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 guys!

오랜 만에 생존 신고해.

나는 태국에서 돌아온 지 1주일 만에

후다닥 파주로 일을 들어갔지.

요즘은 어떻게 지내냐고?


한국 집에서 지냈던 거보다

밥이 더 잘나와!

식사도 맛있고

고기도 항상 껴있고!!


태국에서 꿈에 그리던 한식

마음껏 먹게 돼네!

음식 맛도 훌륭하고 가짓 수도 많아서 

참 좋은데... 단점으로는

아침을 안 먹은 걸 점심 때

싸인해서 다른 걸로 못 바꾸게 해...


아무래도 월말에 지들이 

안 한 싸인 대신하면서

돈 떼어먹나봐.

그것말고는 설명 할 길이 없음!

왜냐하면 다른 함바식당들은

못 먹은 끼니를 싸인 받고

상품으로 바꿔주거든...


어쨌거나, 힘들지만

군대에 들어왔다고 생각하고

일 하니까 마음은 편하더라.

나는 이런 모습으로

노동을 하지.

목토시를 마스크 대용으로 사용하곤 하는데

큰 먼지를 걸러준다는 장점과

마스크보다는 숨쉬기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많이 하더라.

나도 경산 노가다 할 때부터

이 복장을 고수해왔어!


아! 참고로 뒤에 공터 같은 배경을 

모자이크 처리한 건

혹여나 모를 보안법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한 거임.

허튼 짓하다가 벌금으로 일한 거 내기 싫음.


일 한지 어느덧 5일 차인데

한국으로 돌아와서 적응 하기도 전에

노가다 일에 투입되니까

신기하게 덜 우울하더라.


역시 생각 할 시간을 주지 않고

몸을 혹사시켜야 우울한 감정 따위는

사치란 걸 알게되는걸까?


밤이면 밤마다

나는 태국에 있는 한 사람을 

그리워하게 되어서 전화 통화를 하곤 해.


주로 영어로 대화를 하는데

다들 오가면서 들었나봐.


다음 날이 되니

"야!! 너 영어 엄청 잘하더라!!

대화를 들어도 뭔 말인지 못 알아듣겠어!!"

라는 감탄을 하시면서 엄지를 치켜세워주시는

형님들이 있어서 뭔가 뿌듯하기도 하고

일하는 데 말 할 거리도 많아서 재밌어.


또 그 동안에 노가다 현장에서

혼났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안 혼나는 노하우를 알게되었어!

일머리가 생긴 건가?


조공(딱깔이)으로 들어왔지만

빠릿빠릿한 액션을 취하니

일 잘한다며 가끔 혼자 작업 보내곤 해.

나름의 뿌듯함을 느끼며 그 시간을 즐기지!

왜냐면 목토시 안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이용해서 음악들으면서 작업하거든!

개꿀맛임!


오늘은 신규자 인솔도 내가 맡았어.

일찍 일어나서 안내해줘야 하는

귀찮은 일이지만

처음 인상이 좋아야하므로

선택권 따윈 없이 그 일을 하게 되었지.


그러더니 점심으로 사제 밥 사준다며

팀장님이 밖으로 데리고 나갔어.


나가는 길에 보이는 편의점.

친구O와 파주에서 같이 일 할 때

혈압 소견서 내고 잠깐 머물렀던 곳이야!

 

친구O 녀석!

기억이나 할라나?

이번에도 일 데려오고 싶었는데

꼭 지금 시기에 추진하고 싶은 일이 

있다며 거절했어.


아쉽긴 하지만, 

자기 인생 자기가 살아야지.


어쨌건 팀장님이 점심으로

사준 사제 밥은?!





바로 자장면이야!

거기에다가 조그마한 탕수육까지!

왠만해선 건설현장 앞에 있는 밥집들은

맛 없을 만도 한데

여기 탕수육은 정말 혼자와서 이과두주랑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더라.


식사를 마친 후

커피까지 사주심.

오랜 만에 노가다 독기 좀 빼고

귀여운 척하고 찍어봄.


그레이트 노가다맨

싸라있눼!


팀장을 비롯한 다른 팀원들도

월급은 아직 안들어왔지만

커피까지 사주니 굉장히 좋은 사람 같아.


어쨌건, 다시 일에 투입!

나는 36살 기술자 형과 같이 일하는데

그 형이 내게 물었어.

"너는 원래 성격이 낙천적이니?"


"아뇨... 원래 비관적이었음요.

남들은 다 되는데, 나는 왜 안될까

죽고싶다 생각 들었는데

노가다 들어오면서 급 행복해짐요."


그레이트 노가다맨 짱짱맨!

몸은 좀 고달퍼도

마음은 여유롭고

일한 정당한 댓가를 받을 수 있는 곳!


요즘에는 야근해도 돈 안주는

기업들도 있잖아.

그런 거에 비하면 잔업 및 야근하면

1.5배부터 2배까지 주는 걸?


다들 잔업 보고 노가다 하는 거지 뭐.

여튼, 담 주는 2배짜리 잔업이라

몸은 고달프겠지만 잘 버텨볼게!

열심히 벌어서 또 태국 가야지!

다들 뿅!


이번 얘기는 친구와 함께 온

파주 노가다 현장에서

처음으로 팀 회식을 한 이야기야.


팀장은 이틀 전, 멤버도 다 모였으니

회식 한 번 갖자고 얘기를 꺼냈어.


그래서 고기를 먹는구나 싶었는데

한 편으로는 먹게되면

'추노하기 힘들어지겠구나' 

생각도 많이 들었지.


여기 팀장은 그 동안 만나왔던 팀장과는 다르게

의리 의리 의리!를 강조하는 사람이야.

사람이 한 번 들어오면 내 사람이고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사람이 나가는 것에 굉장히 예민하고


'한 번 들어오면 끝까지 함께 하는 거다' 

라는 식으로 생각해서

노가다를 프로젝트 형식으로 뛰려는

나에겐 상극이라 할 수 있지.


곤이라는 친구 말에 따르면

개인적인 성향이 짙은 배관과 다르게

모두가 힘든 포설이란 직렬에서는

기공, 조공이랄 것 없이

모두가 가족같은 분위기인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


어쨌든간에 돈도 안돼고

 일도 빡센 이 곳에서

헬스장을 무료로 이용 할 수 있다는

 장점 하나 때문에

일을 계속 하기로 한 이상 회식에 가서 

고기는 먹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고된 일이 끝나고 어제 저녁, 금요일

우리는 스타렉스 차량을 타고

단체로 한 고기집으로 이동했지.


회식장소는 이 곳이야.

무한리필이 아닌 시키는 대로 

돈이 나오는 곳이지.

회식 아니면 언제 이런 곳에 와서 

값 비싼 고기 먹어보겠음.


안에 들어와보니 그래도

가격은 그리 비싸진 않은 편이야.

다이어트 중이지만, 

그래도 먹어야지...

살은 태국가서 빼는 걸로!


팀장 주도 하에

소맥을 타서 먹어댔어.

나는?

일부로 술 못먹는다고 하고 안 먹었어.

술을 좋아하는 내 친구O는 그 동안

술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댔었는데

드디어 술을 먹게되어서 초반부터 엄청 달렸어.


고기 냠냠.

고기 질은 그럭저럭이었어.

무한리필이랑 다른 점이 많이 없더랑.

무한리필 짱짱맨


회식 분위기는 무르익었어.

한 참을 이야기하다가 팀장은 이런 이야기를 했어.


"마, 왜 미국이 선진국인 줄 아나?"


"왜죠?"


"거기는 능력제고, 

공과 사가 확실하기 때문이야!

나도 그렇다!

안에서는 니들 다치면 안돼기 때문에

크게 소리치고 강압적이지만

밖에서는 그냥 친한 동네 형이다!

편하게 해라 마!"


그렇게 말 해서

보통 꼰대들과는 다를 줄 알았는데

술 좀 들어가더니

회식자리에서 술 안 먹는다고 

사회생활 못한다고 뭐라하더라.


뭐, 사람이라면 누구나 간사 할 수 있어...

그럴 수 있어.


개새끼.


그래도 다행히 회식자리에서 

연신 사진만 찍어대는 날 보면서

팀장은 우리 팀 사진을 찍어주는 

고마운 녀석으로 생각했나봐.


"마! 기특하네!

사진 단톡방에 올리래이!!"


"아 예! 뭐 당연한거 아니겠습니까?

하핫..."


사실 블로그에 글 올릴라고

찍은건데, 얻어걸렸군.


회식을 마치고

팀장은 기분이 좋은지

2차로 노래방을 가자고 했어.

모두가 술에 취했고, 

흥에 겨워 즐거워하고 있었어.


하지만, 나는 술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전혀 즐겁지 않았어.

하지만, 겉도는 놈으로 찍혀서 좋을 리 없으니

나도 똑같이 흥에 겨워해야만 했어.


흥에 겨워하는 척은 생각보다 쉬워.

그냥 평상시 하던 나사풀린 행동을 하면 되거든.

그렇게 술에 취한 사람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나도 마치 술을 거하게 마셨다는 듯

싱크를 맞췄지.


그러다가 내가 말도 안되는 드립을 쳤는데

다들 술에 취해서 빵 터진거야.

'어라? 뭐지?

웃을 만한 게 아닌데...?'


상황인 즉슨 어떤 차가 주차를 하려고

방향을 트는데 내가

"비닐 가져와!"

라고 소리친 것 밖에 없어.


우리가 하는 일은 커다란 쳇바퀴 통을 

이동시키는 일을 하는데

이게 5톤이상 나가는 엄청 무거운 물체여서

 방향을 바꿀 때마다 잘 미끄러지라고

바닥에 비닐을 깔거든.


그래서 그냥 일과 연관지어서

아무 생각 없이 

썰렁한 드립을 툭 던졌는데

이게 성공한거야...


팀장은 미친듯이 웃으면서

"비닐 가져와 누구야!

누가 말했어?! J 너야?

야! 이건 줘야한다. 

기깔나는 드립이었다"



만원 받음.

그래서 안 받을라고 하니까

자꾸 넣어두라고 해서 팀장한테

구름과자 뭐드시냐고 물어봤는데


이건 팀 분위기를 돋군 

나의 드립비용이라면서

끝끝내 주머니에 넣어줬어.


이 후로 노래방에 도착했지.

팀장은 막내를 시켜서 돈을 바꿔오라고 하더니

만 원짜리 20개를 종이컵에

꽃아놓는거야.

그리고 한 마디 하더라고.


"오늘 잘 노는 새끼, 이거 가져간다!"


나는 순간 기분이 조금 나빴어.

'내가 무슨 호스트바에서 언니들 

기분 맞춰주는 사람들도 아니고

팀장이란 놈은 돈으로 사람 찍어누르면서 

희열을 느끼는 변태적인 놈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어.



정신 차려보니까

나는 윗 통 벗고 고릴라 댄스를 추고 있었고

평상시 말 한 마디도 안하는 

과묵한 막내녀석은 소화기를 눈알에 대더니 

카메라인양 찍고 있더라.


내 영혼을 팔아 받은 팁은 5만원.

내 소중한 5만원... 힝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이여..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


노래방이 종료된 후 팀장은

분위기 띄우려고 그렇게 한 것도 있지만

동생들 구름과자 값 챙겨주려고 했다고 하더라.

그나마 내가 만났던 팀장 중에서는

가장 인간적인 건 맞는 듯.

그래서 쌈닭인 나도 다른 현장과는 다르게

최대한 안 싸우려고 하고 

예의를 갖추고 일 하고 있긴 해.


노래방이 끝나고 단체 샷.

나는 블로그를 운영하니 

사진은 언제나 내 위주임.


그리고 다같이 숙소에 가서 

잘 준비를 했는데

팀장이 진지한 얼굴로 슥 오더니

잠깐 얘기 좀 하자는 거야.

뭔가 싶었어.


"J야. 사실 형이 술만 먹으면

뭘 좀 먹고 싶어."


"아~ 라면 끓여달라구요?

저 잘 끓임요. 그 정도야 뭐"


"아따, 눈치 한 번 빠르네.

근데... 라면이 없어."


"아...아... 라면이 없군요.

사와야... 하는 거죠?."


"역시 말귀를 잘 알아들어!

고맙데이! 김치랑 종이컵이랑 

퐁퐁이랑 수세미도 사와라!"


"예..."


하... 밤 12시에 추운데 뭔 개고생이냐...

가족 같은 분위기는 무슨...

줫 같은 분위기네.

샹.


담에 만나장.


오늘은 경산 노가다의 날을 보냈던 

시간에 대해 글을 쓰려함.



다들 전에 내가 언급했던

투덜이 아저씨 기억하심?

일도 잘 못하면서 조공들만 

부려먹는 민폐 아저씨?


투덜이 아저씨는 그만둔건 줄 알았는데

하루만 쉬고 바퀴벌레처럼 다시 튀어나왔지.

다행히 한 동안 투덜이와 

그동안 같이 일 할 상황이 없었는데

공교롭게도 내가 일하기로 한 마지막 날을

와 함께 하게되었어.


마지막 날이라 긴장이 풀려 다치지 않도록

특히 신경을 써가면서 일을 했어.

투덜이는 또 위험한 일은 자기가 안하고

나를 시킬거라 생각했거든.


다행스럽게도 오전에는 고소 작업이 아니라

철근에 구멍을 뚫고 잘라 

재료를 만들어 놓는 일을 했어.

그 대로만 계속 간다면 아무 탈 없이

일을 끝 맞출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마지막 날에 다치기 싫어서 

매우 집중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철근에 구멍을 뚫는 쉬운 작업 때마저도

나는 부상을 입고 말았지.


잘려진 쇳조각이 내 바지에 튀었는데

마찰로 인해 뜨거웠기 때문에

바지가 녹으며 살을 데었어.

그래서 이후부터는 모든 행동을 더욱 신경썼고

몇 배로 더 힘들었던 것 같아.



점심시간이 끝나고,

쓰러져있는 막내!

어쩜 저리 요염할까?


내가 여자였으면 이리저리 

휘둘러버리고 싶은 타입의 남자임.

잘 때 엉덩이 조심하라는 말을 

매일 밤마다 했었는데...♡


어쨌든, 꿀같은 점심시간을 보냈고

3시 반까지만 안전하게 버티면

나의 마지막 노가다가 끝날 수 있었어.

토요일은 세시 반에 작업이 종료되니까!


다시 근무가 시작되었을 때

투덜이는 곧 고소작업을 시작해야한다고 말했어

투덜이와 함께하는 작업내용은 20m 위에 있는

파이프 끝에 매달린 스프링쿨러를 

용접으로 고정시키는 일이었어.


 투덜이와 단 둘이

높은 곳에서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짜증이 올라왔지만

그래도 마지막 날이니까 참았지.



투덜이는 시작과 함께 투덜거리며 

작업을 시작했고, 나는 보조했어.

하나 둘 용접작업을 완료해나가는데

갑자기 밑에서 안전관리인이 우리를 부르는 거야.


"지금 작업하려는 파이프

수도 테스트하느라 물이 흐르는 거니까

손상가는 작업하지 마세요"


그러자 투덜이는 말했어.


"우리 서포트 작업만 하는 거에요

뭐 손상가게 안해요~"


"흠... 알겠습니다"


관리인이 수긍했고,

투덜이는 관리인이 잘 들리지 않는 거리로 이동하자

이내 자신의 위축된 모습을 나에게 숨기고자 

뒤늦게 버럭 소리를 지르는 척 했어.


"작업 하지마요? 앙?! 작업 하지마?!

하지 말까?!!!

하란 소리야 말란 소리야 엉?!"


굉장히 없어보였다...

이런 놈과 두 시간 반을 더 일해야 하다니

눈 앞이 깜깜해졌어...

그리고 다시 작업에 들어갔고

투덜이는 나에게 파이프의 

방향이 잘 맞지않는다고 

그 파이프를 살짝 밀고 있으라고 했어.


알겠다고 대답하고 파이프를 미는 순간 

투덜이는 예고도 없이 용접기를 켰고

내 몸은 감전됬어. 

1초 정도 감전됬는데,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억! 소리를 질렀고,

투덜이는 용접기를 껐어.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양 팔로 전기가 시작되서

심장과 뒷머리까지 도달하는게 느껴졌어.


전기가 감전되고나서 나는 3초간 주저앉았고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어.


'발씨, 이 기공색히, 미친거아니야?

물 지나가는데 용접기 물리면 전기 통한다는 건

누구라도 아는데! 기본적인 상식도 없는 놈인가?'


투덜이도 왜 그러냐고 묻고 벙쪄있어서

숨을 헉헉 몰아쉬며 감전됬다고 말하니

미안한지, 잠깐 쉬자고 하는 거야.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니 

곧 현실적으로 생각 할 수 있었어.


'이 덜 떨어진 놈과 같이 하다간

마지막 노동이 마지막 생이 될 수도 있겠어.

그리고 이 순간마저도 탑차를 내리지 않고

20m 상공에서 쉬라고 하는 이 녀석에게 너무 화가 난다.

이 녀석을 핑계로 일을 쉬어보자!

그럴려면 더 아픈 척을 해야겠지?'


그리고는 나는 더욱 더 숨을 몰아쉬었지.

투덜이는 이것만 하고 내려가자고 그 순간 마저도

미친 말을 하더라.


그래서 나는 이 파이프 못 만지겠다고 하니까

자기는 전기 안 올랐다고 개소리를 하길래

형은 두꺼운 용접장갑끼지 않았냐고 하니까


"아 그러네 ㅎㅎ"


이거 미친놈 중에서도 상당히 미친놈이다...

그래서 파이프는 안 만지고 필요한 도구만 집어줬는데

팔을 뻗어 도구를 건네는 순간 

다시 찌릿하며 아까 느낀 팔의 고통이 재발되었어.

다시 한 번 팔을 뻗어도 전기충격같은 느낌이 오면서

다시 팔이 안으로 굽더라.


아픈 척만 하려고 했는데 

진짜 내 몸에 이상이 있는걸 보니까

순간 정말 화가났어.

그래서 탑차 내리라고 소리쳤고,

나 당신이랑 일 못하겠고, 다른 사람 대신 보내겠다고

엄포하고 내려갔는데

눈 앞에 팀장이 있더라.


그래서 바로 팀장한테 가서

여기로 다른 사람 보내라고

나 감전되서 팔이 안펴진다고

일 못하겠다고 빡친 채로 말하니까


그 쓰레기 팀장 놈은

"용접해서 감전 될 일이 없는데?"

라며 개소리를 하는 거야.


그래서 분명 안전관리인이

배수 테스트 때문에 물 지나간다고 경고했는데, 

투덜이가 무시하고 진행했다가 감전됬다고 소리쳤어.

그리고는 난 더이상 일 못하겠으니

알아서 하라고 통보하고 나왔어.


팀장은 투덜이한테 가더니 뭐라하는 것 같았어.

살짝 후련하긴 했는데, 

결국 이 놈도 쓰레기인건 매 한가지야.


쉬면서 인터넷 찾아보니까 

피부가 타는 정도의 감전이 아니면

보상받기 힘들다고 해서

보상받자는 생각은 금방 포기했고

오늘 하루만큼은 잘 넘겨서

안전하게 집에 가자고 생각했지.


근무종료시간까지 약 50분 정도의 시간이 남았길래

일 하기 싫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산책했어.

그러다가 투덜이를 마주쳤는데

팀장에게 혼나고, 자기도 미안했던지

좀 쉬라고 해서 하더라.


잘됐구나 싶어서

그래서 일 정리되는 시간인 3시 20분까지

그냥 앉아서 편안히 쉬다가 다시 돌아갔지.


근데, 3시 반에 마치는게 아니라

5시까지 연장작업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현장 사무소에 감전됬다고 말하고

그 날 잔업 돈까지 받을 수 있게 처리하려고 했는데

잔업은 처리가 안된다고 해서

1시간 반을 더 버텨야만 했어.


내가 이 1시간 반을 더 버틴다면

5만원을 더 벌 수 있기 때문에

기필코 버텨야만 했지.


투덜이는 내게 다가오더니

다시 올라가서 작업을 시작하자고 말하더라.

나는 이 녀석이랑 죽어도 일하기 싫어서

소리치면서 말했어.



"아저씨, 제가 지금 조금 쉬었다고 괜찮아 보이세요?

아저씨 저 기절이라도 했으면 큰 일 나는거에요

저는 오늘 저기 안 올라가고 

여기서 철근에 구멍이나 뚫을라니까

다른 사람 데리고 가쇼!"


투덜이는 아무말도 못하고 

찔찔거리면서 돌아가더라.


그 이후로 나는 편안하게 

5시까지 일을 할 수 있었고,

마지막 날을 안전하게 

마무리 할 수 있었어!


그 동안 썼던 하이바.

이거 쓰면 탈모가 

엄청 빨리 진행된다고 한다.

어쩐지, 머리 감을 때마다 

머리가 숭숭 빠지는 느낌이더라...


지정병원이 저렇게 적혀있는데

저기가면 뭔가 의사랑 짜고쳐서 

보상 못 받을 것 같은 느낌이야.


다행히, 팔은 원래대로 돌아옴.

그래서 오늘 이렇게 글 쓰잖아!



해가 저물며 나의 마지막 노동도 끝이 났어.

공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내가 그만두는 이유?


이 곳은 11만원 받으며 일하는 초보자를 

숙련자처럼 써먹기 때문이야.

경력이 오래된 조공들도 이렇게 시키면 안된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야.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팀장의 쓰레기 같은 인성이야.

돈만 밝히고, 베풀 줄도 모르며

한 사람 한 사람을 

자기의 돈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그딴 팀장 밑에서 더 이상 일하기 싫었어.


또한, 팀장을 중심으로 

기공(숙련자)들끼리 똘똘 뭉쳐서

조공(초보자)들을 노예처럼 부려먹자고 

합의라도 한 듯이 조공을 똥으로 알고 

지네끼리만 쑥덕쑥덕하는게 꼴 보기 싫었어.


사실 기공과 조공의 관계는 파트너여야 하는데

여기는 주인과 노예의 관계로 형성되어 버렸어.

한 팀의 관계가 이렇게 양극화되었으니

일이 하고 싶겠음?


나와 같이 방을 쓰는 사람들은 

모두 팀장과 기공들을 욕했고 

우리는 그 놈들에게 빅 엿을 먹이기로 계획했지.

한 날 한 시에 5명이

동시에 퇴사해버리는 거야!


우리 모두는 전부 합의했어.

팀장의 인성 덕분에 내일 이후부터는 

기공들밖에 남지 않을거고

그러면 공사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겠지.

그러면, 팀장녀석도 책임을 피할 순 없을 거야.


이걸 위해서 우리는 참고 참았었어.

이렇게 조공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실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데

우리를 하나로 단결하게 해준 팀장 놈에게

무한 감사하며

최후의 빅 엿이 성공적으로 먹히길 기원함.





일이 끝나고 시원한 마음으로

막내 녀석과 맥주 한 잔 같이했어.

맥주는 물론, 각자 계산했지.


형이면 사줄 만도 하지 않냐? 

라고 말 할 수도 있는데

결정적으로 월급 받기 전까지는 돈이 없음...


그리고 같은 돈 받으면서 일하는데 

나이가 무슨 소용임.

가끔 딸 아빠 형이 음료수 사준다고 

하는데도 거절했어.


개인적으로 누구한테 

뭐 받기도 싫고 주기도 싫거든.ㅠ

없는 와중이라 그게 더 심해짐.

받으면 줘야하니까...


그리고 막내 놈은 

일하는 동안 얘가 나보다 돈을 더 많이 벌어서

안 사줘도 될 듯.

나는 아파서 몇 일 못 나갔는데

얘는 절름거리면서 나가더라고.

대단한 독종 놈임.



이 날이 우리의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에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아빠 형의 차 청소를

직접 도와주자고 마음을 모았어.




팀장이 기름값이랑 세차비용도 안줘서

이익도 없이 우리를 태워주던 아빠형의 

맘 고생도 심했을 거고

집으로 돌아가면 어린 공주님들이 타야하는데

병균이 득실되는 차를 탈 순 없잖아?



그래서 밥먹기 전에 셀프 세차장으로 이동!

나는 차가 없어서인지 세차장이라고 하면

주유소 옆에 딸린 물세차장밖에 몰랐는데

이렇게 스타일리쉬한 세차장이 있더라고?

완전 감동했어.


 흑인힙합같은 노래도 나오고 

조명도 이뻤던게

차를 사게 된다면 꼭 이런 분위기의 

셀프 세차장을 오자고 다짐했지.


세차비용은 다같이 돈을 나누어내는 훈훈한 스토리였어.

물론, 청소는 차주인인 딸 아빠 형이 땀을 뻘뻘흘리며

제일 열심히 하긴 했지만,

우리 모두 손에 물이랑 먼지묻혀가면서 청소를 도왔음.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식사를 하러갔지.

우리는 영남대에 내렸어.

나이가 어린 대학생 친구들 사이로

떡대 있는 그레이트 노가다 브라더스가 지나가니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더라.


우리 나쁜 사람들 아니에요...

물거나 해치지 않아요...


회식장소는 역시나처럼 그 곳이야.

무한리필이지!!

영남대 청춘을 파는 상회에 

다시 오게 되었어!


퀄리티 있는 사이드 메뉴와

인당 5,500원을 추가하면 

생맥주와 소주 무한리필까지!!


나와 내친구는 고기를 담당하고

술을 좋아하는 막내는 술을 담당하여

돈 아깝지 않게 먹어댔지.

결국, 제한시간인 2시간이 지나버려서

아쉽게 퇴장해야만했어...ㅠ

더 먹었어야하는데...


식사 후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웠던 우리는

피곤하다던 큰 형님을 제외하고

넷이 당구장에 갔지.


나는 딸 아빠 형과 1대1로 당구를 쳤었는데

딸 아빠 형은 당구초보지만,

영업사원이었던 경험을 통해 심리전과

혀를 통해서 고수도 이길 수 있다고 말했어.


게임은 시작되었고

 나의 턴이 돌아와 내가 치려고 할 때마다

내 옆에 착 달라붙어서는

"이 공은 생각보다 쉽지않다?

이번 공은 치기 쉬운 공이야"

같은 말을 남발하며 나의 심리를 흔들어대려고 노력했어.

하지만, 이 형님의 주무기는 심리전이 아니야!


자칭 심리전의 고수라고 하며 

스스로 굉장히 큰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지만

죄송스럽게도 이 형의 무기는

심리전이 아니라 거대한 몸짓이야.

거대한 몸짓으로 옆에 붙어 시야를 가리지.

거대한 몸에 가려 당구대가 안 보이는데 어떻게 침...


만약 그 형보다 나이많은 사람과 당구칠 때 

이렇게 한다면 바로 귓방맹이 날라갈수도...

그래도 자칭 심리전의 달인이니

그렇게 존중해드리는 걸로!


당구를 치고 숙소로 돌아와

맥주를 마지막으로 삶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 했어.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샤워를 하고 짐을 쌌어.

이제는 정말 숙소를 떠나야만 할 시간이 온거야.


형은 가정으로, 막내는 여자친구에게로

우리는?!

우리는 어디로 가지?


"곤아, 우리 이제 어디로 가지?"

"어디로가긴 집에 가야지."

"야 그래도 비싼 돈 들여 여기까지 왔는데

아쉽지 않냐? 여행하러 가자"

"어디로?"


"대구!

그리고 외국인의 시선에서 대구를 느껴보자!

친구들이랑 잉글리쉬 타임 했었는데

꿀잼이었음! 오직 영어만 써야돼!

오늘 하루는 우린 외국인인거야!"


"콜!!"


우리는 빠르게 대구의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했지.

그리고선 홀가분하게 숙소를 벗어났어.


이건 큰 형님이 맥주안주로 드시던 황태인데

많이 남기도하고 해서 인테리어로 자린고비마냥

천장에 걸어놨었어.


나갈 때 다시 한 번 눈에 띄어서

기념으로 사진 한 방 찍었지!



마지막으로 단체사진 한 방 찍고

우리는 훗 날 만나게 될 것을 기약하며

악수를 나눴지.


아! 그리고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딸아빠 형에게 나는 집에 도착한 후에 

개인적으로 선물을 보내기로 했어.

가정 내의 화목함을 증진시키기에

두 말없이 최고의 아이템이지!


이건 태국에서 공수해 온 슈퍼 아이템인데

이 슈퍼 아이템에 대해서는

나중에 공개하도록 할게!



오랜 만에 여행한다고 생각되니

너무 기분이 좋아서 선글라스까지 착용함.

경산에서 대구까지는 

시내버스로 대략 1시간 반 정도 걸린다더라.


친구와 나는 홀가분한 발걸음으로 이동했지.

이 순간부터 우리는 무조건 영어를 써야만 해!

한국말을 쓴다면? 손목 맴매 맞기!!


버스에 타기 전 롯데리아에서 

나는 당당하게 외국인인척하며

영어로 주문하니 직원은 

나를 100% 외국인이라고 생각했나봐.

그래서 너무 뿌듯했어

.

물론, 이 쪽 동네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엄청 많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처음에 내 친구는 부끄러워 했지만,

이내 적응을 마치고 우리는 진짜로 외국인이 되었지.




그레이트 노가다맨은 

지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언제 어디서든 눈만 감으면 

잠들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거 아셈?


그런 면으로나 풍채로나 내 친구녀석은

참 노가다꾼임에 틀림없다.



시간이 걸리고 걸려

이윽고 드디어 대구에 도착했어!

공사장이랑은 공기가 다르다!

이게 값진 노동 후에 꿀 같은 휴식인가?!

우리는 게스트하우스를 찾아서 이동했어.




마침내 게스트하우스를 찾아냈는데

이름은 Go Hostel이야.

가격은 인당 8,900원!

엄청나게 저렴한데 평점은 9.2이더라!


직접 가서 보니

고시원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곳이었고

겉보기를 보아하니 평점 9.2정도는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문을 들어서자 

평점은 오히려 그 이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지.



- 다음 편에서 -

사실, 이 스토리는 어제의 사건이야.

어제와 마찬가지로

나는 돈을 벌기위해

쳇바퀴 같은 일상으로 풍덩 빠져들었지.


6시에 끊어질 듯 한 허리를 부여잡고

고통에 신음하며 아직 받지 않은 돈을

기대하면서 출근을 하였지.


우리가 가는 식당은

일반 김밥천국이라는 식당이야.

근데, 맛이 더럽게 없고

1인당 6,000원까지 사용 할 수 있어.


대부분의 메뉴를 먹어봤지만

항상 실패했어.

그나마 가장 나은 메뉴는

치즈 돈까스와 참치찌게 그리고 라면이야.


그 중에서 내 입 맛에 가장 잘 맞는 건

치즈 돈까스인데

치즈 돈까스만 매일 아침 저녁으로 먹다보니까

몸에 어딘가 이상신호가 생기는 것 같아.


7시에 정도에 도착해서

오전 시간 동안 먹을 물을 뜨며

눈 뜨면 공사장이라는 푸념을 하고

이윽고 현실에 순응해버려.


그리고 7시 15분이 되었을 때

아침 조회를 하지.

이 때, 국민체조도 같이 하는데

항상 할 때마다 작년도 체육 임용시험으로

국민체조가 출제되었다는 기억이 떠올라.


아직도 이런 생각이 드는 건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는

 포기하지 못한 꿈 때문일까?



모두가 자신의 선택으로

돈을 벌러왔지만, 

피곤한 모습은 숨길 수 없는 것 같아.


국민체조가 끝나면 

업체 별로 오늘의 공사내용을 밝히고

주의사항을 알려줘.


그리고 공사현장으로 가서

일을 시작하지.


매일마다 나는 정해진 기공(기술자)와

같이 일을 했는데

어제는 다른 팀의 조공(보조자)가

그만두는 바람에 내가 그 팀으로 잠깐 들어가게 되었어.


그리고, 같이 합숙하는 형(딸 둘을 키운다던)도

나와 같은 팀이 되었어.

그 팀의 기공은 첫 인상부터 별로 좋지않아

내가 투덜이라는 별명을 붙혔는데

정말 그 이미지 그대로 언제나

투덜투덜거려.


하지만, 투덜거리는데 반해 실질적으로

일을 잘 못하기 때문에

언제나 쓰레기 같은 팀장에게 혼나.


같은 팀으로 선정되었을 때

오늘 하루 짜증 좀 나겠구나 직감했지.


내가 하는 일은 소방배관인데

주로 소방 파이프를 천정에 고정시키는 일을 해.

탑차에 소방 파이프를 얹은 채로

12m정도 상승해서 다른 파이프와 연결하고 고정시키지.


투덜이는 시작부터 투덜투덜거렸어.

오늘 좀 고생하겠다는 둥

파이프 구멍위치가 이상하다는 둥

부정적 기운이 가득한 사람이 옆에 있으니까

덩달아 나도 짜증나더라.


다행히, 나와 같이 숙식하는 형님은

이러한 일에 대해 빠삭한 편이라

아직 서툰 나에게 이것저것 알려줬어.

그리고 기공의 투덜거림을 듣고

실력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하나하나 근거를 들어

설명해줬지.


잠깐 같이 숙식하는 그 형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가족 하나를 위한 마음으로

몸이 아파도 딸을 생각하며 꼬박꼬박

출근하는 형이야.


전 날에 심하게 감기가 걸려서

응급실가서 링거 맞고 왔는데도 

이 날 출근했을 정도라면 말 다 했지.


여튼, 아침부터 작업을 하는데

투덜이 기공은 실질적으로 

 할 줄 아는게 아무것도 없더라.


심지어 탑차 운전조차 내가 하거나

숙식하는 형이 했어.

그러다가 숙식하는 형이

빼액 소리를 지르면서 투덜이한테

쌍욕을 하게 됬는데


그 원인은 바로 탑차였어.

탑차를 높이 상승시킨 후

이동하는 것은 금지되어있어.


가끔 고장난 탑차는 상승한 상태로

앞 뒤로 움직이더라고.

이거 엄청나게 위험한 행위야.

그대로 탑차가 넘어갈 수도 있고

다친다해도 기능미숙으로 보상 받을 수 없어.


투덜이는 상승한 채 올려라 내려라 움직여라

왜 내리냐 어쩔거냐 등등 속사포로

투덜투덜거리기 시작했고

아픈 상태인 형님은 전부터 투덜이의 투덜거림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지

쌍욕을 하더라고.


그 이후로 투덜이는 조용해졌고

그대로 오전 시간은 종료되었어.

그리고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 시간이 시작되었지.


투덜이의 투덜거림은 다시 시작지만,

그래도 한 번 그 형님이 소리지른 터라

빈도와 음량이 상당히 줄어있었어.


일 하기는 굉장히 편해졌지만,

문제는 투덜이 자체가 일을 못한다는 거였어.

기술자가 탑 차를 운전 못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높은 곳도 못 올라간다는 거야.

이게 무슨 기술자야.


 높은 곳 작업과 같이 위험하고 

정밀해야하는 작업을

기술자들이 해야하는거고

그러라고 비싼 돈 주고 걔네를 쓰는건데


기술자들이 해야하는 일을 자기가 못해서

초보자로 들어온 우리에게 시키는게 말이 돼?!

임금은 거의 2배 차이 나는데 말야.


이것 뿐만이 아니라 땅에서 하는 일도 못했어.

대부분의 배관사들이 파이프의 길이를 재고

잘라서 고정시키는 것을 한 번에 끝내는데


투덜이는 길이를 재고 자르면 

항상 길이가 맞지 않아서

똑같은 일을 두번 세번하게 하더라고...


이 쯤되자 숙식하는 형님은

열이 많이 받았는지

대놓고 투덜이를 무시하며 가르쳐댔어.


"이렇게 하시면 안돼죠.

저 쪽 부분 길이 빼신거 맞아요?

안 뺐네 안 뺐어.

딱 그 길이만큼 안 맞네요.

저리 비켜봐요, 제가 그냥 할게요"


투덜이는 삔뚜가 많이 상한 듯 보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

나는 어땠냐고?!


투덜이의 말투가 굉장히

싸가지 없어서 싫어하던 차에

똑같은 일 계속 반복하게 만드니까 짜증났지!

그래도 티는 안 냈어.

투덜이와 단 둘이 탑차를 타기 전까지만 해도...


숙식하는 형님은 몸이 너무 아파 잠깐

아래에서 서포트해주겠다고 해서

나와 투덜이가 단 둘이 탑차에 올라

작업을 하게 되었지.


15m에 올라 소방 파이프를 수직으로

고정시켜놓는 일이었는데

파이프 렌치로 파이프를 조이는 것이

굉장히 힘이 드는 일이어서

조일 때마다 '후우! 후우!'

소리를 내며 하고 있었어.


근데, "이것도 힘드냐?"라는 한 마디에

울컥해서 나도 빵 터졌지.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하늘만 쳐다본 주제에

기공이라고 입 만 살아서

한다는 소리가 그거야?


"발씨, 그럼 삼촌이 하세요!"

하니까 투덜이가 움찔거리더니

입 닫고 있더라고.


가만히 있어서 나는 성격 좋아보일 줄 알았나본데,

완전 반대지. 쌈닭임.

개인적으로 가만히 있는 때

 만만한 줄 알고 똥으로 보는 녀석들이

정말 싫다.



그 다음부터 투덜이는 

삔뚜가 완전히 상했는지

모든 일을 말로 시키기만 했고,

기술이 필요한 모든 일들은 우리에게 시켰어.


그 날 기공(기술자) 체험했지.


가관이었던건, 높은 곳에서 안전장치 하나에

의지한 채 발 디딜 곳 조차 제대로 없는 곳에서

설치하는 작업을 우리한테 맡기고

투덜이는 아래에서 핸드폰 하고 있더라.




하도 열받아서 어이없어서

이 또라이 놈 사진 찍어놓음.

나중에 싸우게 되면 

증거자료로 윗선에 제출할라고.


이 외에도 투덜이의 

쓰레기 같은 행보가 많았지만

너무 많아 일일히 나열 할 수가 없다...


아직 일이 서툰 나를 위해

자신이 올라가겠다고 말해준

두 딸의 소중한 아빠인 

숙식형님에게 감사를 표한다.


참고로 기차레일처럼 보이는 게 지상 8m정도야.

많이 높은 높이는 아니지만 떨어지면 무사하지 못하지...

숙식형님은 조그마한 안전고리 하나에 의지한 채

위 쪽 파이프로 더 올라가서 작업을 하는 해야 했는데

보는 내가 더 무서웠어.


나는 저기 기차레일까지만 올라갔는데도

다리가 후덜덜 떨리더라.



일이 끝나고 나는 우리 숙식 멤버들과

걸어나가며 그 형과 함께 

투덜이는 최악이었다고 말하면서 가고 있었어.


"와! 우리 오늘 기공 체험했어.

조공과 기공이 바꼈다.

투덜거림 하나는 기공급으로 잘하던데?

일은 조공보다 못하고~"


근데 옆으로 누가 슉 지나가는데

그 사람이 투덜이였어.

난 사람 뒷담화 하는 거 안 좋아해서

대놓고 뭐라고 하려고 다가갔지만

숙식형님이 말리는 바람에 참았지.


저 사람도 나이가 있고

기공으로써 자존심도 있는데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근데 정작 그 형이 일 할 때

제일 심하게 갈궜다...


그 형이나 나나 

어른들에게 일단 싹싹하게 잘하지만, 

한 번 수틀리면 눈알 뒤집어져서 

앞 뒤 생각 안하는 건 똑같은듯.


하...

평택에 있을 때도 

떽떽이라는 또라이가 있었지만

머나먼 경산까지 와서도 

투덜이라는 또라이가 있는 걸로 봐선

사람 사는 곳엔 언제나 

'또라이의 비율은 일정하게 유지된다'

라는 결론이 나오는구만.


그 중 내가 제일 또라이 일 지도 모르지.

반성함.


그리고 오늘 투덜이는 일 하러 오지 않았어.

만약에 오늘도 투덜이랑 같은 팀하라고 했다면

팀 바꿔달라거나 오늘 일 안한다고 했었을 텐데 다행이다.


소문에 의하면 일 그만뒀다던데

또 이렇게 들어온지 얼마 안되서

다른 사람을 내보내게 되는 건가?

과정이 어떻든 결과가 이렇게 되었으니

일단 반성해봄.


굿 밤들 되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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