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태국 음식점은

BTS 살라댕 역에 위치한

나이멩 반미라는

중국식 국수 전문점이야.


우연찮게 이 쪽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사람이 북적북적 많아서

뭐지? 싶어서 일단 들어가봤어. 




가게 외부는 이렇게 생겼어.

살라댕 역 옆에 조그만한 식당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아서

비교적 찾기가 쉬울 거야.


들어가면 점원들이 열심히 국수를 삶고

요리를 하고 있어.

근데, 수 많은 유명인사들이 

이 곳을 찾았었나봐.

사진으로 벽을 도배해놨어.


마치 한국에 있는 유명식당에

수 없이 붙어있는 인기스타의 사진과

맛대맛! 생활의 달인!

이런 표지가 붙어있는 느낌이었어.


누군진 모르겠다.

여튼 자랑이라고 붙혀놨으니 

맛도 있을 거란 기대를 가지고 있었지.


내가 갔을 때는 평일 애매한 시간이었어.

아침과 점심 사이에

직장인들이 이미 출근한 시간이었는데

그럼에도 테이블이 가득해서

나도 모르는 사람들과 한 테이블을 쓰며

비좁게 먹어야만 했어.


메뉴는 이래.

최고 싼 음식은 49바트부터 시작인데

그냥 국수 따위가 왜 이렇게 

가격 선이 높은지 이해가 되질 않았어!


나는 머미무꺼라는 튀긴 치킨 국수를

곱빼기로 주문해서 76바트가 나왔어.


드디어 나온 국수야.

근데 이게 뭐여.

면은 기름만 살짝 발라놓고

간은 돼있는지 안돼있는지 

잘 분간이 안될정도로 싱겁더라.


그래서 양념으로 써서 

먹을 수 있는 게 있을까 싶어서 찾아봤어.

그래도 다행히 간장이랑 설탕이 있더라고.

어쩔 수 없이 간장과 설탕을 녹여 비벼먹었어.


한 참 자취했을 때 라면 살 돈 조차 없어서

사리면만 사서 간장+설탕+참기름 넣고 볶아먹었는데

딱 그 맛 나더라.

추억이 강제로 소환돼서 

간만에 추억팔이 할 수 있었어!


근데, 왜 내가 76바트(2,500원)라는 

거금을 들여서

이 맛을 느껴야만 하는 거야?! -_-

내 돈 주고 왜 내가 간장이랑 설탕 앙념을 제조해서

비벼먹어야 하지?


심지어 제일 노말스런 음식 

메뉴 추천해달라고했는데...

이거였음...

여튼, 덕분에 자취했을 때의 

기분을 느낄 수가 있었어.


내 개인적 평점은

3.2점이야!

아, 너무 후한가?

그래도 이 집 간장이랑 설탕이 맛있었거든.

다음 포스팅에서 보장!


이 날은 방콕의 히피 플레이스

카오산에 혼자 가서 

재밌게 놀고 온 이야기야!



전 편과 같이 콘도에서 공복 수영을 즐기고

T와 함께 우아하게 스테이크나 썰러갔지.

태국 거지가 왠 스테이크냐고 말하겠지만

누누히 말했다시피 태국은 고기 값이 무척 싸.

129바트(4,500원)정도면 돼지 스테이크나

저렴한 소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지!


태국의 고기 값이 싼 이유는

땅 덩어리가 넓어서 사육 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구축 된 점도 있지만,

일부 불교종파에서는 소고기를 금지시켜서

소를 잘 안먹어서 가격이 싼 부분도 있는 것 같아.

그리고 태국 소는 맛이없기로 유명해서

더 안 먹기도 하고.


어쨌든, 내 동네인 쏘이 몰링에서부터

승전기념탑(빅토리 모뉴먼트)까지

터벅터벅 걸어갔어.

거리는 걷기엔 애매하고, 

차 타기에도 애매한 거리야.


한 20분 걸리나?

근데, 땡 볕에서 걸을라니까

개지옥이었어.


가다보니 승전 기념탑 옆에

큰 공원이 있어서 들러봤어.

맨날 구글 지도 볼 때마다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저녁되면 운동하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가보니까 농구 코트가 없더라고.


난 농구를 굉장히 좋아해서

태국에서도 농구를 하고 싶었거든.


근데, 이곳은 그냥 넓은 부지밖에 없어서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 태극권하거나

에어로빅 하는 공원이더라.



이 공원을 지나 5분 정도 더 지나가면

승전기념탑이 보여.

그리고 승전기념탑 주변으로 해서

버스와 미니밴 터미널이 있어.

예전에는 파타야 가는 미니밴도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없으니까 참고들 하셈.


T에게 여기서 랑짓가는 미니밴도 있냐고 

물어보니까 있다고 하네.

다음에 갈 때는 롯뚜를 한 번 

이용해보겠다고 다짐했지.

내가 롯뚜까지 탄다면 진정한 로컬피플이 되는 거니까!


버스터미널을 지나 5분을 더 걸으면

큰 쇼핑센터인 센츄리 플라자가 보여.

우리는 그 건물 건너편에 있는

EAT AM ARE를 갔지.


이 곳은 현지 사람들에게 인기가 엄청 많은

나름 스테이크 하우스인데

가격은 말도 안되게 저렴해!


이건 내가 시킨 메뉴로

돼지고기 스테이크랑 생선까스가

동시에 있는 세트메뉴야.

가격은 139바트였어.(4,600원 정도)




T는 역시 돼지고기 스테이크를 

하나 딸랑 시켰는데

119바트였던가?

생각보다 양이 엄청 적게 나오더라고.

근데, 맛은 이게 더 있었음...


생각보다 적은 양에 입이 대빨 튀어나온 T

결국엔 사이드 메뉴 하나 더 시켰지.

나는 먹을 때 모자란 것보다

차라리 남기더라도 풍족한 것을 선호하는

가정에서 자라와서 양 적게 먹으면 뭔가 짜증나.



지금 와서 이 사진 보는데,

죽빵 한 대 치고 싶다.

난 뼈빠지게 노동하고 있는데

사진 속에 저 놈은 먹을 거로 사람 약 올리고 있네.

저 녀석 혼내주러 방콕 꼭 간다.


어쨌거나,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콘도로 다시 이동해야만 했어.

여기까지 걸어오느라 

내가 땀범벅이 되어버렸거든.


씻고 옷을 갈아입고

좀 더 쉬고 나가기로 했어.

밖에가 너무 더워서

도무지 나갈 엄두가 않나더라...


역시 방콕에서는 

해 떠있을 때는 나가는 게 아니야.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나는 음악작업을 하고

T는 유투브를 보면서 놀았어.


드디어 해가 졌고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어!


여기가 우리 동네야.

고속도로 굴다리 밑에 형성된 마을이야.

밤에 불 다 꺼지면 엄청 위험한 빈민가인 줄 알았는데

거지처럼 다녀서인지 별 탈 없이 무사했어.


무엇보다도 이 동네의 들 개들이 온순한 편이라

밤이 되어도 위협적이지 않아서 좋았어.


이 마을을 들어오려면 인터체인지 밑으로 빠져야 하는데

굴다리 밑이라 GPS도 소용없고

네비게이션 켜도 길이 줏같이 되어있어서

초행길인 사람은 찾기 힘들게 되어있지.


우리는 터벅터벅 걸어서

택시를 탈 수 있는 큰 길로 나갔어.

그리고 BTS 아리 역으로 이동했어.

저녁도 먹을 겸 T가 잘 아는

마사지 샵이 있다고 가자고 했기 때문이지.


점심을 기름지게 먹어서인지

별 음식 생각이 안나더라.

그래서 그냥 아무거나 좋다고.

니가 먹자는 거 먹겠다고 말했어.



이 때는 몰랐지...

완전 후회했어.


먹자 골목에 형성된 

길거리 식당에 오게 되었는데

국수 전문집이었어.


메뉴판을 봐도 잘 모르고 하니까

그냥 아무거나 시켜달라고 했지.

결과는?


하... 오뎅이다...

글 읽은 사람은 알겠지만,

난 어묵을 무척 싫어해.

작년에 태국에서 어묵만 죽도록 먹었던 터라

어묵에 대한 거부감이 아직도 심해.


게다가 음식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색깔인 핑크색이 있어...

그것도 꾸덕꾸덕한 점성이 강한 핑크...


처음 봤을 때의 비주얼은

텔레토비 애들이 주식으로 먹는 

색색깔의 진흙죽이 떠올랐어.


이걸 과연 먹을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용기내어 입으로 넣어봤지.


오?!

오오?!

오오오?!!!!!!


퉯!!!


고든램지가 이 식당을 한 번 찾아가서 

팩트폭격을 날려줬으면 좋겠어.

핑크색의 그 소스는 단 것도 아니고

신 것도 아니고 매운 것도 아니고

분홍색 크레파스를 갈아 물에 잘 개어논 맛이야.


면 만이라도 건저먹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면은 쥐똥만큼 들어가 있어서

오뎅과 화장품 맛이 나는 식물들 빼고는

먹을 건더기가 없더라...


나 고수 되게 잘 먹는 편인데

가끔 화장품 맛 나는 풀들은 진짜 못먹겠어.

레몬 그라스 같은 경우는 씹을 때

토할 정도로 혀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킴.


어쨌거나,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마사지 집으로 이동했지.


가는 길에 소화도 시킬 겸

야경도 구경하고 갔어.

어딘지는 기억이 잘 안나네.



그리고 도착한 마사지 샵.

세계 각국의 시계가 다 있더라.

근데 빡치게 한국 꺼만 없어.

한국인이 진상 피우고 갔나?

아무튼, 괘씸하게 느껴지네.



우리는 발 마사지를 신청했어.

마사지는 1시간에 300바트였어.

비싸다..

그래도 잘 하겠지 생각하고 받았는데

솔직하게 그저 그랬어.


막 침이 질질 흘러나올 정도도 아니고

잠들 수 있는 편안한 마사지도 아니었어.

특이했던건 뜨거운 돌로 지압 마사지를 해주더라.

그 외에는 평범했어.

마사지를 받으며 당연하다는 듯이

신문을 읽는 T.

마사지사가 자꾸 얘기 걸 때는

나도 저 방법을 써야겠다.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마사지 잘하고 있나 

마사지사를 빤히 쳐다보는 것보다

안 보는 편이 마사지사들한테도 더 좋은 거 아냐?


마사지가 끝나고 나는 토요일 밤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서

T에게 카오산을 가자고 제안했지만,

T는 매몰차게 거절했어.


카오산 스타일이 자기랑 안 맞고

마사지 받아서 피곤하다고

먼저 가겠다고 하더라.


'흠, 어쩌지... 

다른 사람들한테 놀자고 하기에

시간도 너무 늦었고...

에이~!! 인생 혼자왔다 혼자가는 거

혼자 가서 놀자!'


T를 집에 보내고 난 후

나는 홀로 택시를 타고

카오산으로 달려갔지!


카오산에 오니까 피곤한 몸도

다시 텐션이 올라오더라!

그래 바로 이거지!

이게 살아있는 느낌이지!!


'오늘도 함 놀아볼까?!

근데, 어디가지?

마땅히 할 게 없군.

락 펍이나 가자'


생각하며 락펍으로 가고 있는데

락펍 직원들이 앞에서 

호객행위를 하고 있더라고.



"형, 어디 카?!

요기 맥추 싸다 싸"


"진짜로? 안 믿어~"


"진차로 싸다 싸~

이따가 밴드 한다"


"오 그래?

우리 동생 이름 뭐야?

형이 아주 기분이 좋아서 사장한테 

너 때문에 왔다고 칭찬해줄게.

그럼 너 인센티브 받는거 맞지?"


"코.. 코맙다"


좋은 게 좋은거지 뭐.

게다가 한국어로 어떻게든 말하려고 하니까

그리 이뻐보일 수가 없더라.


당장 카운터로 달려가서 

사장처럼 보이는 사람한테

저 녀석 굉장히 친절해서 

여기 들어왔다고 바로 말해줌.


항상 느끼는 건데 이런 싸구려 장비로

퀄리티 쩌는 공연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어.

역시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구나.

이런 장비로도 빠방한 사운드를 만들다니...


공연 시작까지는 30분이 남았고

할 게 없어서 2층으로 올라갔어.


올라가니 외국인 무리가 테이블에서 놀고 있더라고.

어떻게해야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포켓볼 다이가 보였어.


그래서 다음 판에 

나도 낄 수 있냐고 물어보고

참여하게 되었지.


수준을 보아하니 내 당구장 경력으로

쉽게 제압 할 수 있는 수준이었어.

그래서 첫 번째 할 때는 아슬아슬하게

이겨줬지.


왜냐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더욱 더 쉽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기 때문이지.

매 판을 거듭 할 수록 나는 그 외국인 친구를

놀려대며 쉽게 제압했지.


"헤이 브로, 공 좀 잘 넣어봐라~"


"야 좀 봐줘라~"


"그럼 3번까지는 내가 다리 사이에 넣고 쳐드림"


"와 심하다, 너무했다"


"아니 그럼 봐주지 마?"


"아냐, 세 번 그렇게 치기로 약속했다?!"


"오케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녀석을 이겼지.

그리고는 한 마디를 날렸어.


"친구야, 비록 너가 공은 

구멍에 잘 넣지 못하더라도

결혼은 잘 할 수 있을거야. 힘내렴"


친구는 이 녀석 좀 이겨달라면서

주변을 두리번 거렸어.

그러다가 서빙하는 직원이

오면서 자기가 이길 수 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한 게임 쳤지!

결과는? 

대패했어.


내가 이길 수 있는 클라스가 아님.

쿨하게 패배를 인정했어.


그 이후로 나는 그녀석의 테이블에 합류해서

자연스레 같이 술을 마시게 되었지.



알고보니까 이 녀석들은 다들 친구가 아니라

같은 게스트 하우스에서 머무르는 녀석들이었어.

밤 되서 심심해서 다 같이 나왔다고 하더라고.


어느 새 공연이 시작되었고

나는 공연을 봐야해서 먼저 내려간다고 말하고

공연을 보러갔지.


공연은 끝내줬어.

유명한 락 곡을 다 연주하고 노래 부르더라고.

다들 수줍음이 많아서 인지

고개만 까닥거리고 있더라고.


그래서 나는 맨 앞자리에서

일어서서 헤드뱅잉을 겁나 해대니까

서양 애들이 한 두명씩 나오더니

같이 헤드뱅잉하더라.


그리고 아는 노래 나오면 

보컬 마이크 뺏어서 부르고


보컬은 덕분에 공연 재밌게 잘 했다고

말해주더라.

공연 해 본 입장에서 

호응 잘해주는 관객이 있으면

밴드도 더 신나는걸 아니까

 그런 공연 있을 때 나는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편이야.


그 이후로는 내가 그 락 펍에 갈 때마다

보컬이 알아보고 반가워하더라.

그러면 나도 또 좋다고 일어서서 

팁 박스 들고 돈 넣으라고 강매해주지.


이렇게 이용당하는 건가?!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놀다가

럭키비어 사이 골목으로 가니까

또 춤추는 분위기더라.


그래서 미친놈처럼

흐느적거리면서 끼 좀 부렸어.

근데, 아까 같이 마시던 애들이 또 오더니

아까는 헤드뱅잉하더니 지금은 또 춤추냐고

웃더라고.


그래서 동그랗게 원만들어서 

위아더 원 외치면서

강강술래했쪙.


그리고 무사히 집에 복귀함!

이 때는 겨드랑이 젖은 외국인들이랑

어깨동무하고 빙글빙글 돌기만 해도 재밌었는데

지금은 자는 친구녀석의 겨드랑이가 닿기만 해도

소스라치게 놀라게 되었지.


오늘은 내가 복수할 차례니까

이만 자러감. ㅃㅃ


다음 편에서 보자!





이번 편은 태국여자친구의 생일파티

갔던 이야기야.




내 태국여행을 이제 하루밖에 남질 않았고

나도 슬슬 여행을 마무리해야했어.

그래서 이 날 오전은 기념품을 사러 가기로 했지.





아침에 먼저 일어나서 구름과자를 먹으러 나갔는데,

태국에서 흔하다는 도마뱀을 봤어.

찡쪽이라고 불리는데,

각종 모기나 파리같은거 먹어준다고 하더라.



쪼그만게 신기해서 잡아볼라니까 

엄청 빨라서 도저히 못잡겠음.

방콕에서 본 적은 거의 없었는데,

여기 호스텔에는 많은 듯 하네.



얘는 치앙마이 갔을 때

특히 많이 보이더라.

내가 자주가던 피시방 벽 보면

6마리씩 붙어있었어.




우리는 대충 씻고

나갈 준비를 했어.



우선은 밥 먹으러 이동이동!


"T, 우리 뭐 먹으러 갈거야?"


"비밀장소 있어, 따라와바"



그리고선 호스텔 근처에 

이상한 회사건물 같은데 들어갔어.

갔더니 구내식당이 있었는데,

회사원들 엄청 많더라.



나만 혼자 여행온 관광객 차림이라

따가운 시선을 받았지.



급식소처럼 생겨서 원하는 반찬 앞에 서서

돈을 지불하면 주는 형식이야.

T가 추천해주는 음식들 골라왔어.




참고로 제일 맛있었던게

계란 후라이...

나머지는 걍 그닥...

집 반찬같은 느낌이랄까?




다들 회사 티셔츠 입고 있는데,

나 혼자 이질감 느낀당...

그래도 잘 먹었음.




사람들이 가끔 신기한 듯 쳐다보는데

좋게 생각하면 연예인 된 것 같고

나쁘게 생각하면 동물원 원숭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생각하기 나름임.



밥을 다 먹고 우리는

쇼핑센터로 이동했어.

아마 Big C 였던 것 같은데

빅씨는 먹을 걸로는 없는 게 없어서

꼭 귀국하기 전에 들려서

이것저것 사길 바라.



본격적으로 쇼핑하기 전에 

우리는 코인 노래방에 갔지.



명목상으로는 T에게

'너의 노래가 듣고 싶어'였지만,

사실 내가 노래 부르고 싶었거든...



근데, 계속 자기만 부르는 거야.

어떻게 4곡 중에 한 번을

너 불러보라고 

안 할 수가 있지?



노래방에서 나온 후로

물어봤어.



"너 왜 한번도 나 노래 해보라고 안하냐?"


"내 노래 듣고 싶다며"


"그럼 너는 내 노래 안 듣고 싶음?"


"듣고싶지"



"근데 왜 안 권하냐고"



"하고 싶다고 안 했잖아"




"헐, 대박... 

한번 쯤 물어보는게 매너 아님?"



"몰랐지..."



이 때부터 나의 삔뚜 게이지는

슬슬 올라가기 시작했어.

하지만, 오늘은 T의 생일파티가 있는 날이니까...

왠만하면 좋게좋게 넘어가자 생각했어.




이 때를 기점으로 나는 T를 본격적으로

이기적인 애라 생각하게 된 것 같아.

내가 아는 태국여자가 T밖에 없었으므로

나는 T를 보고 모든 태국여자들이 이기적일 거란 생각을 했어.




근데, 전혀 아니야!!

얘만 그런 거야.

모든 태국 여자들에게 죄송하당...



태국에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끌랭짜이'라는 개념이 있어.



마치 우리나라의 

'정' 같이 우리는 잘 알지만, 

외국에는 없는 단어이자 

설명하기도 어려운...




나도 정확히는 잘 이해 못했는데,

태국 친구들이 설명을 이렇게 해주더라고.



상대방이 목이 마를 것 같아서 

얘가 물을 찾을 것을 미리 알고

물을 준비해놓는 마음?



설명을 개떡같이 해줘서

뭔 말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

"그냥 배려 아냐?"

물어봤더니, 배려랑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개념이래.




하튼, T를 제외하고, 

내가 만났던 태국여자들은

배려심이 깊었어.



암튼, 빡친 기분을 감추고

쇼핑센터로 내려갔지.



버블티 한 잔 마시면서, 

천천히 기념품을 선정하기 시작했어.




맨날 망고비누, 야돔 이런 것만 사니까

별 쓸모도 없어서

뭐가 실용적일까 생각하다가



지난 태국여행에서 라면을 사들고 귀국한게

가장 좋았던 기억이 나서

식품류를 둘러봤어.




태국식 옐로우 카레와, 그린 카레

그리고 똠얌라면!

태국 생각 날 때마다 집에서 끓여먹으면 

좋겠다 싶어서 골랐어!



근데, 1년이 된 지금에도 아직도 집에 남아있어.

한 번 먹으면 최소 3개월은 생각 안 날 정도로

시큼강렬해서 막상 한국에서는 잘 안 먹게 되더라.



참고로 태국 봉지라면은 

우리나라처럼 끓여먹는게 아니라

사발면처럼 그릇에 뜨거운 물 부어서 먹는 거임.

끓여먹으니까 면 엄청 퍼지더라!




그리고 팟타이도 샀어.

이건 면까지 다 들어있는 거라서

가격이 꽤 나갔던 걸로 기억함.



면이랑 소스밖에 들어있지 않아서

맛있게 먹으려면 

새우랑 계란 넣고 같이 볶아드셈!!




그리고나서, T의 생일케잌을 사러갔어.

케잌 값은 우리나라라 비슷한 듯.

저녁 때 친구들 불러서

T의 생일파티를 한다고 하니까

또 있어보이게 케잌 똭 줘야지.



지친다 지쳐.

단순히 필요한 것만 산게 아니라

T가 이동하는 대로 끌려다니니까

힘들었어.



정작 T는 신혼부부 체험하는 것 같다고

좋아했지만...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았어.

망고비누랑 야돔 사는 것보다 훨씬 싸고,

효율적임.




카레나 라면 같은 거는 주위 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눠주면

되게 좋아함.

내 주위에 자취생만 있어서 그런가?




쇼핑을 마치고, 나갈라고 하던 차에

T가 한 통의 전화를 받았어.

그리고는 나에게 바꿔주더라.



"여보세요?"


"T의 엄마야

너 내일 간다며!

아줌마 지금 빅씨 와있으니까

잠깐 보고 가~"



"아 예! 알겠습니다"



나는 또 다시 T의 어머니를 봐야해서

긴장이 되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쇼핑 때문에 엄청 피곤해져있었어.




그래서 T에게 말했어

"나 구름과자 하나만 먹고 가면 안될까?

너의 어머니 뵐 생각에 긴장도 되고 

지금 조금 피곤한 상태라..."


"알겠어~"



그리고  흡연장 쪽으로 이동하는가 싶더니

어머니가 계신다던 푸드코트 쪽으로 가더라?



어어? 뭐지?


"야 흡연장 가는 거 아니었어?"


"엄마 먼저 보고 가자~

오래 안 걸려~"


"뭐?!"



뭐라고 하기도 전에

우리는 어머니가 서 계신 곳에 도착했어.

어머니는 밝은 얼굴로 날 맞아주셨고,

나는 피곤한 내색을 할 수 없었어.



T의 어머니는



"J, 배고프지?

뭐 좀 먹어야지?

아줌마가 사올게, 앉아있어"



말씀하시더니, 

후다닥 국수와 몇몇 음식을 사오셨어.




T의 어머니 앞이라 애써 밝은 척 했지만,

기분이 많이 상해있는 상황임.

얘는 눈치없이 또 카메라 들이댄다.




어머니가 주신 국수와 음식을

최대한 맛있게 먹어보려고 노력했어.

실제로 좀 짜증나서

맛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채

T에게 뭐라 할 것만 생각하며 먹었어.




이거는 태국 디저트 중에 하나인데,

화난 와중에도 단 맛이 느껴지는 걸로 봐서는

무척 단 디저트인 듯 싶어.



어머니께 감사하다고 잘 먹었다고 인사드리고

서둘러 자리를 나왔어.



그리고는 길을 걸으며 T에게 말했지.



"너 내 말 듣기는 했어?

분명히 구름과자 먼저 먹은 후

 만날 준비 좀 하고

가고 싶다고 했잖아!"



"아... 그래도 빨리 보고,

빨리 가면 좋겠다 싶어서..."



"내.가. 분. 명. 히. 말. 했. 잖. 아.

내가 얼마나 말해야 들어줄건데?"




여기서 이차 삔뚜가 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의 생일이니까

참고 좋게 풀려고 노력했지.




T는 가끔씩 걷는 와중에 

날 신경 안 쓰고 먼저 휙 걷는 경향이 있는데

그거에 대해 몇 번 말했었어.



나 좀 두고 먼저 가버리지 말라고...



그런데, 지금 이런 상황에!!

내 기분을 더 풀어줘도 모자랄 마당에!!

내 기분이 풀렸다고 생각하고

또 먼저 걷는거야.



그래서 난 걸음을 멈췄어. 

'얘가 나를 놓쳤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

싶은 마음으로 한 참을 제자리에서 서서

내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언제쯤 알아차릴까

기다렸어.



20m...30m... 50m..가 지나고

T는 모퉁이를 돌아서 휙 가버렸어.




나는 그 자리 앉아버렸어.

많은 생각을 했지. 이게 뭐지 싶어서...

3분 쯤 있으니까, 

T가 나를 찾아 다시 돌아오더라.



"J, 왜 따라 안온거야?!"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나 좀 두고 먼저 가버리지 말라고.

그리고 이런 상황에

너가 나한테 미안하다고 해도 모자를 지경에

너가 나를 두고 갔다는 것도 눈치 못 챘다는 건

나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걸로 밖에 생각이 안되는데?"



"좁은 길이어서 같이 갈 생각을 못했어..."



"좁긴 개뿔이 좁아?

사람 다섯 명은 어깨동무하고 

지나갈 수 있을 것 같구만?!"



드디어 내 삔뚜는 완벽하게 상해버렸고,

나는 호스텔로 돌아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무엇보다 영어로 완벽하게 

내 기분을 설명 할 수 없다는 점이

더 서럽고 답답했어.




그렇게 3~4시간이 흘렀고, 

T의 생일파티 시간이 되었어.



"J, 미안해... 같이 가자"


"미안한데, 너나 가서 즐기다 와

나 기분이 아직도 별로여서

도저히 못 가겠다.

분위기 망칠 것 같은데 그냥 너 혼자 가라"



"아니야~ 분위기 망쳐도 돼"


"내가 그 정도 사람으로 보이니?

가면 또 억지로 밝은 척 연기할건데

더 이상 고통스러워서 못하겠다.

너 혼자 가"



"....그럼 나도 안갈래"



"마음대로 하렴,

협박같이 들리는데, 

니 생일파티지 내 생일파티냐?

내가 걔네 아는 것도 아니고"



"내 친구 메이가 픽업하러 왔다는데

못 간다고 말 좀 하러 내려갔다올게"



그러더니 20분 후에

올라오더라.

메이랑 같이...



"J  파티 같이 가자

T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냥 니네끼리가, 

그리고 T한테 물어봐"



T는 태국어로 메이한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데

분위기로 봐서는 지 유리하게 설명한 것 같다.



그래도 메이가 다가와서

토닥토닥 거려주길래

내 입장에서 내가 화난 부분을 다시 설명했어.




"와...  T 못됐네. 나 쟤랑 10년 봤는데,

원래 좀 이기적이야. 좀 어리기도 하고

연애 경험도 없어서

너가 많이 힘들 것 같다.

그래도 T의 생일인데, 한번 이해해주면 좋겠다.

지금 친구들도 다 모여있는데, 걔네들도 다 너 보고 싶어해~

한 번 와주라"




메이가 내 감정에 동감해줘서

내 기분도 이내 풀리기 시작했어.




"알겠어 가자.

메이 같은 친구 둔 걸 다행이라 여겨라!"




메이의 차를 타고, 

우리는 통로에 한 루프탑 바로 갔어.

작고 귀여운 느낌의 아기자기한 루프탑 바였어.



그리고 어쿠스틱 공연도 해서

분위가 더 좋더라.



인기가 많은지 모든 자리가 꽉 차있고,

일하는 외국인도 많아보였어.

그리고 여기에 오는 태국애들은 다 귀티있어보임.

잘 사는 애들인가봐.




다 모여있다고 한 메이의 말과 다르게

우리가 제일먼저 도착했어.

태국 애들의 시간개념이란...




우리는 약간의 안주와

물로 만든 구름과자를 시켰어.

그리고 T의 친구들을 기다렸지.




예전에 언급했던 메이라는 푸근한 친구.

이름은 모르지만 취업했다던 친구도 있어서 축하해줬는데

영어는 못해서 대화는 안함.



가운데 둘은 톰보이와 여자 커플.

나중에 T에게 톰보이 커플은 어떻게 성생활하는지 

쟤네한테 물어봐도

되냐고 허락맡고 질문했는데

기구를 이용한다고 하더라.



부끄러워서 

어떤 기구인지는 자세하게 말 안해줌.




나는 저 친구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눴어.

그리고 인사를 나눴어.

인사를 나눴어.

그게 끝이었어...




나 혼자 한국인이고 태국인이라

난 대화에 참여조차 할 수 없었어.

아무도 나에겐 1%의 관심도 없더라...

가끔 말 걸어주는 상대가 있었는데

그게 T가 아닌 메이였어.



T는 '내 남자친구야' 라고 

날 소개한 이후로

나를 신경조차 쓰지 않았고,

그냥 혼자 가만히 쭈구리처럼 앉아있기만 했어.



그 때 참 많은 생각이 들더라...

얘는 아닌 것 같다고...

조금이라도 배려가 있다면

번역이라도 해주면서 

같이 대화에 낄 수 있게 해줄텐데



서러워서 중간에 먼저 갈까도 생각했지만,

그러면 파티 분위기도 어색해지고,

매너도 아닌 것 같아서 참고 조금 더 노력하기로 했어.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서

나는 케잌을 꺼내들며

벌떡 일어나서 소리쳤어.



"내 여자친구가 생일입니다

박수 한 번 쳐줄 수 있나요?"




모든 사람들은 박수를 쳐줬고,

공연하시는 분들은 생일축하 노래를 쳐줬어.

나는 일어나서 T를 가리키며

춤을 췄지.



노래가 끝난 후 나는

한국에서 몰래 사온 금귀걸이를 줬어.



T와 친구들은 감동을 받더니

"너 남자친구 짱이다"라는 말을 했어.

T는 한 껏 으슥해진 얼굴이었어.


내가 준 귀걸이는 송혜교가 했었던 모델이라나 뭐래나

실처럼 얇게되어있어서 축 늘어지는 귀걸이야.

저 사진은 굉장히 행복해보이지만,

난 분위기 띄우는 원숭이 정도로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행복하지는 않았어.



부러운 듯 시샘하는 표정의 T의 친구를 봤어...

이 때 잠시나마 화제거리가 내가 되어서

T가 조금 번역을 해줬지.


하지만 난 그냥 T의 생일파티를 위한

원숭이였어.

일부로 웃긴 표정짓고, 

웃긴 행동하면서 분위기 띄우려고 했고.



그래서 이 정도로 했으면 

날 대화에 참여시켜주겠다 싶었는데,

이 후로도 난 철저히 외톨이가 되었지.




이게 당연한 건가 싶어서

앞을 보니 톰보이 그 녀석도

아무 말 않고 그냥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더라고.



태국에선 이게 당연한 건가?

남자친구 냅두고 얘기하는게?

그래 태국에 왔으니 태국문화를 따라야지.



파티가 끝날 때까지

나도 핸드폰 켜서 유투브만 주구장장 봤어.

가끔 짠 할 때만 고개 들어서 짠 했고.

아무도 날 신경 안 쓰더라고

서러웠어.


파티가 끝나감에 내 표정은 더 굳어감.

좋은 척 연기하는 것도 질려서 

뛰쳐나오려고 했는데, 

다행히 파티가 종결되더라.



그리고 호스텔와서 T가 말을 걸어도 

영혼없이 웃어주기만하고

 12시까지 T와 아무 말도 안했어.



그리고 12시 지나는 순간에

폭풍 욕을 했지.



"이게 태국 문화인진 몰라도

너가 한국인이랑 사귈라면 배려라는 걸 해야돼.

니 앞에서 나는 배려라는 걸 도저히 찾아 볼 수 없고,

나는 이 여행 끝나고 널 더 이상 안 만날거야.

너랑 만나서 행복한 미래가 상상이 안되거든."




그 날 밤 

나는 T는 오열하다시피 울었고,

T가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을 하고 나서야

내 기분은 조금씩 풀렸어.





'좀 잘해라' 라는 의미로 

라이언 인형을 마지막 선물로 주었고,

이렇게 T의 눈물의 생일파티를 마무리했지.




얘가 다음에 한국에 왔을 때

똑같이 복수할 것이라고 

결심하며 잠들었어.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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