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편에 이어서

이번 편에서도 태국 빠이지역을 

여행했던 이야기를 쓰려 함.


생각해보니 빡치네.

빠이에서 남들 다하는 아름다운 로맨스를

기대하고 갔는데 설움만 줏나 당함.


여유만 즐길 거면 빠이 참 괜찮아.

근데, 이 때 당시에는

너무 소외감을 느껴서

진정한 여유의 의미가 퇴색됐기 때문에

심적으로 좀 우울했던 것 같아.


이 때 내가 알고있던 여유의 정의는

심장이 콩닥거리는 썸녀가 

옆에 있는 것을 전제로 하거나

남성이 여성의 찌찌를 가지고 있다는 

의학적 용어로써의 

여유증의 두 가지 개념밖에 없었던 것 같거든.


어찌됐든, 전 편에 빠이캐년에 이어서

좀 진정한 여유를 즐길 곳이 필요했어.

스쿠터로 아침부터 이리저리 분주하게

운전하며 더위도 많이 먹었었고

많이 지쳐있었거든.


그래서 빠이에서 유명하다는 카페에 갔지.

특히나, 커플들에게 유명한 곳...



Love strawberry pai

라는 곳이야.

이 곳은 딸기를 메인테마로 삼아서

어딜 가나 핑크핑크해.


그래서 커플들...

특히, 여성 분들이 많이 끌고 오더라고.

대부분의 남친들은

이런 핑크핑크한 곳이 낯설던지

하나같이 표정이 크흠크흠

거리고 주변만 두리번 거리고 있더라고.


물론, 여성 분들은 사진 찍는데

여념이 없었어.


자연을 이용해서 만든건가?

치앙마이나 빠이가 마음에 드는 이유 중에 하나는

한국같은 거창한 인테리어 없이

천장에는 그냥 줏어다 쓴 것 같은 판넬로

비만 안들어오게 하고

자연을 이용해서 아름다운 분위기를 만든다는 거야!


특히, 나무는 친환경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아.

공기도 뭔지모르게 신선한 것 같고!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야.


딸기딸기하다.

한국 남자라면 이 곳이 이쁘다는 생각보다

다들 재미있게 봤던 만화책

딸기 100%가 생각날거야.


모든 남성들의 필독도서거든.

여자 여러 명이 남자 1명을 좋아한다는

꿈 같은 이야기지.


만화책방 가면 다른 만화책은

다 새건데, 오직 딸기100%만화책만

너덜너덜해져있음.

얼마나 읽고 또 읽어댔으면...


커플들의 달달한 기운이 넘치는 이 곳에

혼자 왔기 때문에 더욱 더

그 만화책이 그리워지는 것만 같았어.

상상 속에선 나도 여자친구 많은데...

아야 보고 싶다.


아, 참고로 아야는 딸기100%에 나오는

수 많은 여자 중 한 명이야.

오덕같지만 오덕은 아님.


수 많은 커플들을 제치고 후다닥 달려가서

가장 자리가 좋은 곳에 엉덩이 먼저 던졌지.


'아 뭐야, 쟤는 왜 혼자와서

명당 자리 차지해?

짜증나!'


커플들의 비난소리가 들렸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어.

억울하면 빨리 뛰어왔어야지!

 둘이 달리는 것보다

혼자 달리는 것이 더 빠르니까 

내가 여기 앉은건데 뭐!

그레이트 싱글 라이프!


아따메... 자리 한 번 명당이구만?

자리도 좋은데 선점했으니

여유있게 핑크핑크 딸기딸기 

좀 먹어볼까나?



그리고 90kg의 육중한 남자인 나님은

차가운 도시남자처럼

 쿨하게 주문했어.


"핑크핑크하고 달달한

딸기스무디 한 잔 주세염 >_<"


하... 자리도 좋고

스무디도 괜찮은데

왜 이렇게 쓸쓸하게 느껴지지...?

기분 탓인가?

아마 그런 거겠지...?


허한 마음에

딸기 스무디를 꼴딱꼴딱 삼키며

스스로 괜찮다며 마음을 추스리고자 했지만

딸기 스무디는 마치 나를 비웃는 듯

가슴 안 쪽에 차가운 통증만을 남겼지.



그리고 나서 스쿠터 타고

아무 식당으로 들어갔어.


그냥 고기카레밥이야.

생각보다 맛있었어.

얼마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

뭐 100바트 보단 쌌겠지.

그 이상이면 태국거지가 사 먹겠음?


그리고 잠깐 체력을 회복하며

쉬고 싶었지만,

빠이는 나에게 불호 도시였으므로

다음 날 떠나자는 결정을 내렸고

그 전까지 빠이의 많은 곳을 가보자고 

생각이 들어서 결국 또 이동했어.


마지막으로 내가 간 관광지는?!







Pam bok waterfall

이라는 명소야.

수 많은 서양 형, 누나들이 있었고

빠이에 사는 태국 친구들도 있었어.


5m 정도 되는 절벽 다이빙 포인트가 있었는데

서양 친구들은 낑낑거리며 올라가서

못 뛰어내리겠다고 바들바들 떨 때

빠이에 사는 10대 태국친구들은

씨익 웃더니 공중제비와 트위스트 

3회전을 하면서 예술적으로 다이빙하더라고.


그리고 나서 쿨하게 바위에 걸터앉아

구름과자를 먹으며

100pipes 위스키를 쭉 들이키더라고.


이샛기들. 아무리봐도 10대인데?

뭔 상관임. 내 새끼도 아니고

이 곳은 모든 게 용서되는 히피마을

빠이인데!


나도 질 수 없어서 올라갔어.

그리고 으랏챠!

육중한 몸을 날려

다이빙을 했지.


근데, 비가 안와서 인지

많이 얕더라...

치앙마이 그랜드캐년같이 

수위 체크도 안하고

머리부터 들어갔다면

요단강 건널뻔 했어.


발 부터 들어갔는데

땅 바닥 밑에 있는 바이에

다리가 부딪쳐서 피가 흐르더라.


태국 10대들은 다이빙을 마치고 

나오는 나에게 박수를 쳐주다가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피난다고 말해주더라.


"형, 형! 피난다 캅!

일로 와바라 캅!"


"어 진짜 피나네?"


"이거 위스키인데

일단 상처에 부어라 캅!"


"오케이 캅!"


위스키를 붓자

상처부위가 아려왔어.

내가 아픔에 얼굴을 찡그리자

태국 10대 녀석들은

"아플 땐 술 한 잔 하면 잊게 된다 캅!"

라며 술 잔을 권했지.


나는 그들이 준 위스키 원액을

쌩으로 마셨는데

우라질... 목구멍은 타들어가고

다리의 상처는 상처대로 아프고.


고통이 두 배였어.

일단, 고마우니까 합장하면서 캅캅!

다행히 다리 상처는 그렇게 깊지 않아서

이윽고 피가 멈추더라.


백혈구 열 일함.


그리고 잠시 쉬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저녁이 될 때까지 낮 잠을 잤어.


그리고 저녁식사 그냥 아무거나 먹고

역시나처럼 흥겨운 음악이 

흐르는 거리로 향했지.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로맨스 따윈 없을 거고

차라리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는 곳으로 가자.'


그렇게 생각해서 이 곳에 오게되었지.


이 기타리스트 소울 오졌어.

무슨 기타를 코딱지 파는 것 보다 쉽게 치네.

같은 기타리스트로서 존경함.

나야 뭐. 그냥 실력 드럽게 없는

나만에 음악세계에 

빠진 편협한 음악인인데 뭐.


감히 같은 음악인이라고 하기에

좀 부끄럽다.


여기서 놀고

빠이에서의 마지막은 

유명한 곳에 가보고 싶었어.

네이버 블로그 검색해보니까

모닥불 피어놓고 노래부르며 춤추고

맥주마시는 히피 끝판왕 장소가 있다던데?

일단 그리로 이동!



이 곳은 Don't cry라는 펍이였어.

야외 펍인데 천막같은 것을 쳐놓고

모닥불을 피어놓고 

Dj나 밴드가 음악을 틀거나 연주해.

밤이 깊어오자 사람들이 속속 오더라고.


근데, 다들 1차로 펍에서 다 같이 

으쌰으쌰한 놈년들끼리

와서 나 안껴주더라고.


힝...

쓸쓸한 동양인은 그저 모닥불 앞에

쭈그리고 앉아있을 수 밖에 없었어.


춤을 흥겹게 추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나도 발정난 개처럼 헥헥 거리면서

혼자 춤을 춰댔지만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주진 않았어...


'저 쪼꼬미, 통통이 동양인 춤추네?

자식ㅋ 귀엽네ㅋ'


이런 느낌이랄까?

그 이후로 내 자신감은 떨어져갔고

소외감으로 인해 다시는 일어서서 

춤을 출 수가 없었어.



모닥불에 얼마나 앉아있었던지

맥주가 따끈따근해짐...

발효되겠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너무도 쓸쓸했어.

갓 전학 온 학생에게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아서

친구없이 혼자 학교 다니는 느낌이랄까?


소매에서 눈물을 훔치고

고개를 숙이며 걸었어.

한 참을 걷고 걸었어.

모두가 즐거운

빠이의 밤거리를 

나 혼자 걸었어.




다음 날, 나는 날이 밝자마자

짐을 꾸리고 다시 치앙마이로 

돌아가고자 했어.

그 전에 든든하게 먹어야지?!

하지만, 이게 독이 될 줄은 몰랐어.

타고왔던 미니밴을 타고 달리던 도중

몸은 기억해내고야 말았어.


죽음의 762커브가 있다는 사실을...

올 때는 앞 자리여서 관성이 좀 덜했는데

갈 때는 맨 뒷자리여서 관성을 최대로 받았어...

매 커브가 고통이었고, 거의 실신하기 직전에

나는 백미러에 비치는 기사 얼굴을 보고 말았지.


침을 흘리며 웃는 얼굴로 

레이싱을 즐기던 그 놈...

다시 그 놈이다...



- 다음 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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