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승전기념탑 주변을 

좀비처럼 배회하며

찍었던 것들과 먹었던 것에 대해서

써보려고 함.



전 편에서 아팠던 T가 걱정되어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연락을 했어.


"오늘 몸은 좀 괜찮아?"


"아니, 지금 병원가는 중이야.

혈액검사해야한데..."


"혈액검사?

결과는 언제 나온데?"


"한 시간이면 나온데"


"괜찮을 거야.

오늘 일은 쉬는거지?"


"아니, 병원 갔다가 일해야지!"


"미친거 아님?

어제 보니까 죽기 직전이더만.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인건가?"


"그래도 가야행..."


"안쓰럽구나...

백수인 참으로 안타까워..."


"너도 빨리 직업구해!

지금 놀지만 말고 영문 이력서도 좀 쓰고!"


"베트남 갔다와서 시작할게.

나 한국에서 일 그만둔지 1달도 안됐어.

좀 봐주라. -_-"


"갔다와서는 진짜 착실하게 준비해라!"


"엉... 그나저나 나 내일 랑짓에서

방장 형이랑 놀다올건데 괜찮지?"


"흠, 내일은 너 만날라고 했는데...

그 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

다음에 만날 때는 오락실가서

철권 같이 하자."


"철권?

너 줏밥이잖아.

나야 뭐 너 뚜드려 패면

스트레스 풀리고 좋지 뭐."


"지는 사람 딱밤 맞는거다."


T와 나는 한국에서 여행했을 당시

우연히 오락실에서 철권을 처음 접했고

그 맛에 빠져 오락실에 갈 때마다 철권을 했어.

서로 버튼을 아무거나 다 눌러서

일방적으로 누가 이기는게 아니라

비등비등해서 더 재밌게 느껴졌던 것 같아.


"그건 그렇고 나 내일 랑짓 갈 때

택시말고 미니밴 한번 타보고 싶은데

어디서 어떻게 타면 돼?"


"그거 승전기념탑가면

미니밴 엄청 많은데 

거기서 물어보면 돼."


"ㅇㅋ"


항상 나는 랑짓에 갈 때마다

택시를 타고 다녔어.

근데, 횟수가 많아지면서 

그 비용이 만만치가 않더라.


택시비는 왕복기준으로 

700바트(24,000원) 정도 드는데

단톡방에 있던 사람들도 하나 둘 귀국해서

혼자 그 비용을 내려니까 도저히 안되겠더라구...

그래서 랑짓을 싸게 갈 수 있는

 새로운 루트를 개척해보려했지.


T와의 대화가 끝나고 

집에서 빈둥빈둥 시간을 때우고 있는데

몸이 너무 찌뿌둥한게

농구가 너무 하고 싶었어.


사실 태국에 가기 전부터

태국농구 도장깨기도 하고 싶었고...

태국애들이랑 같이 땀 흘리면서 으쌰으쌰해서

남자만의 우정을 만들고도 싶었어.


하지만, 사실 태국은 농구를 좋아하는 나라가 아니야.

태국은 축구를 엄청 좋아하는 나라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자국의 축구실력이 너무 쓰레기라

국내 축구팬이라기보다는 

다들 유럽축구를 좋아하는 실정이야.


여담으로 확실하지는 않지만 

태국은 도시마다 주로 좋아하는 팀이 있는 것 같아.

내가 사는 쏘이몰링은 리버풀로 도배가 되어있어.

굴다리나 벽에 낙서도 리버풀,

자동차도 리버풀로 도배했더라구...

여기서 맨유 트레이닝복 입으면

가다가 퍽치기 당할 것 같은 기분이야.


반대로 콘캔지역에 여행갔을 때는

맨유를 엄청 응원하고 좋아했어.

택시 탔을 때 기사랑 말할 건덕지가 없어서

뭣 모르고 리버풀 팬이라고 했다가

'뭐?! 리버풀 팬 따위가 감히 내 차를 타?!'

라는 식으로 말을 하며 얼굴표정 싹 굳더라.

그대로 들이박는 줄 알았네...


여튼, 난 축구를 별로 안 좋아하고 

농구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방콕 내에 코트가 있는지 검색해봤어.


큰 공원에는 농구코트가 있고

농구하는 사람도 꽤 있다고 하더라고?

하지만, 멀어도 너무 멀어!!

택시 값이 더 나오겠어!


그래서 이 날은 주변에 농구코트가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어.

첫 번째로 우리 집 근처에 있는 

다리 밑 작은 공원을 가보기로 했어.


영화에 나오는 마약쟁이들이 나올 법한 분위기의

할렘가 느낌의 공원이어서 무서웠는데

태국 현지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풋살을 하고 있더라고.

자세히 살펴보니 농구골대도 있었어.


하지만, 골대는 넘어가서 바닥에 나뒹굴고 있고

어린 아이들은 어른들이 하는 

풋살경기에 참여 할 수 없어서

넘어간 농구골대를 축구골대삼아서 놀고 있어서

농구를 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다른 곳으로 이동했지.


두 번째 장소는 승전기념탑 주변에 있는

공원으로 갔어.

검색해보니 이름이 싼티팝 파크더라.

저번에도 살짝 얘기한 적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태극권이랑 체조를 주로 해.


싼티팝 파크는 이렇게 작은 호수도 있어.

물론, 똥물이지만...

이 호수를 기점으로 산책로가 만들어져있어서

해질 때 쯤 가면 선선하니 좋더라고.


그늘 벤치에 앉아 여유롭게 책을 읽으면

완전 여유를 제대로 즐길 수 있지.

하지만, 정오시간에 가면 더워서

책이고 뭐고 찢어버리고 싶을 거니까

시간 잘 맞춰서 가셈.


이 공원을 한 바퀴 뺑 둘러봤는데

은근이 커서 대략 10분 넘게 걸린 것 같아.

조사결과 이 공원은 턱걸이 봉이나, 

평행봉 같은 건 있어도

농구골대는 없었어...


하는 수 없이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국물을 닦아내고

저녁을 먹으러 갔지.


승전기념탑까지 왔으니까

세븐일레븐 음식말고

그래도 좀 색다른걸 먹고 싶었어.

그래서 언제나 사람이 몰려있는 

푸드트럭으로 갔지.


매 번 지나칠 때마다

여기는 사람이 와글와글거렸어.

맨날 다른 곳에서 식사하고 나와서 봤던 터라

언젠가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날이 오늘이었어.


이 인기절정의 푸드트럭의 

주된 메뉴는 철판요리였어.

사진을 보고 있자니 군침이 흘러내리더라.

가격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내가 먹었던 건 돼지고기가 

들어간 걸로 95바트(3,100원)하더라.




사진 비주얼은 끝장나는데

실물 비주얼은 누가 개어놓은 구토물같음.

뭐여 이게?! 장난 똥 때리나...

개 밥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비주얼인데?


맛은?

달콤짭쪼롬한 잡채를 철판에 볶아먹는 느낌임.

한 번 쯤은 먹어볼만하지만

두 번은 아니야.

님들도 궁금하면 한 번 잡숴보셈.


양도 빈대떡 정도의 양이라

나에겐 턱없이 부족했어.

한 판을 먹었는데도 여전히 배고프더라...

그래서 갈 때 닭다리 4개 사들고 들어갔엉.


결론은?

닭다리 짱 맛있쪙.

님들도 닭다리 머겅.

두 번 머겅.



-다음 편에서-




이 날은 방콕의 히피 플레이스

카오산에 혼자 가서 

재밌게 놀고 온 이야기야!



전 편과 같이 콘도에서 공복 수영을 즐기고

T와 함께 우아하게 스테이크나 썰러갔지.

태국 거지가 왠 스테이크냐고 말하겠지만

누누히 말했다시피 태국은 고기 값이 무척 싸.

129바트(4,500원)정도면 돼지 스테이크나

저렴한 소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지!


태국의 고기 값이 싼 이유는

땅 덩어리가 넓어서 사육 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구축 된 점도 있지만,

일부 불교종파에서는 소고기를 금지시켜서

소를 잘 안먹어서 가격이 싼 부분도 있는 것 같아.

그리고 태국 소는 맛이없기로 유명해서

더 안 먹기도 하고.


어쨌든, 내 동네인 쏘이 몰링에서부터

승전기념탑(빅토리 모뉴먼트)까지

터벅터벅 걸어갔어.

거리는 걷기엔 애매하고, 

차 타기에도 애매한 거리야.


한 20분 걸리나?

근데, 땡 볕에서 걸을라니까

개지옥이었어.


가다보니 승전 기념탑 옆에

큰 공원이 있어서 들러봤어.

맨날 구글 지도 볼 때마다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저녁되면 운동하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가보니까 농구 코트가 없더라고.


난 농구를 굉장히 좋아해서

태국에서도 농구를 하고 싶었거든.


근데, 이곳은 그냥 넓은 부지밖에 없어서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 태극권하거나

에어로빅 하는 공원이더라.



이 공원을 지나 5분 정도 더 지나가면

승전기념탑이 보여.

그리고 승전기념탑 주변으로 해서

버스와 미니밴 터미널이 있어.

예전에는 파타야 가는 미니밴도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없으니까 참고들 하셈.


T에게 여기서 랑짓가는 미니밴도 있냐고 

물어보니까 있다고 하네.

다음에 갈 때는 롯뚜를 한 번 

이용해보겠다고 다짐했지.

내가 롯뚜까지 탄다면 진정한 로컬피플이 되는 거니까!


버스터미널을 지나 5분을 더 걸으면

큰 쇼핑센터인 센츄리 플라자가 보여.

우리는 그 건물 건너편에 있는

EAT AM ARE를 갔지.


이 곳은 현지 사람들에게 인기가 엄청 많은

나름 스테이크 하우스인데

가격은 말도 안되게 저렴해!


이건 내가 시킨 메뉴로

돼지고기 스테이크랑 생선까스가

동시에 있는 세트메뉴야.

가격은 139바트였어.(4,600원 정도)




T는 역시 돼지고기 스테이크를 

하나 딸랑 시켰는데

119바트였던가?

생각보다 양이 엄청 적게 나오더라고.

근데, 맛은 이게 더 있었음...


생각보다 적은 양에 입이 대빨 튀어나온 T

결국엔 사이드 메뉴 하나 더 시켰지.

나는 먹을 때 모자란 것보다

차라리 남기더라도 풍족한 것을 선호하는

가정에서 자라와서 양 적게 먹으면 뭔가 짜증나.



지금 와서 이 사진 보는데,

죽빵 한 대 치고 싶다.

난 뼈빠지게 노동하고 있는데

사진 속에 저 놈은 먹을 거로 사람 약 올리고 있네.

저 녀석 혼내주러 방콕 꼭 간다.


어쨌거나,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콘도로 다시 이동해야만 했어.

여기까지 걸어오느라 

내가 땀범벅이 되어버렸거든.


씻고 옷을 갈아입고

좀 더 쉬고 나가기로 했어.

밖에가 너무 더워서

도무지 나갈 엄두가 않나더라...


역시 방콕에서는 

해 떠있을 때는 나가는 게 아니야.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나는 음악작업을 하고

T는 유투브를 보면서 놀았어.


드디어 해가 졌고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어!


여기가 우리 동네야.

고속도로 굴다리 밑에 형성된 마을이야.

밤에 불 다 꺼지면 엄청 위험한 빈민가인 줄 알았는데

거지처럼 다녀서인지 별 탈 없이 무사했어.


무엇보다도 이 동네의 들 개들이 온순한 편이라

밤이 되어도 위협적이지 않아서 좋았어.


이 마을을 들어오려면 인터체인지 밑으로 빠져야 하는데

굴다리 밑이라 GPS도 소용없고

네비게이션 켜도 길이 줏같이 되어있어서

초행길인 사람은 찾기 힘들게 되어있지.


우리는 터벅터벅 걸어서

택시를 탈 수 있는 큰 길로 나갔어.

그리고 BTS 아리 역으로 이동했어.

저녁도 먹을 겸 T가 잘 아는

마사지 샵이 있다고 가자고 했기 때문이지.


점심을 기름지게 먹어서인지

별 음식 생각이 안나더라.

그래서 그냥 아무거나 좋다고.

니가 먹자는 거 먹겠다고 말했어.



이 때는 몰랐지...

완전 후회했어.


먹자 골목에 형성된 

길거리 식당에 오게 되었는데

국수 전문집이었어.


메뉴판을 봐도 잘 모르고 하니까

그냥 아무거나 시켜달라고 했지.

결과는?


하... 오뎅이다...

글 읽은 사람은 알겠지만,

난 어묵을 무척 싫어해.

작년에 태국에서 어묵만 죽도록 먹었던 터라

어묵에 대한 거부감이 아직도 심해.


게다가 음식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색깔인 핑크색이 있어...

그것도 꾸덕꾸덕한 점성이 강한 핑크...


처음 봤을 때의 비주얼은

텔레토비 애들이 주식으로 먹는 

색색깔의 진흙죽이 떠올랐어.


이걸 과연 먹을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용기내어 입으로 넣어봤지.


오?!

오오?!

오오오?!!!!!!


퉯!!!


고든램지가 이 식당을 한 번 찾아가서 

팩트폭격을 날려줬으면 좋겠어.

핑크색의 그 소스는 단 것도 아니고

신 것도 아니고 매운 것도 아니고

분홍색 크레파스를 갈아 물에 잘 개어논 맛이야.


면 만이라도 건저먹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면은 쥐똥만큼 들어가 있어서

오뎅과 화장품 맛이 나는 식물들 빼고는

먹을 건더기가 없더라...


나 고수 되게 잘 먹는 편인데

가끔 화장품 맛 나는 풀들은 진짜 못먹겠어.

레몬 그라스 같은 경우는 씹을 때

토할 정도로 혀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킴.


어쨌거나,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마사지 집으로 이동했지.


가는 길에 소화도 시킬 겸

야경도 구경하고 갔어.

어딘지는 기억이 잘 안나네.



그리고 도착한 마사지 샵.

세계 각국의 시계가 다 있더라.

근데 빡치게 한국 꺼만 없어.

한국인이 진상 피우고 갔나?

아무튼, 괘씸하게 느껴지네.



우리는 발 마사지를 신청했어.

마사지는 1시간에 300바트였어.

비싸다..

그래도 잘 하겠지 생각하고 받았는데

솔직하게 그저 그랬어.


막 침이 질질 흘러나올 정도도 아니고

잠들 수 있는 편안한 마사지도 아니었어.

특이했던건 뜨거운 돌로 지압 마사지를 해주더라.

그 외에는 평범했어.

마사지를 받으며 당연하다는 듯이

신문을 읽는 T.

마사지사가 자꾸 얘기 걸 때는

나도 저 방법을 써야겠다.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마사지 잘하고 있나 

마사지사를 빤히 쳐다보는 것보다

안 보는 편이 마사지사들한테도 더 좋은 거 아냐?


마사지가 끝나고 나는 토요일 밤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서

T에게 카오산을 가자고 제안했지만,

T는 매몰차게 거절했어.


카오산 스타일이 자기랑 안 맞고

마사지 받아서 피곤하다고

먼저 가겠다고 하더라.


'흠, 어쩌지... 

다른 사람들한테 놀자고 하기에

시간도 너무 늦었고...

에이~!! 인생 혼자왔다 혼자가는 거

혼자 가서 놀자!'


T를 집에 보내고 난 후

나는 홀로 택시를 타고

카오산으로 달려갔지!


카오산에 오니까 피곤한 몸도

다시 텐션이 올라오더라!

그래 바로 이거지!

이게 살아있는 느낌이지!!


'오늘도 함 놀아볼까?!

근데, 어디가지?

마땅히 할 게 없군.

락 펍이나 가자'


생각하며 락펍으로 가고 있는데

락펍 직원들이 앞에서 

호객행위를 하고 있더라고.



"형, 어디 카?!

요기 맥추 싸다 싸"


"진짜로? 안 믿어~"


"진차로 싸다 싸~

이따가 밴드 한다"


"오 그래?

우리 동생 이름 뭐야?

형이 아주 기분이 좋아서 사장한테 

너 때문에 왔다고 칭찬해줄게.

그럼 너 인센티브 받는거 맞지?"


"코.. 코맙다"


좋은 게 좋은거지 뭐.

게다가 한국어로 어떻게든 말하려고 하니까

그리 이뻐보일 수가 없더라.


당장 카운터로 달려가서 

사장처럼 보이는 사람한테

저 녀석 굉장히 친절해서 

여기 들어왔다고 바로 말해줌.


항상 느끼는 건데 이런 싸구려 장비로

퀄리티 쩌는 공연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어.

역시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구나.

이런 장비로도 빠방한 사운드를 만들다니...


공연 시작까지는 30분이 남았고

할 게 없어서 2층으로 올라갔어.


올라가니 외국인 무리가 테이블에서 놀고 있더라고.

어떻게해야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포켓볼 다이가 보였어.


그래서 다음 판에 

나도 낄 수 있냐고 물어보고

참여하게 되었지.


수준을 보아하니 내 당구장 경력으로

쉽게 제압 할 수 있는 수준이었어.

그래서 첫 번째 할 때는 아슬아슬하게

이겨줬지.


왜냐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더욱 더 쉽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기 때문이지.

매 판을 거듭 할 수록 나는 그 외국인 친구를

놀려대며 쉽게 제압했지.


"헤이 브로, 공 좀 잘 넣어봐라~"


"야 좀 봐줘라~"


"그럼 3번까지는 내가 다리 사이에 넣고 쳐드림"


"와 심하다, 너무했다"


"아니 그럼 봐주지 마?"


"아냐, 세 번 그렇게 치기로 약속했다?!"


"오케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녀석을 이겼지.

그리고는 한 마디를 날렸어.


"친구야, 비록 너가 공은 

구멍에 잘 넣지 못하더라도

결혼은 잘 할 수 있을거야. 힘내렴"


친구는 이 녀석 좀 이겨달라면서

주변을 두리번 거렸어.

그러다가 서빙하는 직원이

오면서 자기가 이길 수 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한 게임 쳤지!

결과는? 

대패했어.


내가 이길 수 있는 클라스가 아님.

쿨하게 패배를 인정했어.


그 이후로 나는 그녀석의 테이블에 합류해서

자연스레 같이 술을 마시게 되었지.



알고보니까 이 녀석들은 다들 친구가 아니라

같은 게스트 하우스에서 머무르는 녀석들이었어.

밤 되서 심심해서 다 같이 나왔다고 하더라고.


어느 새 공연이 시작되었고

나는 공연을 봐야해서 먼저 내려간다고 말하고

공연을 보러갔지.


공연은 끝내줬어.

유명한 락 곡을 다 연주하고 노래 부르더라고.

다들 수줍음이 많아서 인지

고개만 까닥거리고 있더라고.


그래서 나는 맨 앞자리에서

일어서서 헤드뱅잉을 겁나 해대니까

서양 애들이 한 두명씩 나오더니

같이 헤드뱅잉하더라.


그리고 아는 노래 나오면 

보컬 마이크 뺏어서 부르고


보컬은 덕분에 공연 재밌게 잘 했다고

말해주더라.

공연 해 본 입장에서 

호응 잘해주는 관객이 있으면

밴드도 더 신나는걸 아니까

 그런 공연 있을 때 나는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편이야.


그 이후로는 내가 그 락 펍에 갈 때마다

보컬이 알아보고 반가워하더라.

그러면 나도 또 좋다고 일어서서 

팁 박스 들고 돈 넣으라고 강매해주지.


이렇게 이용당하는 건가?!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놀다가

럭키비어 사이 골목으로 가니까

또 춤추는 분위기더라.


그래서 미친놈처럼

흐느적거리면서 끼 좀 부렸어.

근데, 아까 같이 마시던 애들이 또 오더니

아까는 헤드뱅잉하더니 지금은 또 춤추냐고

웃더라고.


그래서 동그랗게 원만들어서 

위아더 원 외치면서

강강술래했쪙.


그리고 무사히 집에 복귀함!

이 때는 겨드랑이 젖은 외국인들이랑

어깨동무하고 빙글빙글 돌기만 해도 재밌었는데

지금은 자는 친구녀석의 겨드랑이가 닿기만 해도

소스라치게 놀라게 되었지.


오늘은 내가 복수할 차례니까

이만 자러감. ㅃㅃ


다음 편에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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