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택 고덕에서 방콕가기 

3일 전까지 일을 하려고 마음먹고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어.



그리고 그 3일을 채울 경우

처음 노가다 시작해서

방콕가기 전 목표 공수인 

70공수를 채울 수가 있지.


하지만, 고덕은 역시나처럼 만만하지 않았어.

근 4개월동안 쌓아온 경험과 경력으로

일머리가 생겼기 때문에

맨 처음 노가다를 시작하게 된 고덕에

다시 한 번 일을 하게 된다면

좀 더 쉽게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하지만, 그건 바보같은 생각이었어.

매일같이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점심시간을 제외한 휴식시간 없이 

저녁 8시까지 일하고 

숙소에 돌아와 씻고 빨래널고 잘 준비하면

잠드는 시간은 언제나 11시였어.


5시간 반...

피곤한 육체를 회복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


하지만, 육체적 고통보다 더했던 것은

정신적 문제였어.


언제나 노가다를 들어갈 때면

입대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방콕여행이 10일 남은 시점에서

입대했다고 생각하기가 너무 힘들었어.


'J, 왜 그래!

너 잘해왔잖아. 앞으로 몇 일만 더 참으면

네가 계획했던 공수도 채울 수 있고

노가다 시작 할 때부터 꿈꿔왔던

공항 VIP라운지에서 여유있게 

술 먹는 기쁨이 더 클거야!'


라고 되뇌었지만

점차적으로 반대의 마음이 

더 커져만 갔어.


'아냐, J.

너 여태껏 달려왔잖아.

이 정도로 해왔으면 넌 충분히 쉴 자격이 있어!

그냥 편안히 쉬면서 태국어 공부하고 

조금 쉰다 하더라도

아무도 널 비난 할 사람이 없어!

이제 그만 쉬어!"


 이런 혼란스러운 

정신상태로 일을 했기 때문에

몸은 더욱 더 지쳐가고 있었어.

당연스럽게 면역력은 점점 떨어졌고

 -8도의 새벽 기운에 감기몸살이 걸려

끙끙대며 일어나서 출근준비를 했는데

수 만가지 생각으로 고뇌했어.


'오늘 몸이 좀 안 좋은데 쉬어버릴까?

아냐... 이번 주말까지만...

아니야... 부모님 용돈은 벌고 가야지...

예정대로 출발 3일 전까지 하자...

그치만, 몸이 너무 안 좋은데?

어떡하지?'


해가 뜨기 전 새벽이 자고로 가장 어두운 법!

나는 해가 뜨기 전에 

빛보다 빠른 속도로 퇴사했지.

어둠의 유혹은 무척 달콤했어.

헤헷. 

방콕가서 좀 더 그지처럼 살면 돼는 거잖슴!


도저히 이 마인드와 몸으로는 일을 한다면

분명 다칠 거라는 판단이 섰고

지금도 후회하지 않지.


나는 떠나기 전 같이 입사했던 

기술자 삼촌들에게 먼저 말했어.


"형님, 이런이런 이유로

저는 여기까지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뭐?! 야...

같이 해나가기로 했잖아.

명품조공이라면서

명품조공 없이 일을 어떻게 해...

우리 한 달만 버텨보자..."


"명품조공은 고덕에서 

이미 죽었습니다. 죄송요."


이 형님은 더 빡센 곳도 있었다던 사람인데

정작 들어온지 이틀 째에

아~ 힘든데? 를 연발하며

남 몰래 다른 현장을 알아보더랬지.

난 뒤에서 다 봤음!


그래도 몸 아파서 떠나가야한다니까

일했던 사람들 모두 걱정하면서

건강 먼저 챙기라고 말해준다.

그나마 가장 인간적이고 따듯한 팀이었던듯.


bye bye 고덕.

이제 왠만하면 보지말자.

며칠 일하지도 않고 떠나게 되서

건강검진 진료비와 택시비도

안 남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어.


명품조공이란 타이틀은

여기에 두고 갈게.

그레이트 노가다맨도 잠시만 휴업!

아싸! 이제 신나는 방콕행이당!!


bye bye 얼음장 같던

지옥의 합숙소...

넌 최악이었어.


아, 방금 집에 오니

같이 입사한 기공 형들 중 하나가

나에게 전화오더니

힘들다고 어떡해야하냐고 묻더라.


퐈이팅 하십쇼!

정말 슬프고, 걱정스럽지만

어쩌겠음요.

다들 자기 살 길 찾아가는 거죵.


미안하지만

저는 다 내려놓고 방콕으로 뜨겠슴돵.

인생 마이웨이 아닙니꺼?!


ㅃ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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