지 모를 정도의 짠 맛이 올라왔고

그 이후 비린 향이 쫙 올라왔어.


유일하게 먹을 만 했던 건 

등딱지에 밥 비벼먹는 거였는데

등딱지는 리필 안해줌.


T와 나는 먹는 내내 눈치를 봤지.

무한리필이라 돈 안 아깝게 먹긴해야하고

목구멍으로 넘어가진 않으니...

그냥 꾸역꾸역 먹어야 할 뿐이었어.



"이게 한국 온 외국인들이 강력추천하는 간장게장이야?

나랑은 안 맞는 것 같아..."


"니가 아직 한국문화를 잘 모르네!

간장게장이야말로 진정 한국음식이지!

먹어! 그리고 또 먹어봐!

그럼 언젠간 사랑하게 될 거야."




나는 T에게 진실을 알려주기 미안해서

대충 얼버부렸어.

'미안해. T 한국 간장게장은 그 맛이 아니야...'



T와 나는 염분과 비린내가 가득한

간장게장을 삼키기 위해

밥을 세 공기 먹어야만 했고

우리는 더부룩한 상태로 나오게 됐어.



그래서 산책을 좀 하다가 들어가기로 했지.

동대문 앞에 있는 청계천에 왔어.

여기만큼 좋은 산책로가 서울 도심에 있을까?

밤에 오니까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

사람들도 계단에 앉아 물소리 들으면서

도란도란 얘기하고



외국인들은 물에 발을 담가

이런 신비스런 분위기를 만끽하고!



T와 나는 산책로를 걸으며

서로의 비린내를 만끽했지.


"T, 정말 미안한데

너 저 쪽보고 말하면 안돼?"


"왜? 내 왼 쪽 얼굴이 더 이뻐서 그래?"



"아니 니 입에서

간장 똥 비린내 나.

부탁인데 말할 때 저 쪽 보고 말해라.

나도 밑에 보고 말하잖아"


"후~"


"왓더!!

하지말라고 냄새 X나 난다고!!!"


"끄윽! 후~~"


"이런 엠병!

해도 너무한거 아니냐?"


"이게 한국의 맛이라며?

아님? ㅇ_ㅇ?"


"하..."



진짜 산책하다가

T 입에서 간장게장 썩는 냄새나서

살인날 뻔 했다.

미안한 마음에 참긴했지만

트림은 좀 아니잖아...



제일 평화롭고 행복했던 순간은

T를 뒤에 태워

노량진으로 가는 순간이었을 거야.

그 순간은 대화하면서

냄새 안 맡아도 되니깐.



집에 들어가기 전에

썩은 간장게장 냄새를 중화시키기 위해

무언가가 필요했어.



"T, 다 너 먹어라.

그리고 이 딱고 와..."



이렇게 우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간장게장을 먹게 되었지.



그리고 최근에!!!

T가 간장게장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물어보더라고!



"J, 얼마 전에 한국 미슐랭 3스타로

간장게장이 선정되었다는데 사실이야?"


"그.. 그렇대!"



"근데 우리가 먹은 간장게장은 

그렇게 맛있지 않았잖아?

미슐랭 그거 다 거짓말 아니야?"



"아하하.. 사람 입 맛이 다 같을 수가 있나.

적어도 우리는 안 맞나보다

나 태국 갔을 때 뿌팟퐁이나 같이 먹자"



아직도 간장게장은 맛 없는 음식이라고

믿고 있는 T에게 미안하다.

돈 많이 벌면 비싼 간장게장 정식 사줄게...ㅠ


이번 편은 드디어 내가 태국에서 T에게 받았던

설움을 대폭발 시키는 날이야.




T의 생일파티에 가서 외톨이가 되었던

설움을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T에게 보여주고 싶었어.




전 날 이태원가서 헤어지네 마네 했지만, 

오늘을 위해서 잘 참았어.

나는 T를 내가 사는 동네인 의정부에 초대하기로 했고,

내 친구들을 소개해주고 싶었어.



물론, 내 친구들에게도 

내가 느꼈던 설움에 대해서 설명을 해줬고, 

누구든지 T의 앞에서 영어 뿐만 아니라

외래어를 쓰지않기로 입을 맞췄고

규칙을 어기는 놈은 맞기로 했지.

오늘 밤이 상당히 기대되었어.




우리는 의정부 가기 전까지 집에서 뒹굴뒹굴 있다가

바람도 선선하니 공원에 가고 싶어졌어.

그래서 스쿠터 타고 슝~

여의도 한강 공원에 갔지.



의정부 주민 입장에서는

여의도 공원 가는 게 일인데

노량진에 있다보니까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한강이 있더라고?



이런게 진정한 서울 시티즌인가??



우리는 한강을 천천히 거닐며

평화로운 기분을 만끽했지.

어제의 싸움따윈 오래 전 일처럼 느껴졌어.


하지만, 오늘 생길 사건에 대해선

일말의 연민은 없다.

다 네가 자초한 일이니...



우리는 여의도 산책을 마치고 나서

숙소로 돌아와서 간단히 밥을 먹고

의정부를 향해 출발했어.



노량진에서 의정부는 꽤나 먼 거리지만,

T랑 둘이 얘기하면서 오니

금방 오더라구.

도착해서 의정부의 명물인

신세계 백화점과 소나무길, 분수대를 보여줬어.

그리고 약속시간이 되어

약속장소로 이동했지.




우리가 가기로 한 곳은

의정부에 있는

무한리필 칵테일 바였어.



인테리어와 조명이 깔끔하다.

이름은 B-LAB 이라고 하는데

홍대에도 있대.



주인이 개발한 칵테일로

상을 받았다나 뭐라나?



친구들과 내가 칵테일을 좋아하는 이유는

'술을 맛있게 먹자'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

소주같은 경우는

공업용 알콜 같은 맛이 나서

취하려고 먹는 기분이 드는데



소주와 달리 맛있는 술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짐과 동시에 서서히 취하니까

그게 좋더라구.



내 친구 O와 B가 이윽고 왔고,

나는 T를 소개시켜줬어.

물론, 한국말로...

이 때부터 시작되었지.


우리는 T에게 한국말로 여러가지를 물어봤고,

그 때마다 T는 어버버거리면서

허둥지둥하더라.


물론, T가 영어로 말했지만

우리는 한국말로 답했지.

그 때마다 나는 T에게 깐죽거렸지.


"T야, 어때? 이제 내 느낌 알겠냐?

친구들 앞에서 우리끼리만 말하고

내가 통역도 안해주니까 어떠냐?

서럽지? 케켁케 서러울 거다!"



"아닌데? 재밌는데?

전혀 상관없는데?"



누가봐도 T는 빈정이 상해있었지만

자존심 때문인지 아니면 지난 날 자기가 했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부로 괜찮은 척 했어.



그리고는 우리가 대화에 안 껴줄 때마다

마가리타와 진 토닉을 시켜서 원샷을 때렸지.

그 때마다 우리도 지기 싫어서 같이 원 샷을 때렸어.

한국 남자의 위엄을 보여주기 위해서였지.



친구 B는 비랩 전용 칵테일을 주로 먹었고,

친구 O는 스크류 드라이버 성애자라

그것만 14번 먹었어.


하도 원 샷을 많이 때리니까

나중엔 바텐더가 3잔씩 미리 말아놓고

대기하고 있었어.



이윽고, 내 고등학교 후배 K가 왔어.

이 녀석은 해기사로

배 타는 녀석인데, 마침 배에서 내려서

의정부에 오는 참이래서 불렀지.



고등학교 후배가 오고 나서도

T의 한국어 참교육 교실은 흥행이었고

시간이 갈 수록 T는 지쳐가며 우울해하기 시작했어.



"이제 너의 잘못을 인정하겠어?"


"이제 그만해!! 미안해. 미안하다고!!

네가 이런 기분인지는 몰랐어

네가 내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앞으로 꼭 신경쓸게"



"그 말 잊지마라.

만일 다시 한 번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내 친구들은 언제든 나타나서

널 괴롭힐 준비가 되어있거든"



T에게서 미안하다는 말이 나오자마자

나와 내 친구들은 상당히 흡족해했지.


그 이후로 우리는

T를 위해 영어를 사용했고,

하하호호 웃으며 

지옥의 7연속 샷먹기 게임을 했지.

우리는 바 안에서 제일 재밌게 놀았어.



그 안에는 미군들도 있었는데,

영어를 쓰면서 재밌게 노는 걸 

보더니 같이 끼고싶었나봐.


그래서 우리한테 와서 

'너네 재밌어보인다'

 그러길래

일단 보드카 샷으로 한 방 먹게했어.



그리고 짠 몇 번 더 했는데

그만해야하는 선을 모르고

'계속 같이 놀자~'

이러면서 안 가는 거야.

상당히 처치곤란했어.



그 때 T가 흔쾌히 오케이 하는거야. 

그래서 조금 빡쳤어.



T는 미국의 유학경험이 있어서

그에 대한 부심 또한 있어.

영어 쓰는 상황이 오면

물 만난 개 처럼 학학 거리며

"내가 배운 영어 뽐내야지!"라는 경향이 있어서

가끔 눈치없게 행동해.



게다가 이 전에 한국어 참교육을 했으니

얼마나 영어가 쓰고 싶었겠어.



하지만, 이 행동은 상당히 무례했어.

그래서 귓속말로

"네가 무슨 권리로 내 친구들을 소개시켜주는 자리에서

동의없이 저딴 녀석들이랑 같이 노는걸 콜하는데?

미쳤냐? 술 먹었어도 좀 자제해라"

가시 돋힌 말을 하니

그 때서야 분위기를 파악하더라고.






미군들한테는 내가 정색하면서

"오늘 우리 되게 오랜 만에 만나서

노는 거라 이제 우리끼리 놀거야.

너네는 너네 자리로 돌아가렴"

말 했더니 눈치 빠른 녀석이

눈치 없는 녀석 데리고 가더라고.




그 이후로 친구들이랑 T랑

다 같이 잠시 바람을 쐬는데

눈치 빠른 미군녀석이

내려와서 T에게 말을 걸더라고?



들어보니까 자기 친구들도 취한 상태라

눈치없게 행동했다고 미안하다고 하더라고.



근데 친구 O녀석은 그게 굉장히 거슬렸나봐.

다짜고짜 다가가서 그 미군한테 

한국말로 쌍욕을 퍼붓더라고.


그 양놈은 떡대가 거의 레스링 선수만큼 넓었고, 

친구들도 마찬가지로 근육쟁이였어.


나는 일단 친구 O를 말렸지.

하지만 O는 뿌리치며, 미군에게로 달려갔어.


"이런 $@%!@%, 뭐 하는 짓이냐?

맞짱 한번 뜰까?"


"왜 그래? 진정해봐.



"!#$^#$%새끼가 내 친구 여자친구한테 찝적대는데

그걸 어떻게 보고만 있냐"



"아니야. 쟤네 영어로 사과하는 거야.

아까 눈치없게 굴었다고"



"아닌 것 같은데.

아까도 니 여자친구 계속 쳐다봤어."



"일단 내 생각해줘서 너무 고마운데

오해야 오해!"



일단은 잘 말렸지만,

그 미군은 공포에 덜덜 떨고 있더라고.



 O가 특이한 헤어스타일을 해서

독특한 풍채를 가지고 있는데

거기에다 술 취했기 때문에 눈풀린 얼굴로

욕하면서 얼굴부터 들이밀었어.



그런 사람 앞에서

안 쪼는 사람이 어딨겠어.

그래도 고마웠지.

날 생각해서 한 행동이었으니까.



일단 미군한테는 미안하다고,

친구가 많이 취해서 오해한거니

이해바란다고 하고 우리는 빨리 자리를 떴어.



나는 오늘 와준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보냈고,

T와 나는 지하철이 끊기기 전에

노량진으로 가야만 했어.



그런데 문제는 

걷기 시작하니까

세상이 흔들리는 거야.



우리 둘 다 엄청 취해서

비틀거리면서 겨우겨우 

의정부 역으로 갔어.



우리는 다행히 막차를 탈 수 있었고,

술이 취한 T는 잠들었지.

나는 잠들 수가 없었어.



내가 잠들어버리면 집에도 못 가고

종착역까지 가게 될 건 뻔한데...

정신바짝 차리면서

졸음을 몰아냈지.



그 때 옆에서 소리가 들렸어.


"우웍! 우워워억!!!!"


옆을 돌아보니 T가 토하고 있더라고.

남의 나라에 와서 이게 무슨 짓이야?!

게다가 유명한 인터네셔널한 곳에서

근무하는 여자애가!!



근데, 나도 제정신이 아니어서

그 상황이 너무 웃긴거야.

등을 뚜드려주며 나는 미친듯이 웃었지.

그리고 토한 뒤 눈물을 닦는 

T를 또 놀렸던 걸로 기억해.



토한 T는 이내 다시 잠들었고,

나는 T의 구토물을 치웠어.

다행히 가방에는 gs봉다리와 휴지와 물티슈가 있었어.

근데, 치우다 보니까 너무 아까운 거야?

그래서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지.

더러워서 올리진 않을게...


한국 지하철 안에서의 외국인 민폐녀라고

언제 페이스북에 올라와도 이상할 것도 없었지만,

다행히 막차라 사람이 없었어.



비난 받을 짓은 했지만, 그래도 내가 다 치웠고, 

다음 날 일어나서 남의 나라와서 뭐하는 짓이냐고 

충분히 혼냈으니 뭐라하진 말아주셈.




구토물을 열심히 치우고 난 후

나도 취기가 절정으로 올라와서

잠이 안 들 수가 없었어.


"어? 잠온다...

이러면 안돼는데?

안돼는데... zzz"


일어나니 누군가 나를 깨우고 있더라고.


"저기요? 일어나세요.

여기 종점이에요.

내리셔야 해요."



"에? 여기 어디에요?"


"광운대 역 입니다.

모든 지하철이 종료 됐습니다.

내려셔야 돼요.



나는 T를 끌고 나왔지.

T는 마치 시체였어.

온 몸에 힘이 없이 축 늘어졌고

가뜩이나 무거운 T의 몸뚱이가

몇 배로 더 무거웠어.


그러다가

"어이쿠!!!"


너무 무거워서

중심이 안 잡혀 같이 넘어졌어.

T는 울상을 지으며 신음소리를 냈어.



"끼에에엑...

힝... ㅇㅏ파...

우욱! 우워러러럴럴!$#^#$#"



T는 엎어진 상태로 다시 한번 토하기 시작했어.

살아생전 옆으로 토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다행히 등을 세게 두들겨줘서

목에 구토물이 걸리진 않았음.


"T... 얼굴 좀 치워봐."

그래야 닦을 거 아니야...

히에에엑!! 얼굴에도 다 묻었네"


나는 T의 구토물을 치운 후

군대에서 배운 부축법으로 

T를 엎으려다 다시 한 번 넘어지며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지...


'나는 T를 업을 수 없다...'



나는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어.

나를 깨우고 가까이서 모든걸 지켜보던

20대 초반의 공익 분.


"저기요. 저 좀 도와주세요"


"어..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같이 좀 들어주세요.

하나 둘 셋 하면 같이 일으키는 거에요?

하나, 둘, 셋!"



"어이쿠!!!"


단말마의 신음을 내뱉은 공익의 이마에서

송글거리는 땀을 볼 수 있었지.

그 때 도와주셔서 무사히 집에 잘 도착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공익 분의 도움을 받아 나는 택시 안으로

T를 구겨넣을 수 있었어.

그리고 행선지를 말하고

이내 눈을 감았지.



"저기. 학생양반!

일어나슈! 여기 노량진 말씀하신데 맞죠?"


"아..예 맞아요"


택시비는 많이 나왔지만,

좋은 기사님 덕분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서 다행이었어.



이제 T랑은 왠만하면 술 안먹으려고...

주사가 영 꽝이야.

다음 편에서 보자!



이 날은 조금 특별했던 날 같아.

이태원에 가서 즐거운 추억을 쌓는 대신에

내가 T에게 결별선언을 했거든.




이 날은 별 반 다를 것 없이

하루를 보냈어.

전 날 펜션에 갔다와서 피곤했기 때문에

우리는 늦게까지 잠을 잤고

친구의 자취방에서 뭉개며

오순도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


해가 중천에 떠도

그냥 방에서 뭉개기!

특별한 것은 없지만, 이런 소소한게

하나 둘 추억이 되가는 느낌이 좋았어.



오후 세 시쯤 우리는

배가 고파서 노량진 역 쪽으로

슬슬 걸어갔지.


몇 번 지나가다가 본

점심특선 메뉴가 있었는데

맛있겠다 싶어서 들어갔어.



대패 삼겹살 볶음인데,

인당 5천원 정도 했던 것 같아.

아무래도 고시생들이 많은 도시이다 보니

가격이 아주 합리적으로 형성되어 있어.

맛도 그럭저럭 먹을만 했구.



안에는 사람들로 붐비고

고기 굽는 열기로 가득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겉 옷을 벗었어.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땀 범벅이 되는 것 보단 낫지!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영화를 보았어.



나는 T를 위해 항상 태국어 자막이 있는 영화를 찾는데

그리 유명한 한국영화가 없더라구...

한 참을 웹 서칭하다가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태국자막이 있는 것을 발견했어.


그 영화의 이름은

'악마를 보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성대모사가 있는 영화야!



최민식이 중학생 여자를 겁탈하기 전에 하는 대사 中

"야 아저씨가 너 좋아하면 안돼냐?

내가 너 좋아할 수도 있잖아!

이런 세상 X 같은 것들이 나한테만 지X이야?!"


술 자리에서 이거 한 번 해주면

인기폭발함.





여튼, 이 영화는 이병헌과 최민식이 나와서

혈투를 벌이는 영화야.

보다보면 누가 악마인지 모르게 되는 것이

포인트지.



보통의 태국인들이 공포영화를

잘 못보는 것처럼

T도 공포영화를 못 보는 편이야.



그래서 보기 싫다고 징징대길래

공포영화가 아니고, 스릴러라고 타일러서

겨우 같이 봤어.



하지만, 보고난 후로 공포영화보다

더 무섭다며 내 등 짝을 후렸지.



영화를 보고 난 후 우리의 일정은

화려한 저녁을 먹고, 이태원 클럽에 가서 노는 거였어.

이 때 만큼은 부자 부럽지 않게 놀 수 있다고 생각했지.



저녁식사 메뉴가

참치였거든.

T가 태국에 있을 때

형이 참치집에 데려가 밥 사줄 때마다

T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자랑하곤 했었거든.



그래서 T가 한국에 온다면,

비싸지만 참치는 한 번 먹여줘야한다고 생각했었어.

우리는 참치를 먹고 이태원에 갈 거였기 때문에

준비를 한 번에 하고 갔어.


"T, 너 샌들 안될텐데?

다른 신발 있잖아.

그거 신는게 어때?"


"말도 안돼.

여자는 샌들 되거든?

그리고 이거는 디자인이 이뻐서 괜찮아"


"안될 거 같은데...

그래 네 맘대로 해라.

일단 가자"



우리는 클럽 갈 준비를 한 채로

스쿠터를 타고 이동했지.


우리는 참치 집에 도착했어.

클럽 갈 차림이라고 해봤자

T는 가디건, 나는 렌즈 낀 것 밖에 없지만...

이게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꾸밈이라 미안하다...




우리는 제일 싼 가격의 참치를 시켰어.

이왕 사주는 거면 좋은 거를 사주는 게 좋지만,

전 날도 내가 사줘서 돈이 좀 빠듯했거든.



T가 메뉴판을 볼 때 '뭐 시킬거야?'라는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보길래

'그냥 주는대로 처드셈'

눈 빛으로 응수해서 제일 저렴한 거 시켰어.

그래도 인당 3만원이야...흑흑




내가 사는 거니까

많이 먹어라!

먹다 죽을 정도로 배에 담아가거라.

내가 뭔가를 사줬을 때는

아깝지 않게 먹었으면 좋겠어.



한 두입 먹고

'아~ 배부르다'하는 사람한테는

다시는 음식 안 사줌.



다행히 T는 태국인치고 식탐이

엄청 많은 편이라

눈 한번 깜박일 때마다

회가 사라져있더라고.

기특한 것.




이것은 내가 좋아하는 별미

메로구이인데

기름기가 장난이 아니야!

간장소스로 구워서 향도 훌륭하고!!



T에게 한 입 줬을 때

맛있다고 다 먹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기름기가 많아 호불호가 심한 음식이라

다행히 내가 다 먹을 수 있었어.




우리는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치고 난 후

이태원에 도착했지.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었어.

T가 크고 무거운 핸드백을 들고 다닌다는 거야.

클럽 가는데!!



"T, 거기가 클럽 형식의 bar라 가방 맡기는 곳이 없어.

너 그거들고 들어갈 수 있겠어?

내 오토바이 수납공간 넓은데

거기에 넣어놓자."



"음.. 마음에 들지 않는데?

일단 넣지 뭐"



나는 T의 가방을 오토바이 안으로 넣었고

우리는 이태원 거리로 올라갔어.


"J, 그냥 가져오자

나 좀 불안해"


"흠... 알았어.

너가 불안하다면 가지고 다니는 게 맞는거지

돌아가서 꺼내오자"


우리는 방향을 전환해서

다시 오토바이 쪽으로 걸어갔고

T의 가방을 꺼내서 전달해줬어.



여기까지 아무 문제 없잖아?

근데 T는 섭섭하다며 말하는 거야.


"너 이게 어떤 가방인지나 알기나해?

비싼 건 둘 째 치고, 여기에 여권이랑

신분증 다 있어서 잃어버리면 곤란한데

그걸 거기에 두고 가자고 할 수 있어?"



"어?"



"내가 분명히 처음에 말할 때 싫은 티 냈잖아.

근데 그런 것도 못 알아채?"


"키 있어야 열 수 있어서 나름 안전해.

그리고 올라가면서 너가 말할 때 돌아왔잖아

뭐가 문제야?"


"그게 문제지!

한 번에 내 마음을 알아채주면 안돼?"



나 여기서 터져버렸다...

빼액!!


"야! 내 딴엔 너 무겁고 힘들고 지칠까봐

넣어두란 거라 한거잖아!

그리고 너 무겁다고 할 거 뻔한데 

그 때마다 내가 니 가방 들어줬잖아!



한 두번이야 괜찮지.

태국에서는 니 기 세워줄라고 일부로 들어준 것도 있는데

여기서까지 그러면 너무한 거 아니냐?



너는 내가 행한 배려를 어떻게

그따구로 알아처먹을 수가 있냐.

너 X나 이기적인거 알고 있어?



난 오늘 똑똑히 알았으니까

그냥 이 시간부로 그냥 남으로 지내자.

빨리 타.

너 노량진 데려다주고 난 의정부로 갈래"




"싫어 안 타."



"어 그래?

그럼 니 마음대로 해.

그래도 예의상 니 호텔은 잡아줄게.

오늘은 니 알아서 노량진으로 가서 하루만 자라.

내일 호텔 예약해서 주소 보내줄게.



"필요 없어"



"그러면 여기서 양키 애들 만나서 재워달라고 하던지

길바닥에서 주무시던지

잘 가라. 안녕."



T는 물러서지 않았고, 나도 그 말을 하자마자

홧김에 홱 하고 방향을 틀어 노량진 방향으로 갔어.

이동하던 중에

한강다리가 보여서 잠깐 멈췄어.



'이 다리를 건너면 진짜 영영 끝인데,

10분만 기다려보자'



10분도 채 되지 않아 T에게서

문자가 왔어.


그 때도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느냐' 등의 비난의 말이 담겨있더라.

나는 한 메시지만 보내고 그 이후로는 보내지 않았어.



"니가 잘못한 것 당장 사과하지 않으면

난 지금 보이는 다리 건너고 

용서도 안 받아줄테니까 마음대로 선택해라"



이런 초강수를 두었음에도 

T에게 10분간 연락이 오지않았어.

그래서 나는 T에게 '이미 강 건너서 가고 있고

행복하게 잘 지내라'는 문자를 보냈어.



물론, 나는 출발하지 않았고 이태원 구석에 있었지.

연락이 올 것이란 걸 알았으니까.

안 온다면 지 잘못을 평생 모르는 애니

만나선 안돼는 애라 그대로 헤어지면 되는 거고.



15분 쯤 지났을 때였을까?

T에게서 연락이 왔어.

하지만 읽지 않았어.

30분 째 T에게서 전화가 왔어.

역시 받지 않았어.



1시간이 되었을 때

T에게서 미친듯이 연락이 왔어.

그 때서야 나는 받았지.


"J... 미안해."


"뭐? 뭐가 미안한데?

우린 끝인데? 나 노량진에서 짐 정리하고 있으니까

다음 날 들어와서 짐 빼가라."


"다 미안해..."


"구체적으로 말해볼래?"


"너 배려를 무시하고, 내 생각만 해서

너 기분 나쁘게 한 것 미안해"



"이 얘기는 나중에 따로 하자.

일단 너 한국에 온 이상

안전하게 태국으로 보낼 책임은 져야하니까

다시간다. 20분쯤 걸릴거야.

빨리 갈거니까  오토바이 사고 안나길 빌어라"



나는 혹시라도 이태원에서 서성거리는

T에게 내가 아직 근처에 있다는 것을 들키면 안됐으므로

구석진 곳에서 20분의 시간을 때워야만 했어.


그리고 다시 T를 만났지.

T의 볼은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고

누가봐도 울려다 만 얼굴이었어.



"일단은 이태원에 즐기러 왔었는데

너 때문에 못 즐기니까

나 혼자라도 즐길거야.

따라오던 안 따라오던 마음대로 해.


이 말을 툭 던지고

나는 이태원의 유명한 펍인

글램으로 갔지.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생겼어.

나는 무사히 통과 되었지만

T는 거절당했어.


이유는 샌들이었어.


나는 다시한번 딥 빡이 쳤지만,

차분하게 말을 했지



"것 봐... 내가 말했지?"



"너 혼자라도 놀다 와"



T는 내 말이 맞음에도 불구하고

인정하기 싫었기 때문에

저런 말을 했을 것이란 걸 알고있었어.



하지만, 너무 괘씸해서 한 마디했어.

"어 그래^^ 그러면 나 좀 놀다 올게.

너도 어딘가에서 잘 놀고 있던지 말던지"



그래서 나는 글램 클럽에 혼자가서

미친듯이 춤을 추며 혼자 즐겼어.



분위기는 아주 좋았고

외국인들과 으쌰으쌰하면서 춤을 추고 있었지.

재밌게 놀고 있는 와중에 한 동양계 혼혈인이

다가와서 내 목을 잡고 춤을 추며 뽀뽀하더라고.



나도 그 순간을 즐겼지.

그러다가 무심코 혼자있는 T가 생각났어.

그리고는 여러 생각이 내 머릿 속에 떠 다녔지.



'일단 T를 버리고 순간을 즐겨!'

vs

'너 보겠다고 온 애인데, 안 좋게 끝나더라도

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는 책임을 져줘야지'



하...

결국 후자가 승리했어.

나는 미친 듯이 신호를 보내는 여자의

손 등에 살짝 뽀뽀를 해주며

쿨하게 댄티큐 손 짓을 보냈지.

그리고 한 마디 했어.

"See u later"



아마 그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쿨한 순간이었을 거야.

이태원 댄디큐 쿨남.

힝... 내 인생에 그런 날이 또 올까?



주변 사내들은 

'뭐야 쟤 왜저래?

분위기 좋아보였는데? 고자인가?'

라는 눈 빛으로 날 보더라.







나는 T가 어디있는지 연락을 했고,

T는 글램 바로 앞에 있는 바에서 

너무 즐겁게 놀고 있다고 했어.



슬쩍 문을 열어보니

아무도 없는 가게에 청승맞게 

훌쩍거리며

혼자 술을 시켜 먹고 있더라고.


"너 여기서 뭐하냐?"


"술 먹는다

재밌었냐?"


"완전 재밌었는데?

어떤 여자가 와서 나랑 같이 춤췄는데?"

(뽀뽀 당했다는 말은 안했다)



"같이 가지 그랬냐?"


"너 노량진 길 모를까봐.

집으로 돌아가자"



T의 시무룩한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내 빡침을 담아 최대파워로 볼을 꼬집어주니

한결 속이 후련했어.


이 때도 조금 삔뚜 상한 것이 남아있었지만,

다음 날 사건으로 인해 모든게 풀렸어.



다음 날 일정은 내가 꿈에도 그리던

한국어마을 : T 왕따시키기 프로젝트가 있었거든.

이건 다음 편에서 얘기할게.





이번 편은 태국여자 T가

추석 기간동안에 왔던 여행기 1편이야.




나는 T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어.



이윽고, T가 오는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고, 나는 용달을 불러 짐을 실었지.

집에서 사용하던 매트릭스, 이불, 후라이팬, 전자렌지,

컴퓨터, 식탁 등 다마스 차량에 실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실었어.



그리고 나는 용달을 타지 않고,

내 스쿠터를 타고 의정부에서 노량진까지 이동했지.

T가 머무르는 동안,

스쿠터로 여기저기 여행하고 싶었기 때문이지


오토바이

달려보자!!


하지만, 타고 가는 길은 위험천만했어.

퇴근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차들이 밀려있었고, 서울 진입구간은

말할 것 없이 복잡했어.



하지만, 서둘러야 했지.

 내가 도착하기 전에 용달이 먼저 온다면

직원은 나를 계속 기다려야만 하고

다음 용달을 못 나가기 때문에

다마스 vs 스쿠터의 암묵적인 레이스를 했지.




결과는??

나의 승리!!

내가 30분 더 빨랐다.

일찍 도착한 김에 다이소에 들려서

칫솔, 치약, 물티슈 같은 물건을 샀어.



아무것도 없는 방에 짐을 하나 둘씩

풀어놓으니 제법 사람사는 방 같은 느낌이 들었어.

모텔 보다는 깔끔하진 않았지만,

안락하니 신혼 집이라는 생각도 살짝 들더라.



물론, 절대 반지하에서 신혼을 살긴 싫지만

이나마도 지금 상황엔 감지덕지지.

집을 빌려준 내 친구 B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함.



모든 짐을 다 정리하고나니

T가 곧 비행기를 탄다는 메시지가 왔어.



"J, 나 비행기 곧 타는데,

내일 아침 10시까지 공항으로 와야하는 거 알지?"


"알았어~ 걱정마

아침 7시로 알람 맞춰놨어

우리 곧 본다! 신난다!!"



우리는 한 껏 격양되었지.

난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어.

한 참을 뒤척이다가 겨우 잠들었지.




시끄러운 알람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깼고, 후다닥 준비했어.

그리고 밖으로 나와

노량진 역으로 걷기 시작했어.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보였어.

대부분은 고시공부를 준비하는 고시생들이었어.

나도 같은 고시생인데

나는 추석기간에 놀고 있네?

잠시 자괴감에 빠졌지만, 우울한 것도 잠시였어.




노량진에 왔으니 명물인 컵밥을 먹으러 가야지!!

공부도 일도 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함인데

일단 먹고보자!!



컵밥

이것은 스팸참치마요인데, 가격이 3,000원 정도였어.

한 입 먹어보는 순간, 나는 천국을 보았지.

느끼하고, 자극적인 맛이지만 멈출 수가 없었어.



특히 마요네즈가 듬뿍 들어가서

고소함이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였어.

먹다보니 자주 먹다간 동맥경화 걸리겠다는 생각이 듬.




아침식사를 마친 후, 

나는 서울역으로 이동해서

공항철도를 탔어.




공항철도 군인시절에 참 질리도록 많이 탔는데...

나는 공군나와서 인천공항 근처에 있는 방공포대로

자대배치를 받았거든.

그래서 지금도 인천공항 갈 때마다

공항철도 타고 보이는 우리 부대 잘 있나 보면서 가곤해.




공항에 다행히 제 시간에 도착!

T는 이미 입국심사 끝나고 나와있더라고.

우리는 뜨거운 포옹을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지.



"J, 잘 지냈어?"


"나야 뭐 똑같지!

너는 잘 지내보인다?

살이 더 올랐네?!"



T를 안았을 때 전보다 더 푸짐해짐을 느꼈고,

그게 입 밖으로 튀어나와버렸어...

푸짐해진 팔뚝으로 맞으니까

더 아프다...


우리는 알콩달콩하게 얘기를 하며

지하철을 타고 노량진으로 이동했어.



"요즘 스트레스 장난 아니야.

상사는 엄청 쪼아대지,

엄마는 또 살쪘다고 구박하지.

난 여기 너 보면서 스트레스 풀러왔는데

네가 나에게 뭐라한다면

니 목숨은 보장 할 수 없을거야."



"아... 예

열심히 보좌하겠습니다!!"




캐리어 끌다

젠틀하게 캐리어도 내가 끌어줌.

누가봐도 T의 지금 덩치면 

캐리어 세 개는 끌 거 같은데.

강력한 팔 다리를 갖고 있음에도

연약한 여자로 보이고 싶은 맘 이해한다.



기특하게도, 저번 홍대 갔을 때 싸우고나서

뽑아준 가오나시 인형을 캐리어에 매달고 있더라.

매우 흡족해짐.




버스 타다

지하철 역에서 나와

우리는 버스로 이동했어.

가는 길이 험하다 험해...

친구 집이 노량진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서 걷기도 뭐하고 택시타기도 애매한 곳이야.




우리는 마침내 숙소에 도착하게 되었어.


"짜잔! T, 어때? 아늑하지?!"



"어.. 음.. 좋네...!"



"너 말하는데 굉장히 오래걸린다? -_-"


"아냐아냐, 안락하고 좋네!"


"야! 여기가 그래도 한 달에 40만원 짜리야!!

한국은 땅 덩어리가 좁아서

이런 방도 비싸다고!!"



"누가 뭐래? 난 만족해!"


태국인의 기준으로 한국의 원룸은 비좁았을테지

하물며 반지하라 습한 냄새가 훅 올라옴.

태국 기준으로 한 달 방세 40만원이면

수영장, 휘트니스 딸린 맨션에서 살 수 있으니까...




하지만 여긴 어디?!

한국!!!

한국에 온 걸 환영한다.

너는 한국인의 평범한 집에서 생활하게 될 거고,

그로인해 한국에 대해 더 알 수 있을거야.






우리는 간단하게 짐을 풀고

노량진 쪽으로 걸어갔지.

그리고 노량진을 구경하며 이 도시에 대해서 설명했어.



대한민국에서 공부하는 사람의 50%이상이

여기에서 강의를 듣고 시험 준비를 하는 곳이라고.

대부분의 사람들 얼굴에서 여유와 웃음은 찾기 힘든 곳이라고.





실제로 거리를 걸으면서 즐겁게 웃고 떠드는 사람은

나와 T 밖에 없었어.

여기 있는 사람들은 나중에 웃기 위해

현재의 행복을 속박하는 거겠지?

오늘만 사는 나와는 다르게 ㅜ ㅜ



T는 한국에서의 첫 식사메뉴로

떡볶이를 선택했어.

그래서 떡볶이 전문 레스토랑으로 들어왔지.


너 돈은 있냐? 하면서

내 지갑을 살펴보는 T

아무리 돈 없어도, 너 떡볶이는 사줄 수 있단다...




내 지갑은 메이커가 아닌 

문방구에서 파는 5천원짜리야.

허름한 내 지갑을 예전부터 T가 봐왔기 때문에

기특하게도 여행 마지막 날에 내 생일선물로

태국에서 주문한 지갑을 주더라고


떡볶이 기다리느라 심술난 T

난 개인적으로 떡볶이를 안 좋아해.

뜨겁고 매운거를 잘 못 먹거든.

그리고 떡의 식감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대신 다른 떡을 좋아하지.

응?




태국에도 중국 식문화의 영향을 받아서

떡과 비슷한 음식이 꽤 많아.

게다가 떡볶이는 달고 매운 소스로 이루어져있어서

많은 태국인들이 좋아하더라고.




떡볶이를 먹다

나는 치즈를 굉장히 좋아해.

그래서 위에 있는 치즈만 떠먹은 것 같아.

T에게 얌체라고 한 소리 듣긴 했지만...




어묵을 먹다

튀긴 어묵과 만두도 세트로 같이 나왔어.

가격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길거리에서 파는 떡볶이보다 훨씬 비쌌던 것 같아.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스쿠터를 타고 이동했어.

다음 목적지는 서대문 형무소!

남이섬을 가기 전에 했던 

약속을 지키러 가는 거지.





티켓을 사다

기대하던 서대문 형무소에 도착했고,

표를 샀어.

어른 두 명에 6천원이니

한 사람당 3천원이겠지?



서대문 형무소는 내가 어렸을 적에 

부모님이 한번 데려왔었는데,

어린 나이에도 기분이 썩 좋은 곳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지.

그 이후로 다시 찾아오진 않았어.





포스터를 보다

요즘 트렌드에 맞게 암살포스터가 입구에 있더라.

컴퓨터를 가져온 이유 중에 하나가

T와 같이 영화보려고 한 이유도 있어.

암살도 같이 보려는 영화목록 중에 하나!




입구로 가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래.

누가봐도 형무소임을 알 수 있지만,

건물이 너무나 잘 보존되었기 때문에 

안에서 상상을 뛰어넘는 고문이 

행해졌다는게 역설적으로 느껴져.


아직 자신의 상황을 잘 모르는 T

웃을 수 있을 때 많이 웃어둬라.

곧 우리 민족의 고통을 느낄 수 있을테니



형무소 안에는 영어로도 

설명을 보고, 들을 수 있게

잘 해놨어.



T는 한일합병이 된 배경을 배웠고,

한국인들이 어떠한 투쟁을 했는지 알 게 되었어.

일본 입장에서는 테러리스트였겠지만,

모든 한국인은 독립투사들의 투쟁활동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꼭 설명해줬지.




우리는 순차적으로 이동했어.

그리고 마침내!!

고문도구들이 있는 곳에 도착하였지.



족쇄를 보다

고문도구 사진이 이거밖에 없는데,

그 이유는 고문도구 중에 하나인 

관을 찾아서 흥분했기 때문이야.



관은 조선 사람들을 서있는 상태로

움직일 수도 없게 만들어 몇 날 몇 일을 

안에 있도록 하는 고문도구였어.



관 앞에 서자 T는 벌벌 떨었고,

나는 빨리 들어가라고 윽박 질렀지.


"J, 꼭 이거 해야돼?

나 이제 충분히 알았어.

미안해!"



"닥쳐!! 넌 한국의 역사를 소중히 하지 않았지!

그냥 넘어갈 생각없어, 어서 들어가!"


들어가기 싫다고 버티는 T의 등을 밀어서

우겨넣었어. 그리고 못 나오게 막았지.


"잘 못 했어? 안 했어?"


"잘 못 했어. 열어줘!!"


"친일파 좋은 놈들이야? 나쁜 놈들이야?"


"나쁜 놈들이야!! 문 열어!!"


"내가 고마워? 안 고마워?"


"하나도 안 고마워!"


"응~ 그럼 거기서 우리 민족의 한을 더 느껴봐

오늘 이 시간부로 너는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거다"



"고마우니까 문 열어!"



나는 문을 열어주었고,

T는 울상을 짓고 있었지.

이제 T를 남이섬에 데려가 꿈 같은 경치를 보며

행복 할 수 있겠다.


형무소 투어를 나온 후 잔뜩 삐친 T

태극기 앞에 서니 자랑스러운 일을 한 것 같아 뿌듯했다.

남이섬 가서 재밌게 놀다 오자^^




우리는 스쿠터를 다시 타고

동대문 쪽으로 이동했어.

동대문에 호스텔을 하루 잡아놨기 때문이었어.

노량진에서 가평 가는 방법보다

동대문에서 가평 가는 게 더 편하기 때문이지.




숙소에서 도착해서 저녁까지 쉬다가

우리는 종로로 이동했어.

지난 태국여행에서 내가 준 T의 귀걸이가

살짝 망가졌다고 하더라고?



산 거는 의정부였지만,

종로에도 매장이 있으므로

T의 여행기간동안 고치고자 이동했지.



우리는 종로에 도착했고,

샵을 찾으러 20분간 걸어다녔어.

하지만, 찾을 수 없었지.

어찌 된 영문인지 있어야 할 자리에

다른 가게가 있는거야.




그래서 고객센터에 전화해봤더니

명동지점으로 옮겨갔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또 명동으로 이동했어.


다행히 명동지점은 문을 열었더라고,

T는 부서진 귀걸이를 보여주었어.

직원은 A/S를 위해서 공장 쪽으로 보내야하는데

추석기간이라 추석이 끝난 후에야 받을 수 있을거라 했어.



어떡하지? 추석연휴가 끝날 때 T도 돌아가는데...

우리는 한 참을 고민하다가

내가 다음에 태국에 갈 때 가져다 주기로 했지.

그렇게 태국에 갈 이유가 한 가지 더 늘었네?





그 이후로 우리는 명동을 구경하다가

KFC에서 대충 먹었어.




그리고 T와 함께 오설록에서 차 한 잔 마셨지.


차를 마시다

가격이 비싸서 나는 배부르다고 둘러대고, 

그냥 관심없는 척 했어.

그래도 형무소 이 후로 

T는 눈치라는게 생겼는지

한 입 주더라.


형무소 참교육 짱짱.



그리고 우리는 다시 동대문 호스텔로 돌아갔지.

분위기 있게 버스 창가에 기대어

바깥을 바라보는 T

서울 시민 다 되었네.



이렇게 첫 날의 여정을 마무리했지.




다음 편에서 보자 :)


이번 편은 태국여자 T가 

대한민국의 명절 기간인 추석에 

와서 있었던 이야기의 에필로그야.





T를 보러 태국에 갔다 온 이후로

나는 다시 일을 하며 하루하루

한국에서의 평범한 일상을 이어나갔어.




학교에서 수업도 하고, 

틈틈히 임용고시 공부를 하며

밴드 녹음도 마무리 되어

공연도 했어.





공연


중간에 드럼이 '퍽' 소리를 내며 구멍이 뚫려버렸지만,

그래도 성공적인 공연이었던 듯 싶다.





뭐 요롬코롬 잘 지내면서 

T랑도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전화했지.



"T, 나 추석기간 동안에 출근 안 해~"


"추석이 뭔데?"



"한국의 그레이트 홀리데이야.

너 올 수 있으면 와라!

한국에서 태국가는 건 사람들이 몰려서 많이 비싸도

태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건 상관 없을 거야."



"그래?! 오케이 알았어.

상사한테 물어보고 일정 한번 맞춰볼게!

근데, 너 가족들이랑 같이 안보내도 돼?"



"괜찮아, 우리 친가는 돈 문제로 개박살나서 

형제들끼리 서로 안봐~

그건 그렇고, 너가 온다면

나도 성의를 보여야하니까, 

숙소는 내가 해결할게!"



"콜"




T가 한국에 와서 다시 재밌게 놀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들떴고 하루하루 추석을 손꼽아 기다렸어.

그리고는 추석 기간에 서울은 텅텅 비니까

어디 놀러가기도 편할거고, 

아마 방 값도 저렴할 거라는 생각을 했지.




근데 왠 걸?! 더 비싸잖아?

아무리 모텔을 싸게 장기로 쇼부쳐봐도

하루에 5만원을 불렀어.




 8박9일의 여행일정인데

방 값만 40만원 나가서

그냥 원래대로 반반 내자고 하려다가

좋은 묘안이 떠올랐어.



나의 한국친구 B가 노량진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그 녀석이 시험을 다 끝내고 방을 뺐다고 들었어.

그래서 바로 전화해봤지.



"B야, 너 방 계약기간 아직 남았냐?"


"응, 10월 초까지 계약기간인데?"


"나 거기서 열흘 만 살아도 됨?"


"그래도 되는데, 나 짐 싹 다 빼서

거기에 아무것도 없어"


"괜찮아, 괜찮아, 일단은 너네 집 좀 빌리자

밥 한 번 살게!!! 고맙다"



다행이었어. 

40만원이 0원이 되는 순간이었지.

물론, 반지하 원룸이지만 괜찮아.

한 번 가봤는데 몇 일 머무르기엔 부족함이 없었어.



'근데, 방에 아무것도 없다고 하는데 어쩌지?'



나는 곰곰히 생각했어.

이불도 없을 테고, 식기류도 없을 거고...

사기엔 비싸고 아깝고...

어쩐다...?






내 두뇌는 빠르게 회전했고,

나는 해결책을 찾았어.

답은 '용달'이었어.



나는 바로 용달업체에 전화해서

가장 작은 소형차인 다마스가 의정부에서 노량진까지

배달하는데 얼마냐고 물어봤지.



편도 4만원이래!!

그렇다면 T가 간 후 짐을 다시 빼야하니까

왕복 8만원돈으로 9일을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거임.



40-8=32 즉, 32만원의 이득을 취할 수가 있는 것이지.

'이불은 집에서 가져가고, 

후라이팬 같은 것도 챙기자

그리고 컴퓨터도 가져가야지'



나는 저렴한 가격으로 

최대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은 기쁨에 들떴어.



게다가, 노량진은 서울의 중심부라 

강남, 이태원, 홍대, 신촌과 같은

핫 플레이스를 가기에도 수유보다 훨씬 가까워서 

모든게 완벽하다고 생각되었어.



거기에다가 스쿠터까지 내가 끌고 간다면??

추석이라 서울 시내에 차도 없고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간편하게 슝슝 갈 수 있으니 금상첨화!!



나는 하나, 둘씩 준비를 하며 T가 올 날을 손꼽아 기다렸어.

그런데, 문제가 하나 터졌어.

T가 내 삔뚜를 상하게 한 거야.



어느 날과 다르지 않게 T와 전화를 하고 있었지.



"J, 나 남이섬 가보고 싶어"


"아 그래? 무척 아름다운 곳이지.

근데 아름다운 남이섬 가기 전에

관광지이자 한국의 우울한 역사를 알 수 있는

서대문 형무소에 갔다가 가는게 어떨까?



"싫어~ 무서워.

그리고 그런 역사를 왜? 

어차피 오래 지났고, 한국 잘 살잖아?

그냥 잊어버려"



"뭐? 그게 할 말이야?

내가 한국이 일본 식민지였다고 

몇 번이나 말했었는데?


우리 할머니가 그 때 살았었고, 

그거에 대해 지금도

눈물을 흘리시는데 어떻게 잊어 그걸.


우리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징집되는 꿈꾸면

자다가 소리지르고 그랬는데?

그걸 잊으라고 하면 잊을 수 있어?"



"아니 오해야.. 그런 뜻으로 말한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자기네 역사 아니라고 막 던졌구만

너네 집에 모르는 사람이 무단침입해서

칼로 위협하고 집안 물건 다 가져가면서

너네 가족 강간해도 나중되면 잊을 수 있어?"



"그런 말 한게 아니라니까!!"



"닥쳐!!! 안 가!!"



한국을 좋아하진 않지만,

할머니가 살았던 그 시대를 어려서부터 

듣고 자라왔던 터라 욱해버렸어.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사실상 외국인이 남의 역사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어.

아무리 들어도 겪은 일만 하겠나

하물며, 지배도 안 받아본 태국 애가

이런 슬픔을 이해 할 리 없지.



몇 날 몇 일을 T에게 꽁해있다가

결단을 내렸어.



"아무리 생각해도 안되겠어.

너 우리나라 역사 공부 먼저하고 가자.

안 그러면 안 가.


우리는 서대문 형무소 먼저 갈거고

거기 고문하는 관이 있어.

거기 안에 들어가서 5분 있다 나오면

남이섬 같이 가고 아니면 안 간다.

거기서 우리 민족의 

얼룩진 피와 고통을 느껴보렴."


그리고 여기 갔다가 가면 

남이섬이 더 천국같이 

이뻐보이는 효과를 느낄 수 있을 거야.






본 편에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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