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얘기는 친구와 함께 온

파주 노가다 현장에서

처음으로 팀 회식을 한 이야기야.


팀장은 이틀 전, 멤버도 다 모였으니

회식 한 번 갖자고 얘기를 꺼냈어.


그래서 고기를 먹는구나 싶었는데

한 편으로는 먹게되면

'추노하기 힘들어지겠구나' 

생각도 많이 들었지.


여기 팀장은 그 동안 만나왔던 팀장과는 다르게

의리 의리 의리!를 강조하는 사람이야.

사람이 한 번 들어오면 내 사람이고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사람이 나가는 것에 굉장히 예민하고


'한 번 들어오면 끝까지 함께 하는 거다' 

라는 식으로 생각해서

노가다를 프로젝트 형식으로 뛰려는

나에겐 상극이라 할 수 있지.


곤이라는 친구 말에 따르면

개인적인 성향이 짙은 배관과 다르게

모두가 힘든 포설이란 직렬에서는

기공, 조공이랄 것 없이

모두가 가족같은 분위기인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


어쨌든간에 돈도 안돼고

 일도 빡센 이 곳에서

헬스장을 무료로 이용 할 수 있다는

 장점 하나 때문에

일을 계속 하기로 한 이상 회식에 가서 

고기는 먹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고된 일이 끝나고 어제 저녁, 금요일

우리는 스타렉스 차량을 타고

단체로 한 고기집으로 이동했지.


회식장소는 이 곳이야.

무한리필이 아닌 시키는 대로 

돈이 나오는 곳이지.

회식 아니면 언제 이런 곳에 와서 

값 비싼 고기 먹어보겠음.


안에 들어와보니 그래도

가격은 그리 비싸진 않은 편이야.

다이어트 중이지만, 

그래도 먹어야지...

살은 태국가서 빼는 걸로!


팀장 주도 하에

소맥을 타서 먹어댔어.

나는?

일부로 술 못먹는다고 하고 안 먹었어.

술을 좋아하는 내 친구O는 그 동안

술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댔었는데

드디어 술을 먹게되어서 초반부터 엄청 달렸어.


고기 냠냠.

고기 질은 그럭저럭이었어.

무한리필이랑 다른 점이 많이 없더랑.

무한리필 짱짱맨


회식 분위기는 무르익었어.

한 참을 이야기하다가 팀장은 이런 이야기를 했어.


"마, 왜 미국이 선진국인 줄 아나?"


"왜죠?"


"거기는 능력제고, 

공과 사가 확실하기 때문이야!

나도 그렇다!

안에서는 니들 다치면 안돼기 때문에

크게 소리치고 강압적이지만

밖에서는 그냥 친한 동네 형이다!

편하게 해라 마!"


그렇게 말 해서

보통 꼰대들과는 다를 줄 알았는데

술 좀 들어가더니

회식자리에서 술 안 먹는다고 

사회생활 못한다고 뭐라하더라.


뭐, 사람이라면 누구나 간사 할 수 있어...

그럴 수 있어.


개새끼.


그래도 다행히 회식자리에서 

연신 사진만 찍어대는 날 보면서

팀장은 우리 팀 사진을 찍어주는 

고마운 녀석으로 생각했나봐.


"마! 기특하네!

사진 단톡방에 올리래이!!"


"아 예! 뭐 당연한거 아니겠습니까?

하핫..."


사실 블로그에 글 올릴라고

찍은건데, 얻어걸렸군.


회식을 마치고

팀장은 기분이 좋은지

2차로 노래방을 가자고 했어.

모두가 술에 취했고, 

흥에 겨워 즐거워하고 있었어.


하지만, 나는 술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전혀 즐겁지 않았어.

하지만, 겉도는 놈으로 찍혀서 좋을 리 없으니

나도 똑같이 흥에 겨워해야만 했어.


흥에 겨워하는 척은 생각보다 쉬워.

그냥 평상시 하던 나사풀린 행동을 하면 되거든.

그렇게 술에 취한 사람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나도 마치 술을 거하게 마셨다는 듯

싱크를 맞췄지.


그러다가 내가 말도 안되는 드립을 쳤는데

다들 술에 취해서 빵 터진거야.

'어라? 뭐지?

웃을 만한 게 아닌데...?'


상황인 즉슨 어떤 차가 주차를 하려고

방향을 트는데 내가

"비닐 가져와!"

라고 소리친 것 밖에 없어.


우리가 하는 일은 커다란 쳇바퀴 통을 

이동시키는 일을 하는데

이게 5톤이상 나가는 엄청 무거운 물체여서

 방향을 바꿀 때마다 잘 미끄러지라고

바닥에 비닐을 깔거든.


그래서 그냥 일과 연관지어서

아무 생각 없이 

썰렁한 드립을 툭 던졌는데

이게 성공한거야...


팀장은 미친듯이 웃으면서

"비닐 가져와 누구야!

누가 말했어?! J 너야?

야! 이건 줘야한다. 

기깔나는 드립이었다"



만원 받음.

그래서 안 받을라고 하니까

자꾸 넣어두라고 해서 팀장한테

구름과자 뭐드시냐고 물어봤는데


이건 팀 분위기를 돋군 

나의 드립비용이라면서

끝끝내 주머니에 넣어줬어.


이 후로 노래방에 도착했지.

팀장은 막내를 시켜서 돈을 바꿔오라고 하더니

만 원짜리 20개를 종이컵에

꽃아놓는거야.

그리고 한 마디 하더라고.


"오늘 잘 노는 새끼, 이거 가져간다!"


나는 순간 기분이 조금 나빴어.

'내가 무슨 호스트바에서 언니들 

기분 맞춰주는 사람들도 아니고

팀장이란 놈은 돈으로 사람 찍어누르면서 

희열을 느끼는 변태적인 놈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어.



정신 차려보니까

나는 윗 통 벗고 고릴라 댄스를 추고 있었고

평상시 말 한 마디도 안하는 

과묵한 막내녀석은 소화기를 눈알에 대더니 

카메라인양 찍고 있더라.


내 영혼을 팔아 받은 팁은 5만원.

내 소중한 5만원... 힝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이여..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


노래방이 종료된 후 팀장은

분위기 띄우려고 그렇게 한 것도 있지만

동생들 구름과자 값 챙겨주려고 했다고 하더라.

그나마 내가 만났던 팀장 중에서는

가장 인간적인 건 맞는 듯.

그래서 쌈닭인 나도 다른 현장과는 다르게

최대한 안 싸우려고 하고 

예의를 갖추고 일 하고 있긴 해.


노래방이 끝나고 단체 샷.

나는 블로그를 운영하니 

사진은 언제나 내 위주임.


그리고 다같이 숙소에 가서 

잘 준비를 했는데

팀장이 진지한 얼굴로 슥 오더니

잠깐 얘기 좀 하자는 거야.

뭔가 싶었어.


"J야. 사실 형이 술만 먹으면

뭘 좀 먹고 싶어."


"아~ 라면 끓여달라구요?

저 잘 끓임요. 그 정도야 뭐"


"아따, 눈치 한 번 빠르네.

근데... 라면이 없어."


"아...아... 라면이 없군요.

사와야... 하는 거죠?."


"역시 말귀를 잘 알아들어!

고맙데이! 김치랑 종이컵이랑 

퐁퐁이랑 수세미도 사와라!"


"예..."


하... 밤 12시에 추운데 뭔 개고생이냐...

가족 같은 분위기는 무슨...

줫 같은 분위기네.

샹.


담에 만나장.


이 날은 우리 숙식 노가다 멤버들과

자체 회식을 한 날이야.


쓰레기 같은 팀장 놈은

떼어먹는 돈도 많으면서

커피 한 잔, 회식 한 번 안하는

최강 짠돌이지.


게다가 기본적인 화장지와 생수

세제도 구비 안해주는 악질 중의 악질팀장이야.


그래서 우리는 우리끼리의 파이팅을

도모하고자 자체회식을 하며

회포를 풀고 단합을 하기로 했어.


회식이래봤자 거창한 건 아니었고

맨날 가던 김밥집에서 저녁을 먹는 대신

무한리필 고기집을 가는 정도지.


그래도 좀 퀄리티 있는 곳을 가고싶어서

행선지를 소고기 무한리필로 정했어!

그리고 딸 아이의 아빠인 

숙식형님의 차를 타고 이동했지!



여기는 경남 진량읍에서 나름 유명한

고기집 '무한장소'야.

2만원 하는 돈에 소고기의 여러부위를 먹을 수 있어.

공룡고기보다는 소고기의 종류가 다채롭고

퀄리티 또한 더 괜찮은 것 같아.


경남 진량읍 살고있거나 올 일 있으면

한 번 가보던가 말던가~

나는 여기 노가다 끝나면 올 일 없쪄.


막내와 딸아빠 숙식형님의 입장을 찍어봄.

저 막내녀석은 22살인데,

전에도 살짝 말했다시피 

주식의 꿈을 갖고있는 아이야.


주식하기에는 얼굴이 너무 잘생겨서

차라리 모델을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개인적으로 옥션 팬티모델 추천함.

얼굴이 이쁘장해서 남자팬티 입혀놓으면

남심까지 흔들듯...



드디어 고기가 나왔고

그레이트한 노가다인들답게

역시 양 쪽면의 핏기만 가시면 입으로 가져갔어.

소고기는 그렇게 피 뚝뚝 떨어지는거 먹는게 개 맛임.


제일 맛있는 부위는 안심이었는데

안심만 달라고 하니까

그건 안된다고 하더라.

쳇, 이게 무슨 무한리필이야. ㅠ



그리고 우리는 소주도 먹었어.

이거는 경북에만 있다던 소주

'맛있는 참!'

처음 먹어봤는데 굉장히 순해서 좋더라!

소주 특유의 쓴 맛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어.


근데, 알콜도수는 참이슬보다 높더라고?

나처럼 처음 경험해보는 사람들은 약하다고 생각하다가

픽픽 쓰러질 듯... 주의하셈.


술을 너무 좋아하고 잘 먹는다던 막내!

시작부터 달리더니 취해서

안 찍던 사진을 미친듯이 찍어댄다.


개인적으로 잘생겨서 얼굴 공개해버리고 싶지만

미래의 주식왕의 앞 길을 막으면 안되니

슬픈 마음으로 가림.


그리고 22살의 피부란 

백옥같이 하얗다는걸 다시 깨달음.

거울을 보니 나는 이제 썪은 사과처럼 보이네... ㅠ


이거는 귀염둥이 막내가 만든 소주 꽃다발!

요즘 애들은 이렇게 장식한다고 하더라!!

귀염 터짐.

내 발정발정 게이지가 극에 달하면

이 녀석을 탐할지도 몰라.

조심해 boy♥


왼 쪽에는 딸아빠 숙식형님이야.

이 형님 출근하는거 보면 진짜 쓰러질 것 같은데

절대로 쓰러져선 안되는 고목나무같아.

가족을 위하면서도 자기의 꿈을 위한 발판으로

지금 노가다를 하는 거라 하루도 쉴 수가 없다고 하더라.


이런 마음으로 결혼 안하고 살면

완전 부자되겠지?!

사실 딸아빠 형은 우리숙소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형인데

첫 번째 형님은 자기공개를 꺼려해서 별 말은 안하겠음.

나란 남자, 배려심 쩌는 남자니까!

개인보호 존중해드림!


여튼, 우리는 삶에 대한 이런저런

경험의 장을 공유하기도 하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나누기도 하며

술 잔을 기울였어.

그리고, 아주 당연하게 숙소로 돌아가서

다음 날 노가다 갈 준비를 했지.

엉엉...ㅠ


그러다가 너무 슬퍼져서

이대로 우리만의 그레이트한 밤을 

보낼 수 없다는 마음으로

형님들은 서로 편한 시간 보낼 수 있도록

방을 비워드리고♡


젊은이들은 편의점으로 기어나와서

맥주를 한 잔 더 했지.


다행히 이번 노가다는 젊은 사람들끼리 

방을 쓸 수 있어서인지

정말 짧은 시간 내에 친해졌고, 

허물없이 지내는 것 같아.


일이 끝나면 각자의 길로 돌아서겠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거라 믿어!

물론, 노가다장에서!

그 때는 각자의 사업이 망한 상태이겠지만.


그럼 빠빠싱! 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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