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은 저번에 만났던

그 필리핀 국제학교 교사 여자애를

만났던 두 번째 이야기야.


그 다음 날 만나기로 약속하면서

겨우겨우 달래서 집으로 보낼 수 있었지.

근데, 미치도록 밤새 카톡 온다 -_-;


"우리 내일 뭐할거야? >_<?

우리 내일 뭐 먹을 거야? >_<?

나... 너랑 크크큭 >_<

아니야! 아무 말도 안할래! >_<"


어쩌란 거지...

적당히 밥만 먹고 빨리 집에 가야겠다.

일단 뭐 페퍼런치인지 뭔지

먹자고 하던데 검색해보니까

후추밥이더만?

한 번 쯤은 먹어보고 싶어서

일단은 페퍼런치가 있다는 라마9

포츈타워로 이동했어!

태국의 용산이라 불리는

포츈타워! 없는 거 빼고 다 있음!

근데, 가격이 좀 천차만별이라

잘 알아보고 쇼부치고 사야됌.

수리도 전문적으로 하는 곳 많은데

수리 비용도 천차만별임.

어쨌든 얘 만나서 같이 페퍼런치로 이동했지.

"사진이나 한 장 찍어줄겡"

"잠깐만! 샤라라 하지?"


"밥 먹을 때 머리 터는 거 아니다.

그러다 강냉이도 털림."

"너 무드 없다..."


'이 년이...

돈을 좀 내고 무드 없다고 하던가!

내 돈 내면서 내가 왜 니 무드까지 

챙겨야 하는 거지?!'


순간 노가다 독기가 올라올 뻔 했어.

그래도 태국왔으니까 이제 그런 독기 버리고

싸바이싸바이하고 젠틀하게

바뀌어야지!

드디어 밥이 나왔어!

근데 비주얼에 비해서 막상 먹어보니까

굴소스로 볶은 숙주나물에 튀긴 마늘

그리고 밥에 후추뿌린게 전부야.


이런 젠장.

이런 입 맛에 안 맞는 레스토랑에서

밥 값 내기도 아까운데

두 개 값을 내야하다니.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함.

360바트밖에 안 나왔거든.

한국 돈으로 12,000원 정도니

김밥천국에서 돈까스 하나 사줬다고

생각하니까 맘이 편하기는 개뿔!

360바트면 태국에서 내 하루 밥 값을 훌쩍 넘는데!


그래도 앞에서 얘는

맛있다고 잘 먹으니까 보기는 좋았어.

만약 지가 오자고 해놓고서

맛 없다고 투덜거렸으면

뚝배기 깼을지도...


어쨌거나, 밥을 먹고 가려는데

자꾸 앞에 있는 센탄 가자는 거야.

그래서 나 바쁘다고 했더니

왜 바쁘냐고 묻더군.



사실, 이 때 태국에 간 게

놀러 간 것도 있는데

태국 콘도 가격 알아보러 간 거임.

나중에 돈 벌면 하나 사고싶어서!


그래서 이 여자애한테는 앞에 콘도 보러간다고

둘러댔더니 자기도 따라가겠데.


'안돼! 이 년아...

그럼 콘도 에이전시에서 

우리 부부로 보잖아!'

라고 말 할 수 없어서

에이전시랑 약속 잡아논 미팅있다고

그럴 싸하게 말하고 후다닥 나왔지.


귓등 넘어로

"나 여기 센탄에서 옷 보고 있을게!

기다릴거야!"

라는 말이 들려왔지만 쿨하게 뛰어감.


그래서 그 쪽으로 간 김에

Belle 콘도 가격 알아보러 가봤지.

일단, 그럴 싸 하게 중국부자인 척 하면서

 메인 콘도에 있는 프론트 직원한테

콘도 가격 알아보러왔다고 하니까

명함 달랑 한 장 주더라.


"거, 여기 에이전시 없소?"

"에이전시는 이젠 없고 여기 명함에 있는

사이트 들어가면 됩니다^^"


핸드폰으로 그 사이트 들어가보니까

그냥 흔하디 흔한 태국 콘도 중개 사이트였어.

알고 보니까 콘도 공사짓기 전이나 바로 후에

분양할 때만 에이전시가 분양을 담당하고

그 이후는 부동산 매물 사이트에게 위탁을 남기고

에이전시는 빠져버리나봐!


어쨌든, Belle 콘도의 가격은

한국이랑 별 반 차이없게 어마무시해서

내 기억 속에서 바로 삭제해버렸어.

같은 돈이면 방콕 외각지역 콘도 세 개는  사겠네.


요롬코롬 땡 볕에서 왔다리갔다리하며

더위를 먹으니까 너무 지치서 

집에 가고 싶었어.

그래서 라마9을 통과해서 택시를 타러 가던 도중

그 필리핀 여자애 마주쳐버림...


"J! 한 참 기다렸잖아!

전화도 안 받고!!"

"아... 어...음... 바빴달까나?"


"우리 이제 어디가?"

"아 몰라, 나 집에 가고 싶어."


"나도 같이 가면 안돼?

엄마 친구 아직도 집에 있어서

가기 그래..."

"너는 진짜! 어제부터!!

엄마 친구가 왜!"


"따라가면 안 돼...?"

"더우니까 짱나게 하지말고

알아서 해"


기어코 택시를 따라 타더라...

내가 어이없어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는 우리 집으로

같이 가게 되었지.


아, 참고로 이 사진은

우리 동네 주민들 옷 벗고 

다닐 정도로 빈민촌이라고 하니까

안 믿는 사람들이 많아서 보여줄라고 찍음.


우리동네 아저씨들 다 이러고 다님.

게다가 방콕 한 가운데 위치해 있는데 

돼지도 키우고

닭도 뛰놀고 함!


어쨌거나, 그 여자애랑

방에 들어가게 되었어.

"우와! 이게 너 방이야?

진짜 깔끔하다!!"

"고.. 고맙다."


'아... 제발 발은 닦고 침대에

발 올려라... 하얀 색 시트잖니...'


그녀는 내 생각과는 무관하게

침대에서 방방 뛰놀더니

이내 엎어져서 잠이 들어버렸어.

처음 온 남의 집이 이렇게

편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안될건데...


어떤 면에선 대단함.

여자가 남자 집에서

침대에 누워서 자면 그린라이트 아니냐고?!

넌씨눈!!!


철칙을 어겨가면서까지

마법에 걸린 그녀를?

그리고 너무 심하게 성큼성큼 다가오니까

그것도 뭔가 의심스럽고 두려웠기도 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독자들 마음임.

어쨌거나, 새근새근 자는 그녀를

3시간 가량 냅두고 블로그 사진정리를 하며

블로그 일을 했었어.




그리고 배도 고프기도 했고 보낼 겸

깨워서 나가서 밥 먹자고 했지.

한컷 기지개를 펴더니

날 안고 귀에 속삭이더라.

"I love you"


순간 너무 놀라서

그 여자애 밀치면서 말했어.

입냄새가 훅 다가와서도 있지만

그 말 때문에 짜증났거든.


"쉽게 그런 말 하지마!

나는 너 안 사랑해!

그리고 너는 나한테서 

전 한국 남자친구를 찾으려고 하는 게

너무 뻔히 보여."


여자는 무안함에 쩔쩔맸지만

해야 할 말은 해야하는 성격이라

일단 지르고 봄.

그리고 가는 길에 있는

로컬 식당 갔어.

하... 결국엔 저녁밥까지 사는구나.

빨리 먹고 가라.

더 이상 호구잡히기 싫다...

까이양, 느어양, 커무양(닭, 소, 돼지목살 구이)

시키니까 220바트 나왔어.

우리동네가 저렴해서 다행이다.


밥을 먹고 랏차파록 에어포트 링크로

후다닥 데려다줬어.

"아하! 너네 집은 여기서 

저 골목으로 가면 돼는구나?!

기억해야겠다!"


순간, 섬짓했어.

뭘 또 와요! 보기 싫은데!

그 애를 보내고 나서도

계속해서 연락이 왔어!


"나 다음 주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 밤까지 시간 괜찮은데

나 또 너네 집 갈게!

내가 필리핀 음식도 만들어서 싸갈게.

그리고 그 때 나 마법 안 걸렸으니까...>_<"


"적당히 해라 진짜.

넌 눈치도 없니?

나 너 안 좋아하고

괜히 시간낭비 감정소비하기 싫어.

너도 더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길 바란다.

안녕!"


이 후에도 계속해서 메시지가

날라왔는데 차단함으로써

내 핸드폰은 평화를 찾을 수 있었지.

고자여도 상관없으니 너만 아니면 돼.


-다음 편에서-


이번 편은 

뭐 이렇다 할 건 없어..

그냥 치앙마이의 

소소한 일상에 대한 소개랄까?

별 재미는 없을 거여.

기대 말고 보셈.



"야, 오늘 저녁에 고질라가야 돼!"


"왜요?"


"파티할거래. 아놔... 귀찮은데."


"오 잼겠다! 

그럼 저번에 말한 것처럼

모닥불 피어놓고 기타 치면서

손에 손잡고 노래 부르는 거에요?"


"어... 대충 그런 분위기야.

찌밤 친구라서 간다."


음악에 문외한인 형은

참 투덜거리기도 많이 했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나로써는

이보다 더 좋은 일상은 없었지.


오히려 매일같이 반복되는 

리빙머신-웜업-록록 루트보다

반가웠어.


저녁8시부터 10시까지는

치앙마이 대학생들이 많은 곳

리빙머신!


10시부터 2시까지는

치앙마이 이쁜 여자들이 많다는

클럽 웜업 카페!


2시부터 4시까지는

클러빙을 끝내고 나온 이들과

맥주 한 잔과 담소타임!


처음엔 좋았지...

근데 이게 5일 이상 반복되니까

오장육부가 뒤틀리고

내장이 파열되는 느낌이었어.


아무래도 밤낮이 바뀌는 것도 그렇고

매일 같은 루틴만 하니까

몸도 좀 힘들었나봐.

이러한 와중에 친구들의 아지트인

고질라에서의 파티는 

내게 오아시스 그 자체였지.


약속시간보다 빠르게

우리는 고질라에 도착했어.

꼬니는 같은 밴드 멤버들과

분주하게 요리를 하며 파티준비에

정신이 없었어.


그래서 Z형과 기타 하나 들고

밖에 나와앉아

하염없이 기다렸지.


낮에 봤을 때는

폐가 같이 좀 허름해보였는데

밤에 조명키니 꽤 분위기 있는 걸?

장사 잘 됐으면 좋겠다.

지네 열고싶을 때만 연다는 건 함정.


친구들이 하나 둘 씩 모여들기 시작했고

요리도 완성되어가기 시작했어.

요리는 뭐 거창한게 아니라

계란과 치킨 윙, 돼지고기 조림과

같은 요리였어.


그래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맥주 한 잔과 친구들이 만들어준 안주를

먹으니까 꽤 맛있게 느껴졌어.


이렇게 하하호호 웃고 떠드는 와중에도

꼬니는 한 곳만을 

멍하게 응시하고 있었어.


그 시선의 끝에는

한 여자가 있었지.

올라라는 중국여자였어.

그녀는 대학전공의 실습으로 치앙마이에

태국 치앙마이에 오게 되었고

호텔에서 일하는 실습생이었어.


"헤헤, 꼬니, 뭐야뭐야?"


"응엉? 뭐! 왜! 왓! 아라이!"


"쟤를 보는 눈 빛이 심상치 않다?"


"아냐! 그냥 멍 때린 거야!"


"너 쟤 좋아하지?!"


"쉿! 조용히 해!"


"아, ㅇㅋㅇㅋ!

화팅구!"


그녀는 중국인스러운 외모보다는

일본인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어.

내가 그녀를 봤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그냥 동양여자구나 정도였어.

하지만, 건장한 태국남자의 시선으로는

얇고 여리여리한 흰 피부의 소녀가

얼마나 이뻐보였겠어!


"꼬니, Love your self 쳐보는게 어때?!"


"오! 그거 괜찮다!"


꼬니는 진심을 담아 

혼심의 힘을 다해 기타를 쳤어.

올라는 '우와 loveyourself다!'라는 눈빛으로

관심있게 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옆에 친구와 웃고 떠들더라고...


이 후로 세상에서 가장 슬픈

love yourself를 듣게 되었지...


이렇게 고질라에서

분위기 있게 술 한 잔 먹고

집에 돌아와서 마스크 팩이나 했어.

Z형은 피부에 관심이 없어서

마스크팩을 200개 사놓고 

한 개도 쓰질 않음.

나보고 맘대로 쓰라고 해서

덕분에 알차게 씀.


면세점에서 산 비싼 달팽이 마스크팩임.

어예. 피부 짱짱맨.

스킨이랑 로션도 Z형 꺼 씀.

비오템 쓰시던데, 좋드라구요.

덕분에 이 때 피부 많이 좋아짐요!


요롬코롬 자고 일어나서

Z형을 깨워 식사하러 가자고 했지.


"야, 오늘은 좀 별식 먹자!"

"뭔데요?"

"파란색 맛 나는 거 있어! 가자!"


여기는 치앙마이에서 엄청 유명한

안찬누들이라는 레스토랑이야.

파란국수집으로 유명하지!


물론 국수 뿐만 아니라 

밥도 파란색임!

색깔은 인공적으로 하는게 아니라

꽃에서 색깔 따서 하는 거래.

뭐 즙내서 하는 건가?

일단 신기하긴 함.


그리고 파란국수와

돼지등뼈 국!

난 태국 올 때마다 저 돼지 등뼈가

너무 좋아서 먹고 싶은데 이름을 몰랐어.

태국친구한테 물어봤는데

까두-무 라고 한다네.


한국 감자탕 집에서 먹으려면 

엄청 비싼데

태국에서는 보통적으로 

50밧(1700원)정도면 먹을 수 있어.


요것도 신기한 음료수.

파란색 국물 주스인데 레몬 즙짜면

보라색으로 바꼈어.

맛은?

보라색 맛 났어!!

달달한 그저그런 맛.


이걸 태국음식 후기에 써야하나

골똘히 고민했는데 너무 오래 지난 일이라

그냥 여기 쓰는 김에 같이 씀.

개인적으로 신기해서 한 두 번 가볼만 한 곳.

맛도 나쁘진 않음.

점수는 3.9/5


요렇게 먹고

역시나처럼 커피 하나 사들고

피시방으로 이동했지.

3시간의 피시방이 끝난 후 좀 출출했는데

여기서 인생 햄버거집을 찾았어!


Z형 집 도중에 길거리에 있는 조그마한

햄버거 집인데

가격도 엄청 싸면서 맛도 장난아니야!

재료도 선택 할 수 있고

토핑도 추가 할 수 있어!

대략적으로 30밧(천원)부터 

시작했던 것 같아.

재료 막 추가해도 100바트(3,300원) 안 넘어!


Z형 집에 들어와서

그냥 잉여휴식시간.

Z형은 미국드라마 모던 패밀리 시청 중!

영어를 엄청 잘하시는데

모던 패밀리로 배웠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영어 배울라고

모던패밀리 요즘 보는데

아무 생각없이 시즌 끝까지 다 보게됨.


영어실력은 늘었냐고?

똑같지 뭐. 

자막보고 잼나게 보는데 늘겠음?!

아직도 자막 끄면 영어로 

뭐라고 씨부리는지 모름.


요롬코롬 쉬다가

오늘은 다른 루트를 가자고해서

마야 몰로 갔어.

마야 몰 옥상에 있는 루프탑 펍인

OverDose를 가게되었지.

야경 끝내주더라.

가수들도 실력이 엄청 나.

근데 사진이 없어.

다음에 오버도즈에서 

찍은 사진있으면 올리겠음.


오버도즈가 끝나고

하나의 패턴이 되어버린 그 곳.

웜업으로 갔지.


언제나처럼 여자에게 말 거는 일 없이

기분 나쁜 좀비처럼 헤헤헤 거리며

이쁜 여자만 구경했어.

나름 젠틀하다고?


그리고 구름과자를 먹으러 갔는데

어떤 이쁜 여자 분이

라이터를 빌려달라고 하는 거야.

'어라? 이거 그린라이트 인가?'

그래서 빛 보다 빠른 속도로 라이터를

상납했지.


"데헷, 여기 있슴돠!!"

"Are u korean?"

"아, 예. 그런데요 캅"


"반가워요 카~

저도 아버지가 한국사람이에요 카~

혼혈 태국인이에요 카~"


"그래서 한국의 느낌이 있으셨구나 캅!

실례가 안된다면 라인 아이디라도

알려주세요 캅!"



라인아이디 주시긴 주시더라.

기념으로 사진도 같이 찍었는데

되게 괴기스럽게 나왔네.

실제로는 이뻤는데...


새로운 썸을 기다리는 떨리는 마음으로

쪽지를 보냈지.


"Hellow! 

I'm J"


"읽지 않음"


"Hellow...?"


"읽지 않음"


"Ah?"


"읽지 않음"


"똑똑똑...

거기 누구 계십니까?"


"읽지 않음"



좋은 로맨스였다...

이젠 놓아줄게.

안녕...


- 다음 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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