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야기는 방콕에서 알게 된

친한 형들과 같이 놀며

내 여자친구를 소개해줬던 이야기야.



"J, 이제 돌아왔으니

일자리 구해야지?"


"어~ 안 그래도 막 전화해보려던 참이야.

베트남 가기 전에 

한국어 학원에 메일 보냈었는데

돌아온 다음에 연락 한 번 달라고 하더라고"


"오 진짜? 그러면 전화하고 연락줘!"


그리고나서 한국어 학원에 전화를 해봤지.

전화를 해보니 한국인 원장이 전화를 받았고,

자세한 사항은 만나서 말해보기로 하고

인터뷰 날짜를 잡았어.


"아... 전화 해봤는데

좀 꼰대 스멜이 나는데?

가기 싫어진다..."


"에이~ 직접 만나봐야 아는 거지.

일단 가봐!"


"사실 좀 무서워...

다시 일 시작한다는 게..."


"같이 가줄까?"


"당연한 말을!"


그렇게 태국에서의 

구직활동이 시작되었지.

그 외에도 T는 

내 일자리를 찾아주기 위해서

한국인 원어민을 구하는 학원에 메일을 보내줬어.


하지만, 이 때는 몰랐지.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구직활동이

될 것이란 것을...


여튼, 이렇게 전화를 하고

T에게 Z형과 O형과 방장 형을 보러

이 날 랑짓에 간다고 말했지.

T가 탐탁치 않게 생각했어.


왜 방콕에서 모이지 않냐고!

아리에서 모이라고!

그러면 자기도 갈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와... 이 때 확실히 느꼈어.

얘는 자기 중심적으로 밖에 생각을 못하는 구나...


뭐만 하면 아리, 아리 그러는데

단순히 아리가 좋아서 모이라는게 아니라

자신의 편리성을 위해 나 혹은

다른 사람을 아리로 부르는 거였어...


이 때 조금 빡쳤는데 화는 내지 않고

Z형을 만난 후 대신 영어로 상황을 

설명해달라고 부탁드렸어.

왜냐면 영어를 엄청 잘하시기 때문에...


'우리가 원래 단체로 방장 형과

깐짜나부리 투어를 가기로 했는데

무산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랑짓에 방장 형과

이야기 하러 가야하는데 한국인의 정서상

아랫 사람이 윗 사람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내 영어 수준으로는 

말 할 수 없는 부분들을

시원시원하게 말해주니 

T도 한 방에 승낙하더라!


실제로 깐짜나부리 투어를 가기로 했는데

안 좋게 무산되어서 얘기도 하러 갈 겸

기분도 풀 겸 가는 거였거든.


어쨌건, 랑짓에서 형들이랑 만나서

섭섭한 것도 말하고

그 후에 재미나게 놀던 중

Z형과 H형은 다음 날 방콕에 콘도로

이동하는 김에 내 여자친구인 T를 만나서

저녁이나 같이 한 끼 먹는 게 어떠냐고 했어.


그래서 T에게 말했지.

"내일 나 형들이랑 방콕에 갈건데

여기 형들 만나서 식사 한 끼 같이 할래?"


"좋지!! 나도 궁금했거든!

아리 역 어때?"


이 때 정말 진심으로 빡쳤어.


"야. 너는 뭐만 하면 아리야?

왜 이렇게 이기적이냐?

아까 Z형도 충분히 설명했잖아.

아랫사람이 윗사람 만나러 간다고...

이게 한국적인 정서측면 뿐 만 아니라

그냥 매너적인 측면에서도 너는 이기적이야.


상대방이 얘기 꺼내기 전에도

니 편리성만 생각해서 아리라고 말하냐?!

하물며, 저녁도 형들이 사준다고 하는데 

그럴 염치가 있냐?"


"아니... 난 뭐... 아리가 좋다고 생각했지."


"닥쳐! 이기적인 년아!"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내 울분을 토해냈어.

신사적인 단계를 이미 한 참 넘어서서

난 더 이상 품격을 지킬 수 없었지.


이 날은 이렇게 기분 나쁘게 마무리했고,

어쨌거나, 다음 날이 찾아왔어.

우리는 미리 예약해놓은

라마9에 위치한 방이 

3개 있는 방에 체크인 하러 갔어.


돈은 형들이 낼테니 나는 거기 방 한 칸에서

같이 숙식하래서 흔쾌히 OK했지!


그리고 우리는 짐을 풀고

얘기를 나누다가 볼링 얘기가 나와서

다 같이 볼링을 치러 가기로 했어.

형들은 T를 보고싶어해서

어쩔 수 없이 T에게 올 거냐고 

다시 물어봐야했어.


T는 알겠다고 하고

우리는 시암에 위치한 마분콩 센터에서

6시에 만나기로 했지.

나도 옷을 갈아입기 위해 내 콘도로 돌아갔고

5시 반에 마분콩에서 T와 먼저 만났어.


"J, 여기야!"


"뭐! 왜!"


"미안해, 기분 풀어랑"


"즐!"


T는 그래도 내 기분을 풀기위해 노력했고

나도 점차적으로 빡친 게 풀리기 시작했어.

우리는 마분콩 주위를 배회했고

그러다가 내가 꿈에 그리던 장소를 발견했어!


운동시설과 농구코트야!!

BTS 역 바로 옆에 이런 시설이 있다니!

하지만, 우리 집에서 멀어서 택시타고 오기도 애매하고

BTS 타고 오기도 애매하다...

안타깝지만 포기해야 할 듯...

땀에 범벅이 되어 냄새나는 상태로 

대중교통을 타기 너무 민망할 것 같거든.


형들은 예상보다 좀 늦게 도착했어.

얼굴은 빨갛게 상기된 채로...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일단 형들은 내 여자친구를 보더니

그래도 웃는 표정으로 반갑다고 얘기하더라.


우리는 마분콩에 위치한 볼링센터로 이동했어.

T는 빼고, 1:1:1 개인전 볼링게임을 제안했지.

패자는 게임비 내기였는데,

나는 상당히 볼링에 자신이 있었으므로

한 가지 제안을 더 했지!


"형들, 진 사람이 게임비 포함해서 

저녁까지 사는게 어떨까요?"


"아냐~ 저녁은 형들이 살께~"


"형! 이거 스포츠잖아요.

저는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

저녁 거시죠!"


"그래! 그렇게 말한다면야!

승부다!"


나의 첫 볼링공은 힘차게 굴러갔어.

데굴데굴!!

도랑으로...

어라? 이게 아닌데?

왜 스핀이 안들어가지?


2회차 공도, 3회차 공도

모두 또랑으로 빠졌어.

임용공부를 준비하며 

볼링장에 쏟은 돈만 얼마인데...

내 멋진 야매스핀은 휠 생각을 안 하고

매 번 또랑으로 빠질 뿐이었어.


'하... 오늘 제대로 걸렸구나.

돈 많이 깨지겠구나...'


옆에서 보던 T도 측은하게 

날 바라보고 있는데

이게 더 수치스러웠어.

맨날 운동 잘한다고 

이빨만 털고 다녔는뎅...



그 때, 기적처럼 첫 째 큰 형인 H형이

자꾸만 도랑으로 공을 빠트렸어.

내게 역전의 기회가 찾아왔고,

나는 더 이상 기교를 부리지 않고

직구로만 공을 굴렸지.


10회차 마지막까지 H형은 1개나 2개의

볼링핀밖에 쓰러트리지 못했고

나는 1점 차이로 역전 할 수 있었어.


그 당시 T와 나는 얼싸안으며 기뻐했지.

그러나 돌아서며 씨익 웃는

H형의 얼굴을 보고야말았어.


미묘한 분위기를 눈치챈

H형이 내 가오를 살려주기 위해

눈치 못채게끔 져준거야...

체육과 졸업생으로써 수치스러웠어.


"형! 이건 아니죠!

승부인데, 일부로 져주는게 어딨어요!"


"어? 나 일부로 안 져줬는데?

뭔 소리야! 니가 실력이 좋은거지!

형 집중력 흐트러져서 

막판에 몇 개 못치는거 봤잖아!"


"아... 형! 제가 그 정도도 모르겠어요?!

이건 스포츠맨쉽이 아님요!

볼링비랑 저녁은 제가 삼요!"


"ㄴㄴ 헛소리 그만해!

이건 내가 진거야! 멍청아!

패자는 말이 없이 카운터로 간다."


하... 

이 형은 얼굴도 잘생겼지만

심성은 더 곱네.

아무튼, 너무 감사드렸어.

내 자존심도 지켜주시고, 

주머니 사정도 지켜주시네...


볼링비야 그렇다쳐도 아속에 가서

한식 먹기로 했는데 내가 게임에 져서

그것까지 부담하게 된다면

방콕에서 돈벌이 없이 장기간 사는 나에게 

타격이 클 거라는 것을 알고 그런 것 같다...


다시 한 번 H형의 큰 씀씀이에

감사를 드립니당.


그 후에 우리는 다 같이 

아속으로 이동해서 한식당에 갔지.

그리고는 쌈밥정식과 사이드 메뉴를 시켰어.

많이 안 먹은 척 하지만 

왕성한 식욕을 감출 수 없는 T를 보고

형들은 흐뭇하게 바라보시더라.

그리고는 한 가지 말을 했어.



"J야. 내일 우리 콘도에

제수씨 초대해서 

한국음식 대접해드리자!"





- 다음 편에서 -




오늘은 승전기념탑 주변을 

좀비처럼 배회하며

찍었던 것들과 먹었던 것에 대해서

써보려고 함.



전 편에서 아팠던 T가 걱정되어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연락을 했어.


"오늘 몸은 좀 괜찮아?"


"아니, 지금 병원가는 중이야.

혈액검사해야한데..."


"혈액검사?

결과는 언제 나온데?"


"한 시간이면 나온데"


"괜찮을 거야.

오늘 일은 쉬는거지?"


"아니, 병원 갔다가 일해야지!"


"미친거 아님?

어제 보니까 죽기 직전이더만.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인건가?"


"그래도 가야행..."


"안쓰럽구나...

백수인 참으로 안타까워..."


"너도 빨리 직업구해!

지금 놀지만 말고 영문 이력서도 좀 쓰고!"


"베트남 갔다와서 시작할게.

나 한국에서 일 그만둔지 1달도 안됐어.

좀 봐주라. -_-"


"갔다와서는 진짜 착실하게 준비해라!"


"엉... 그나저나 나 내일 랑짓에서

방장 형이랑 놀다올건데 괜찮지?"


"흠, 내일은 너 만날라고 했는데...

그 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

다음에 만날 때는 오락실가서

철권 같이 하자."


"철권?

너 줏밥이잖아.

나야 뭐 너 뚜드려 패면

스트레스 풀리고 좋지 뭐."


"지는 사람 딱밤 맞는거다."


T와 나는 한국에서 여행했을 당시

우연히 오락실에서 철권을 처음 접했고

그 맛에 빠져 오락실에 갈 때마다 철권을 했어.

서로 버튼을 아무거나 다 눌러서

일방적으로 누가 이기는게 아니라

비등비등해서 더 재밌게 느껴졌던 것 같아.


"그건 그렇고 나 내일 랑짓 갈 때

택시말고 미니밴 한번 타보고 싶은데

어디서 어떻게 타면 돼?"


"그거 승전기념탑가면

미니밴 엄청 많은데 

거기서 물어보면 돼."


"ㅇㅋ"


항상 나는 랑짓에 갈 때마다

택시를 타고 다녔어.

근데, 횟수가 많아지면서 

그 비용이 만만치가 않더라.


택시비는 왕복기준으로 

700바트(24,000원) 정도 드는데

단톡방에 있던 사람들도 하나 둘 귀국해서

혼자 그 비용을 내려니까 도저히 안되겠더라구...

그래서 랑짓을 싸게 갈 수 있는

 새로운 루트를 개척해보려했지.


T와의 대화가 끝나고 

집에서 빈둥빈둥 시간을 때우고 있는데

몸이 너무 찌뿌둥한게

농구가 너무 하고 싶었어.


사실 태국에 가기 전부터

태국농구 도장깨기도 하고 싶었고...

태국애들이랑 같이 땀 흘리면서 으쌰으쌰해서

남자만의 우정을 만들고도 싶었어.


하지만, 사실 태국은 농구를 좋아하는 나라가 아니야.

태국은 축구를 엄청 좋아하는 나라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자국의 축구실력이 너무 쓰레기라

국내 축구팬이라기보다는 

다들 유럽축구를 좋아하는 실정이야.


여담으로 확실하지는 않지만 

태국은 도시마다 주로 좋아하는 팀이 있는 것 같아.

내가 사는 쏘이몰링은 리버풀로 도배가 되어있어.

굴다리나 벽에 낙서도 리버풀,

자동차도 리버풀로 도배했더라구...

여기서 맨유 트레이닝복 입으면

가다가 퍽치기 당할 것 같은 기분이야.


반대로 콘캔지역에 여행갔을 때는

맨유를 엄청 응원하고 좋아했어.

택시 탔을 때 기사랑 말할 건덕지가 없어서

뭣 모르고 리버풀 팬이라고 했다가

'뭐?! 리버풀 팬 따위가 감히 내 차를 타?!'

라는 식으로 말을 하며 얼굴표정 싹 굳더라.

그대로 들이박는 줄 알았네...


여튼, 난 축구를 별로 안 좋아하고 

농구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방콕 내에 코트가 있는지 검색해봤어.


큰 공원에는 농구코트가 있고

농구하는 사람도 꽤 있다고 하더라고?

하지만, 멀어도 너무 멀어!!

택시 값이 더 나오겠어!


그래서 이 날은 주변에 농구코트가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어.

첫 번째로 우리 집 근처에 있는 

다리 밑 작은 공원을 가보기로 했어.


영화에 나오는 마약쟁이들이 나올 법한 분위기의

할렘가 느낌의 공원이어서 무서웠는데

태국 현지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풋살을 하고 있더라고.

자세히 살펴보니 농구골대도 있었어.


하지만, 골대는 넘어가서 바닥에 나뒹굴고 있고

어린 아이들은 어른들이 하는 

풋살경기에 참여 할 수 없어서

넘어간 농구골대를 축구골대삼아서 놀고 있어서

농구를 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다른 곳으로 이동했지.


두 번째 장소는 승전기념탑 주변에 있는

공원으로 갔어.

검색해보니 이름이 싼티팝 파크더라.

저번에도 살짝 얘기한 적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태극권이랑 체조를 주로 해.


싼티팝 파크는 이렇게 작은 호수도 있어.

물론, 똥물이지만...

이 호수를 기점으로 산책로가 만들어져있어서

해질 때 쯤 가면 선선하니 좋더라고.


그늘 벤치에 앉아 여유롭게 책을 읽으면

완전 여유를 제대로 즐길 수 있지.

하지만, 정오시간에 가면 더워서

책이고 뭐고 찢어버리고 싶을 거니까

시간 잘 맞춰서 가셈.


이 공원을 한 바퀴 뺑 둘러봤는데

은근이 커서 대략 10분 넘게 걸린 것 같아.

조사결과 이 공원은 턱걸이 봉이나, 

평행봉 같은 건 있어도

농구골대는 없었어...


하는 수 없이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국물을 닦아내고

저녁을 먹으러 갔지.


승전기념탑까지 왔으니까

세븐일레븐 음식말고

그래도 좀 색다른걸 먹고 싶었어.

그래서 언제나 사람이 몰려있는 

푸드트럭으로 갔지.


매 번 지나칠 때마다

여기는 사람이 와글와글거렸어.

맨날 다른 곳에서 식사하고 나와서 봤던 터라

언젠가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날이 오늘이었어.


이 인기절정의 푸드트럭의 

주된 메뉴는 철판요리였어.

사진을 보고 있자니 군침이 흘러내리더라.

가격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내가 먹었던 건 돼지고기가 

들어간 걸로 95바트(3,100원)하더라.




사진 비주얼은 끝장나는데

실물 비주얼은 누가 개어놓은 구토물같음.

뭐여 이게?! 장난 똥 때리나...

개 밥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비주얼인데?


맛은?

달콤짭쪼롬한 잡채를 철판에 볶아먹는 느낌임.

한 번 쯤은 먹어볼만하지만

두 번은 아니야.

님들도 궁금하면 한 번 잡숴보셈.


양도 빈대떡 정도의 양이라

나에겐 턱없이 부족했어.

한 판을 먹었는데도 여전히 배고프더라...

그래서 갈 때 닭다리 4개 사들고 들어갔엉.


결론은?

닭다리 짱 맛있쪙.

님들도 닭다리 머겅.

두 번 머겅.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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