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야기는 태국 방콕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취업에 도전했던 이야기야.


일단은 전 편의 마무리에서

언급했듯이 형들은 T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하자고 했지.


특히, H형은 여행에서 만난 사이지만

자기의 신원을 정확히 밝히고

내 동생 내 동생이라 말 뿐만 아닌 행동으로서

진심으로 챙겨주니까 어느 순간 

조금씩 믿게 되더라고.


여행에서 만난 한국인을

조금은 믿게 된 몇 안돼는 형이지.

"제수씨한테 요리 한 번 대접해야지!

내 동생 여자친구인데!"

라며 H형은 이야기를 꺼냈고

나는 T에게 의사를 물어봤지.


"T, 형들이랑 나랑 한국요리해서 먹을 건데

와서 먹을 생각 있어?"


"당연히 콜이지!

일 끝나고 바로 갈게!

그건 그렇고, 형들이랑 같이 있는건 좋은데

내일이 너 한국어학원 인터뷰인거 잊지마!"


"응, 그건 잘 알고 있지.

내일 아침에 내 집으로 일찍가서 

옷 좀 깔끔하게 입으려고."


"좋아, 근데 그 인터뷰 끝나고

우리는 내 직장동료 집에 축하하러 갈거야.

애 낳았거든."


"어...? 뭐?

우리?!"


"왜? :(

넌 나랑 가길 원하지 않아?

난 내 동료들에게 너 보여주고 싶은데"


"이게 뭔 소리야.

내가 거길 왜가.

그리고 이런 경우에는 같이 가주지 않을래?

라고 부탁하는게 순서 아니냐?

너는 항상 왜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거야?"


"부탁할게~"


"하물며 너랑 친한 친구도 아니고

직장동료가 애 낳은 축하자리를

내가 왜 가야하는지 모르겠어.

나 그 사람 본 적도 없어!

제발 좀 니 인맥자랑에 나 좀 끼워팔지말아줄래?"


"그러면 다시 말할게.

내일 나랑 거기 같이 가줄 수 있니?"


"하... 이게 마지막이다.

더 이상 이런거 같이가달라고 하지마."


"고마워! 니가 최고!!!

이따 봐♡"


진심으로 짜증났지만,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이따가 얼굴 붉히면서 

보기 싫어서 승낙했어.


얘랑은 진심으로 헤어지길 잘한 것 같아.

라인 대화록 읽으면서 쓰다보니 또 빡침.

진짜 내가 만났던 이성친구 중

 Worst 3 안에 들 듯.


어쨌거나, T가 오기 전까지

형들과 나는 무척 분주했어.

한국인의 맛을 담은 리얼 한식을

만들어야했기 때문이지.


6년 동안 자취를 했기 때문에

몸에는 안 좋아도 맛은 좋은 요리를 할 순 있지.

콘도에 있는 빌라마켓에서 김치와 돼지고기

고추장, 참기름 등을 사서

의정부의 대표음식인 부대찌개와

나만의 비법소스로 만든 제육볶음을 

H형과 쉐프놀이를 하며

즐겁게 만들었어.


요리를 완성시킨 후 T를 기다리는 형들.


이윽고, T가 왔고

형들은 반갑게 인사했어.

그리고는 다들 촵촵거리면서

신나게 요리를 먹었지.


태국에서 진짜 한식스러운 한식을 먹으니까

너무 좋더라.

사실 방콕 내에 맛스러운 한식 집은

가격적인 측면에서 너무 부담이 되거든.


우리는 식사를 하며 얘기를 나눴어.

사실 어제 형들의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이유는

마분콩에서 만나기로 했을 때

택시의 승차거부가 장난아니었데.


대략 1시간 정도를 택시를 잡으려

길바닥에서 서있다가

결국 MRT를 타고 근처에서

형광색 조끼를 입은 랍짱

(오토바이 택시기사)을 이용했는데


가까운 거리에도 불구하고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더래.

그리고 나와 T를 만나고 나서도

라마9에 있는 콘도에 가기까지

극심한 교통체증을 느껴야만 했고

그 와중에 택시기사는 일부로 길을 뺑뺑 돌았다나?


한 날에 여러 개가 터져서

멘붕이 올 수 밖에 없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 날은 어디도 나가고 싶지 않아서

아무 곳도 안 나가고 콘도에서

즐겁게 한식 먹으니까 기분이 좀 풀렸다고 하심.


어쨌거나, 즐거운 저녁식사를 끝내고

T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형들과 건전하게 클럽을 즐겼지.


그리고 다음 날...

대망의 잡 인터뷰날이 왔어.


나는 아침 일찍 집으로 돌아가서

깔끔한 셔츠로 옷을 갈아입고

실롬 근처에 있다는 어느 한국어 학원으로 이동했지.

그리고 T와 함께 학원 안 쪽으로 들어갔어.


그리고는 원장과 만나 가볍게 인사를 하고

정식 인터뷰가 진행됬지.


"J씨는 교육 쪽에 있었네요?

그럼 상당히 가르치는 것은 잘 하시겠네요.

근데,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건 좀 달라요."


"인정합니다. 저도 학원 측의 커리큘럼에 맞춰

더 효율적으로 학생들을 교수하는 방법에 대해

계속적으로 노력해야겠지요."


"품다와 안다의 차이가 뭐에요?"


"예?"


"차이를 한 번 말해보세요"


여기서 멘붕 왔다...

간단한 인터뷰라고 해서 

아무 생각없이 왔건만...

그래도 6년 동안 만났던 전 여자친구분이

국문학과 졸업생이라 

항상 심도있던 국문학 대화를 한 나다!

쥐어짜내라!! 두뇌 풀가동!!!


"음... 품다와 안다는 형태적인 

차이가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를 테면, 품다는 모든 면을 

에워싼 형태라고 말 할 수 있고,

안다는 전체가 아닌 일부분 만을 감싼 상태입니다.

또한, 품다는 생각이나 의도를 

가지고 있을 때도 사용됩니다."


"흠... 그러면 품다와 안다를 이용해서

각각 문장 5개를 만들어보세요"


니미럴...


각각 3개씩 밖에 답변 못했다.

그 짧은 시간에 5개씩 만들라는건 좀 오바 아니냐?

내가 3개씩 답변한 이 후로

원장은 씨익 웃더니 입에 모터단 듯

설명충이 되었지.


아마 인터뷰에서 기선제압하고 

들어가려고 한 것 같은데...

역시 통화 할 때 느꼈던 대로 

전형적인 꼰대가 맞았다...


그렇게 10분여간의 침 튀기는

설명을 듣고 원장은 또 다시 말을 이어나갔어.


"간혹 태국 사람들이 물어볼 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아요.

근데, 우리는 교육자니까 그런 것들이 어렵다고

간과해서는 안 돼!

J씨는 앞으로 어떻게 수업을 진행해나갈 생각이시죠?"


"무엇보다는 학원의 커리큘럼에 

입각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제가 그 동안 학교에서 가르쳤던

교수방법을 동원하여 수업을 통해 

성공경험을 제공하며

스스로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를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아냐~아냐~ 그럴 필요 없어!

우리가 원하는 건 재밌게만 놀아주면 돼."


"예?"


"그냥 연예인처럼 잘 생기던지,

웃기고 재밌게 잘 놀아주면 되는 겁니다.

문법이야 현지 태국선생님들이 설명 할 거고"


이게 뭔 개소리야.

아까까지는 리얼 교육자 코스프레 하더니.


"학원 측에서 원하는 건

잘생기고 재밌는 사람이 선생한다는 입소문이에요.

학원생을 많이 유치 시킬 수 있는!

제 친구 아들 놈이 그걸 아주 잘했지.

누굴 가르쳐본 적도 없는 놈인데

백수인게 불쌍해서 친구한테 여기 보내게 해서

일 시켰더니 아주 잘하더라고?!


그 다음부터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난리가 나서

수강생이 두 배로 늘었어!

J씨도 만약에 일을 시작할거면

잘 놀아준다는 생각으로 하라고!"


이 때 속마음은 이 원장 놈 

뚝빼기 깨고 싶었는데

나도 일은 구해야되니까

참고 페이얘기를 해봤어.


"페이는 어떻게 되나요?

혹시, 나중에 정규직으로 전환해서

워킹비자도 나오게 되나요?"


"아~ 페이는 시간당인데

좀 적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아무래도 지금 원생이 많이 없어서

수업도 많이 없고...

능력있게 일 잘하고 사정 좀 나아지면

바로 워킹비자 내주지!"


얘기들어보니까 일주일에 4~5번 

정도 수업을 진행하는데

그것도 하루 2시간 정도다...

정확한 금액은 기억이 안나지만

한 달에 20만원 중반 쯤 나왔던 것 같아.


그 정도 돈이면 차비하다 끝나겠다

이 양반아!!


그리고 딱 이렇게 말하는 거 보니까

3개월 여행자 신분으로

신나게 이용해먹고 알아서 비자런하고

계속 일하던지 한국으로 돌아가던지 말 할게

200% 뻔해보였기 때문에 인터뷰 이 후에

시작날짜 잡아서 바로 연락준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그냥 번호 차단했어.


학원강사라 할 지라도

투철한 사명감 가지고 일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가끔 이런 사람보고 나는 실망을 많이 해.

학생을 돈벌이 그 자체로 보는 놈들이

제일 역겨워.


뭐, 이제 나도 교육자 아니라서

뭐라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이 때 생각하며 글 쓰다 보니

갑자기 씁쓸해짐.

오늘은 여기까지 씀.


담 편에서 보장!



내 친구와 같이 간 파주 노가다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휴일을 맞게 되었지.



일주일 중 6일을 일하고 맞는

금쪽같은 일요일은 어떻게 보냈냐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공복에 헬스 조졌지!

오랜 만에 맛보는 휴일에 왠 운동이냐고

그럴 시간 있으면 잠이나 더 자라고

많은 노가다인들이 뭐라하지만

이게 내 행복 중 하나인걸...


내 철칙 중 하나가

'노가다 업무 외 시간에는

품격을 지키자'거든.


나 스스로 관리를 하며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다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함.

아무 생각없이 그 날 번 돈 그 날 술 마시면서

다 써버리는 그런 삶은 

살고 싶지 않거든.



아파트 헬스장이지만 있을 건 다 있어!

조그만한 GX룸도 있어서

거기서 혼자 매트랑 덤벨 깔고

크로스핏 해주면 잠시나마 이 곳에서 사는

자기관리 잘 하는 부자가 된 것처럼 느껴져.

돈 벌어서 나중에 이런 곳에 살고 싶다...


운동을 마친 후 나는 자고있는

친구O녀석을 깨워서 

식사를 하러 가야만 했어.


일을 하지 않는 휴일에는 

식당에 갈 일이 없고

거리도 상당히 멀어서

 꽁짜 밥을 먹을 수가 없거든.

그래서 우리는 나가서 사먹어야만 했고

온 김에 맛난 음식을 먹으러 가기로 했어.


오랜 만에 수염도 깎고

왁스도 바르고 사람답게 꾸며봤어

오늘 우리가 갈 곳은

사람이 많이 있는 곳이거든.

거기에서까지 노가다 포스를 풍기긴 싫엉.


우리는 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갔는데

40분 정도 기다렸지만

버스가 오지 않았어...

도시는 완전 신도시인데

배차간격은 거의 시골급이야...

심지어 택시조차 없고, 그나마 몇 대 보이는 택시도

거의 서질 않았어.


오늘에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파주 문산읍은 콜택시를 부르면 

콜비용으로 천 원이 더 붙기 때문에

카카오택시나 길거리 택시를 잡기 힘들데.


하는 수 없이 친구와 나는

뚜벅뚜벅 1.8Km를 칼바람을 

맞으며 걸어가야만 했어.

그렇게 해서 겨우겨우 우리가 도착한 곳은?!


파주 문산 홈플러스 2층에 있는 애슐리야!

애슐리W도 아니고 퀸즈도 아닌

그냥 애슐리 클래식이지만

퀄리티는 나쁘지 않았어!


갈릭갈릭 페스티발이라고 해서

어떨까 미리 검색해보고 갔는데

후기들이... 똥망이었어.

하지만, 맨날 함바식당에서 

똑같은 로테이션 메뉴만 먹다가

서양 음식을 먹으니까 엄청 맛있게 느껴졌엉!


그래도 이건 정말 아니었어.

애슐리 시스템이 바뀌어서

피자 같은 거 주문 할 때

번호표를 통 안에 넣으면 만들어서 가져다 주는데

정말 핵똥맛이었어.


이거 먹고 일 끝날 때 피자헛 무한리필

무조건 다시가자고 친구와 다짐했지.

이렇게 먹고 들어와서 쉬며 우리의

일요일은 빠르게 지나갔어.


그리고 월요일인 오늘!

사건이 터지고 말았어!!


어느 때와 다르지 않게 -8의 새벽추위에

벌벌 떨며 출근하고 일을 시작했는데

팀장이 자꾸 뭔가 갈구려고 하는 거야.


일 빡시게 잘하는데 자꾸 보채질 않나,

옷 따듯하게 입은 거 가지고

그래가지고 움직일 수 있겠냐등등 

자꾸 뭐라하는 둥...

점점 날 짜증나게 만드는거야.


그래서 나도 열받아서

내가 '요것도 해요?'를 '요것도?' 줄여서 말했더니

기분 나쁘게 머리 툭 치면서

나이 운운하며 어른한테 

반말하냐고 개소리하는 거야.

나이 6살 차이 밖에 안 나는데 왠 꼰대질이지?


다른 공정가면 40~50아저씨들한테도

형이라 부르면서 일 못하면 나도 뭐라하는데

6살 더 먹었다고 어른 소리 받을라고 하네.

내가 여기 일하러 왔지, 

어른 대접해주려고 왔나 생각이 들더라.


정말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처음 일하러 온 친구 생각하며 일단은 참았어.

그 이후에 다 닳은 목장갑으로

작업하다가 미끄러져서 잘 안됬었는데

팀장놈은 보다가 또 뭐라고 하면서

미끄러지지 않는 비싼 장갑을 끼고 자기가 하더니

또 일 못한다고 뭐라고 하는 거야.


"그거 비싼 장갑이잖아요.

안 미끄러지는 장갑인데요?"


말하니까 아니라고 하면서 또 어른한테 

말대꾸 하지말라고 뭐라고 하더라.

나도 그 장갑으로 작업해봐서

안 미끄러지는거 알아요...


이 때 또 한 번 성격 터질 뻔 했지만

딱 세 번까지만 참기로 했어.

친구한테는 오늘 안에 성격 터져서 

하이바 집어던지고 때려칠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 

알아두라고 전달해놓았어.


안 그래도 팀장새끼가 오기 전에 잔업 많고, 

공정 안에서 작업 한다고 속인 것 때문에

매일 스트레스 받고 있었지.

헬스 할 수 있다는 하나로 모든 걸 다 참고 하려는데

긁어대니까 몇 배로 폭발할 것 같았어.


아, 참고로 말하자면

팀장이 그렇게 안 속였다면 10만 5천원이라는

적은 단가에 밖에서 벌벌 떨면서 

강도 높은 이 일을

아무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구라를 친 거겠지.

다른 동생들도 속아서 왔다더라.


엎드려 절하면서 일해달라고 해도 모자를 지경인데

뭐가 잘났다고 이런 식으로 대우하지?

그러다가 드디어 사건이 터졌어.

같이 일하는 25살 동생의 실수로

5톤짜리 물건을 잘못된 위치에 놓아서

바닥이 꺼진거야.


곧 안전관리자들과 소장급 사람들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왔고

팀장은 허둥대기 시작했어.

그리고는 우리한테 화를 내기 시작했어.


"너네 때문에 대형사고 일어난 거 아니야?!

그러면 빨리 빨리 움직여야 할 것 아니야!

J, 너 그 패딩 아직도 입고 있냐?!

그거 입고 빨리빨리 움직일 수 있겠어? 엉?"


"그 사고 칠 때 저 없었는데요...?"


"그건 아는데! 그래도 빨리빨리하는 모습

보여줘야 할 것 아니야?!

패딩 좀 벗고!"


하... 얘는 무슨 패딩귀신이 달렸나...

뭐 내 패딩만 보면 뭐라그래.

그래도 절대 안 벗었지.

창문도 없는데 외부 작업장에서 그 패딩 벗으면

바로 감기걸리는데 미쳤냐...


팀장이 하도 뭐라해서 다른 팀원들까지

정신적으로 멘붕이 온 상태여서 

오히려 수습되기 보단

팀장만 혼자 소리 꽥꽥 돼고 있는 꼴이였어.


팀장은 그것이 더욱 빡쳤는데

갑자기 안전벨트를 풀어헤치더니 

한 대 때릴 것 같이 행동을 더 크게 취했어.

그리고 우리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쌍욕을 했어.


하... 내 인내심은 여기까지였어.

왜 내가 아오지탄광같은 이 곳에 속아들어와서

말도 안되는 노동을 싼 값에 하면서

이런 쌍욕을 들어야 하는가...


그렇게 하이바를 집어던지려고

손을 드는 순간

어디선가 쾅! 하면서 하이바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어.


사건의 장본인인 25살 짜리 막내동생이

발씨! 소리를 내며 나보다 빠르게 집어던진 거였어.

덕분에 나는 하이바를 던질 타이밍을 뺏겨버렸고

내가 할 수 있었던 거라곤

그 동생이 나가기 전에 내가 먼저

소리치며 나가는 거였어.


"줫 같아서 못해먹겠네!"


그러자 팀장은 동시에 두 명의 팀원이

나가는 걸 보며 황급히 달려왔고

나머지 높은 사람들은 일제히 구경왔어.

막내동생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면서 

팀장이 서라고 말해도 무시하고 나갔어.

팀장은 나에게 잠깐 서보라고 했어.


"니네 왜그러는데?"


"소리만 지르고 욕한다고 됩니까?"


"내는 얼마나 답답하겠나.

이 정도로 했으면 쫌 따라줘야 하는 거 아이가"


"저희가 일 안했나요?

우리 시키는 대로 다 했어요.

안 그래도 정신없어 죽겠는데

소리만 지르시고 그러니까 더 멘붕되고

일 못하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여기 단가 10.5에 잔업 하나 없는 곳에서

이런 빡센 일 하러 오는 사람이 어딨어요?

팀장님이 그러시면 안돼죠~

하물며, 3개월 동안 힘들어도 묵묵하게 했던

저 친구한테는 최소한 그렇게 하시면 안됐어요.


저는 최소한의 매너라도 차리고 싶어서

말없이 도망가지 않고 이렇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저랑 제 친구 여기까지만 할게요."


그리고 친구와 같이 구름과자를 먹고 있는

막내에게 다가가서 잘 소리쳤다고

보듬어주고 있는데

팀장이 막내에게 얘기 좀 하자고 데리고가더라.

그리고 10분 후 나한테 얘기 좀 하자고 하더라.


뭐 뻔하지. 그렇게 하면 안된다부터 시작해서

나 때는 이랬다~ 전형적인 꼰대 설교.

거기에다가 내가 제일 극혐으로 생각하는

돈 보고 그렇게 일 할 생각하면 안된다까지.


개소리 퍼레이드였어.

아니, 현장 2~3일 겪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이동하는 거 이 바닥 사람들 다 아는 거고.

그리고 돈 따라 일하지, 가식적인 의리로 일하나?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팀장 개색히야. 

너같으면 돈 안주는데 일하겠냐?

무논리의 멍청한 소리까지 

듣고 있자니 짜증나더라.


그래도 끝까지 품격은 잃지 않고 말하려고 애썼어.

어차피 끝내는 마당에 더 이상 

나쁘게해서 좋은 것도 없어서

만나서 반가웠고, 오가가다 마주치면

또 반갑게 인사하자고. 잘 지내라고.

그래도 매너있게 말했지.


물론, 돈 제때 안줄까봐 그런게 99%임.



친구와 파주 엘지 변전소 일을 마치며

마지막으로 사진 하나 남겼어.

이 곳은 아오지 탄광 그 자체였어...

이젠 안녕.


아... 이번 달 못해도 

100만원은 더 벌어야하는데

태국가서 맛있는 거라도 먹는데

이젠 어쩌지?

모르겠다 일단 집에 가장...


그 동안 애쓴 친구와 

다정하게 사진 한 컷.

이제 약속 지키러 가야지!

피자헛♡



드디어 내 에피소드도 점점 끝나가고 있네ㅠ

이제 내가 태국에서 4개월 살았던

마지막 에피소드만 남았어.



이 날은 태국여자 T의 서울추석여행의 

마지막이자 귀국날이었고

아침일찍 공항으로 출발해야만 했었기 때문에

아침 6시 반 쯤에 일어난 것 같아.

매우 피곤했음...



매일같이 늦게자고, 늦게 일어나서

일찍 일어나는 건 적응이 잘 안되지만

그래도 비행기 태워보내려면 일어나야지.

별 수 없잖아?




우리는 집을 나와서 택시를 탔어.

캐리어도 있고, T의 선물용 짐도 많아서

비싸지만 그냥 탐.

맨날 택시 탈 때마다

택시기사분들마다 T의 국적이 어딘지 물어보곤 해.


나는 그 때마다 어디나라 사람같냐고

되물어보지만 90%의 답변은

중국인 같다고 하더라.

포청천 닮아서 그런가?

보통적인 태국사람 얼굴은 아님.


우리는 택시에서 내려서

노량진에서 서울역 가는 방면의

지하철을 탔어.

그리고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를

타러 내려갔지.


아침 일찍이라 매우 피곤하다.

얼굴도 매우 부어서

T가 아침부터 엄청 놀려댔던 기억이 나.



서울역에서 공항철도 내려가는 길은 무척 길어.

내려가고 내려가서 거의 맨 아래쪽에 있는 곳이

공항철도 타는 구간이라 보면 돼.



열차를 타기 전에 사진 같이 찍었어.

그러다가 문득, T를 보내고

혼자 돌아와야 하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났어.

공항 갈 때는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갔는데

노량진으로 돌아올 때는 T가 없잖아.

그러면 엄청 휑한 기분이 들 것 같아서

갑자기 우울해짐.



내가 의정부로 바로 안 가고

노량진으로 다시 돌아가는 이유는

빌렸던 친구 집을 청소하고 짐을 정리해서

용달로 의정부로 보내야하기 때문이야.



용달을 보낸 후 나는 개별적으로

스쿠터를 타고 의정부까지 달려야하지.

T를 보내고 할 일이 너무 많다...

그래도 덕분에 9일간 특별한 시간을 보냈으니까

그걸로 만족함.



우울함과는 상반되게

나는 공항철도를 타고 가는 내내 잠들었어.

코까지 골아가면서 말이야.

T는 내가 코를 골 때마다 나를 툭툭 쳤었는데

20번은 친 것 같아.


비염이 좀 심해서

잠들기만 하면 코를 엄청골거든.

그래서 잠들만 하면 툭툭치고

다시 잠들만 하면 또 치고를 반복하면서

결국에는 잠 자는 것을 포기했어.



우리는 마침내 인천공항에 도착했고,

티켓을 발권하러 갔어.

근데, 재미있는게 있더라고?


Samsung Galuxy note7 is NOT allowed.

삼성 갤력시 노트7은 반입 안된다는 경고문!

이 때 당시 노트7이 터졌었잖아.

그래서 전 세계 공항에서 이런 경고문이 붙었다는데

실제로 보긴 처음이었어.

이게 무슨 망신인지 싶었징.



T와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고

우리는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곧 보자고 인사를 했지.

T는 점점 출국장을 향해서 점점 멀어져갔고,

나는 가는 T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어.



이윽고, T는 출국장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나에게 손을 흔들었고

나도 손을 흔들며 그렇게 우리는 

다시 떨어지게 되었지.



만났다 헤어지고를 반복하다보니

그 때 당시는 무척 괜찮았어.

물론, 그 순간 헤어짐이 

실감나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이내 T가 보고파서 

언제 다시 우울해질까 그게 걱정됐어.



나는 쓸쓸히 다시 공항철도를 타고

노량진으로 와서 짐을 하나 둘씩 정리하며

집을 청소했지.

근데, 뭐 이렇게 T와의 흔적이 눈에 보이냐...

치우다 보니까 급 우울해지더라.


그래서 더 있다간 우울감에 휩싸일 것 같아서

용달부터 불렀어.

그리고 짐을 싣고 나도 스쿠터를 타고 의정부로 떠났지.



집에 도착한 이후

부모님은 T와의 여행에 대해 물어봤고

나도 사진을 보여주며

이런저런 여행을 했던 얘기를 해드렸지.



얘기를 듣다가 어머니가 말씀을 꺼냈어.

내가 태국여자를 만난다는 말에 

처음엔 속으로 국제결혼 반대하셨는데,

이제는 그냥 내가 좋으면 상관없다고 하시더라.



근데, 막상 당사자는 결혼은 꿈에도 생각 안하는데

왜 결혼 얘기부터 하실까? -_-;

지금 능력도 없어서 그런 건 꿈에도 못 꾸고

앵간해선 결혼 안하고 살고 싶은데...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세상에

가장이라는 책임감으로 

일하는 기계가 되기 싫거든...



자식 보는 기쁨이란 게 있다고는 하지만

최소한 남들이 해주는 만큼

자식이 원하는 걸 해줘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능력이 안되면 애 없는게 낫다고 생각해.



좋게 말하면 자유로운 연애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고

나쁘게 말하면 노총각이지 뭐.



잠깐 태국 결혼문화에 대해서 말하자면

태국에서 신솟이란 문화가 있어.

신솟이란 신랑이 신부측에게 결혼 할 때 주는 비용이야.



그래서  T에게 신솟이란 태국의 문화에

대한 것도 물어봤어.


"T, 신솟이란거 태국에 있다며?

신부 쪽에 내야하는 지참금"


"응 그런 거 있지."


"내가 너랑 결혼하다고 하면

그거 내야 하는 거야?"


"응, 내야할 껄

그게 다른 사람들한테도

보여주는 식이라서

많으면 많을수록 자랑할 수 있는거야."


"듣자하니까 보통적으로 2000~3000만원 한다며?

나는 그걸 낼 돈도 없고,

돈 있어도 내고 싶지 않아.

그냥 그게 신부를 돈 주고 사는 개념이잖아.

너네 나라 문화라 존중은 해주겠지만

결혼이란건 당사자끼리 좋아서 하는 건데

내가 왜 너네 집안에 돈을 주고 너를 데려와야 해?"


"우윽 -_-

그런게 아니라 직위나 가문같은 거를

보여주는 거지.

그리고 요즘은 안받는 사람들도 있고

보여주기용으로 줬다 돌려주기도 해."



"너네 부모님은 돌려줄 것 같아?"



"아닐 것 같은데"



"그럼 나중에 혹시라도 너네 부모님이 신솟얘기하면

한 번 받고 평생 돈 안받을래요?

아니면 평생 용돈 받으면서 살래요?라고 물어봐

물론, 신솟있는 결혼은 하지도 않을 거지만."


"할 말이 없다...-_-"


"그럼 다른 사람 찾던가~

난 너한테 누누히 말하잖아.

좋은 사람 있으면 언제든 떠나도 된다고~

신솟 주는 사람 찾아가셈"


"-_- 그게뭐야~!!"


"인생 짧아! 

나는 혼기차서 적당한 사람 찾아

적당적당하게 결혼하는 그런 삶은 살고 싶지 않아.

인생의 여자다 싶은 사람 찾으면 결혼 할 생각은 당연히 있지.

근데, 아직 그런 사람 만나보지도 못했고,

너가 그런 사람이라는 확신도 지금은 전혀 없어.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이 있으면

바로 잡을거야.


그러니까 너도 중간에 이 남자다 싶은 사람이 있으면

바로 나 차버리고 그 사람한테 가도 된다고!

허송세월 보내지 말란 얘기지

친구들 하나 둘 결혼하는 거 보고 부러우면

나 쪼아대지 말고

적당한 사람 찾아서 가도 된다고!"



"알겠다-_-"




나는 T에게 내 결혼관이나 연애관에 대해서

누누히 말해놔.

항상 나는 인생은 짧다고 생각하고 있고

새로운 사랑이 나타나면 떠나도 된다고 생각하는

매정한 사람 중에 한 명이야.



사랑이란건 두 사람이서 하는거니

한 사람의 맘이 바뀌면 

그 사랑은 끝난거라고도 생각해.



하지만, 나는 역설적이게도

한 번 결혼하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배우자 선택에 더 만전을 기하는 것 같아.

일단 내 기준에서 결혼을 한 이상 바람피는 거나

가정에 충실하지 못한 행동은 용납할 수가 없고, 

이혼 또한 용납 할 수 없어.



왜냐하면 내가 결혼을 맘 먹었을 당시에

이 사람과는 평생 살아도

행복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확신했기 때문이지.

문제가 있다면 내 문제이며 고쳐나간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러한 이상한 신념 때문에

결혼을 안하려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ㅜㅜ




다음 편부터는 내가 태국에 가서 4개월 살았던

에피소드를 시작하려고 해.

노가다 일 하는 와중에 틈틈히 쓰는 거라

퀄리티가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볼 사람은 보고, 퀄리티 떨어졌다고 

실망하는 사람은 보지마셈.



담 편에서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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