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택 고덕에서 방콕가기 

3일 전까지 일을 하려고 마음먹고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어.



그리고 그 3일을 채울 경우

처음 노가다 시작해서

방콕가기 전 목표 공수인 

70공수를 채울 수가 있지.


하지만, 고덕은 역시나처럼 만만하지 않았어.

근 4개월동안 쌓아온 경험과 경력으로

일머리가 생겼기 때문에

맨 처음 노가다를 시작하게 된 고덕에

다시 한 번 일을 하게 된다면

좀 더 쉽게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하지만, 그건 바보같은 생각이었어.

매일같이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점심시간을 제외한 휴식시간 없이 

저녁 8시까지 일하고 

숙소에 돌아와 씻고 빨래널고 잘 준비하면

잠드는 시간은 언제나 11시였어.


5시간 반...

피곤한 육체를 회복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


하지만, 육체적 고통보다 더했던 것은

정신적 문제였어.


언제나 노가다를 들어갈 때면

입대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방콕여행이 10일 남은 시점에서

입대했다고 생각하기가 너무 힘들었어.


'J, 왜 그래!

너 잘해왔잖아. 앞으로 몇 일만 더 참으면

네가 계획했던 공수도 채울 수 있고

노가다 시작 할 때부터 꿈꿔왔던

공항 VIP라운지에서 여유있게 

술 먹는 기쁨이 더 클거야!'


라고 되뇌었지만

점차적으로 반대의 마음이 

더 커져만 갔어.


'아냐, J.

너 여태껏 달려왔잖아.

이 정도로 해왔으면 넌 충분히 쉴 자격이 있어!

그냥 편안히 쉬면서 태국어 공부하고 

조금 쉰다 하더라도

아무도 널 비난 할 사람이 없어!

이제 그만 쉬어!"


 이런 혼란스러운 

정신상태로 일을 했기 때문에

몸은 더욱 더 지쳐가고 있었어.

당연스럽게 면역력은 점점 떨어졌고

 -8도의 새벽 기운에 감기몸살이 걸려

끙끙대며 일어나서 출근준비를 했는데

수 만가지 생각으로 고뇌했어.


'오늘 몸이 좀 안 좋은데 쉬어버릴까?

아냐... 이번 주말까지만...

아니야... 부모님 용돈은 벌고 가야지...

예정대로 출발 3일 전까지 하자...

그치만, 몸이 너무 안 좋은데?

어떡하지?'


해가 뜨기 전 새벽이 자고로 가장 어두운 법!

나는 해가 뜨기 전에 

빛보다 빠른 속도로 퇴사했지.

어둠의 유혹은 무척 달콤했어.

헤헷. 

방콕가서 좀 더 그지처럼 살면 돼는 거잖슴!


도저히 이 마인드와 몸으로는 일을 한다면

분명 다칠 거라는 판단이 섰고

지금도 후회하지 않지.


나는 떠나기 전 같이 입사했던 

기술자 삼촌들에게 먼저 말했어.


"형님, 이런이런 이유로

저는 여기까지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뭐?! 야...

같이 해나가기로 했잖아.

명품조공이라면서

명품조공 없이 일을 어떻게 해...

우리 한 달만 버텨보자..."


"명품조공은 고덕에서 

이미 죽었습니다. 죄송요."


이 형님은 더 빡센 곳도 있었다던 사람인데

정작 들어온지 이틀 째에

아~ 힘든데? 를 연발하며

남 몰래 다른 현장을 알아보더랬지.

난 뒤에서 다 봤음!


그래도 몸 아파서 떠나가야한다니까

일했던 사람들 모두 걱정하면서

건강 먼저 챙기라고 말해준다.

그나마 가장 인간적이고 따듯한 팀이었던듯.


bye bye 고덕.

이제 왠만하면 보지말자.

며칠 일하지도 않고 떠나게 되서

건강검진 진료비와 택시비도

안 남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어.


명품조공이란 타이틀은

여기에 두고 갈게.

그레이트 노가다맨도 잠시만 휴업!

아싸! 이제 신나는 방콕행이당!!


bye bye 얼음장 같던

지옥의 합숙소...

넌 최악이었어.


아, 방금 집에 오니

같이 입사한 기공 형들 중 하나가

나에게 전화오더니

힘들다고 어떡해야하냐고 묻더라.


퐈이팅 하십쇼!

정말 슬프고, 걱정스럽지만

어쩌겠음요.

다들 자기 살 길 찾아가는 거죵.


미안하지만

저는 다 내려놓고 방콕으로 뜨겠슴돵.

인생 마이웨이 아닙니꺼?!


ㅃㅃ


이 날은 태국여자친구 T와 

내가 헤어지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던 날이었어.


그 전까지 얘가 좀 이기적이어도

그냥 투닥투닥 싸우고 말았는데

이 때는 전혀 용서가 안돼더라...


태국에서의 구직활동으로 

한국어 학원에서의 면접을 마치고

약속대로 T와 직장동료의 집으로 갔어.

왜 내가 직장동료가 애를 낳고 

온 가족이 모여있는 자리에 가야하는지 몰랐지만

이왕 가기로 한 거 기분좋게 가고 있었지.


우리는 방문선물로 생수를 사갔는데

500ml짜리 물통이 30개 정도 들어있는 

묶음을 세 개나 샀어.

말도 할 것 없이 엄청 무거웠지...

그래서 택시를 잡고 꽤나 먼 거리를 달렸어.


그 때까진 아직 투닥투닥거리면서

행복하게 택시를 타고 가고 있었지.

하지만 그 때!

기지개를 켜고 있는 내게

T는 손가락으로 무방비인 

내 갈비뼈를 찔렀어.


순간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고

나는 고통에 몸무림치고 있었지.

왠만하면 쌍욕하면서

'발시!! 이게 뭐하는 짓이여?!'

하겠지만, 찔러도 너무 세게 찔렀어.

아파서 화도 나질 않더라...


10분 동안 고통이 가라앉질 않았어.

T도 미안하다고 하길래

화는 났지만, 꾹꾹 눌러참았지.

하지만, 정신적으론 참았지만

육체는 그걸 참지 못했나봐...


난 혈압이 높은 편이라

극심한 운동을 하거나 큰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가 굉장히 아프고 속이 메스껍고

눈 앞이 깜깜해져.


진짜 머리가 터져버릴 듯이 아팠고

속은 토 할 것 같이 울렁거렸어.

자꾸 미안해하는 T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숨만 몰아쉬었지.


"T야. 너가 나 찌른거 장난으로 

한 것도 알고, 

지금 굉장히 미안해하는 것도 아는데

기습적으로 찔린 이 후에 혈압이 많이 올라서

지금 정말 몸이 안 좋거든?

화난 거 아니니까 오해하지말고

말 없어도 좀만 내버려줄래?"


"아니야~ 너 화난 거 맞지?

무슨 혈압이야~

너 아직 젊은데!

화난 거잖아! 그치?!"


"하... 아니라고.

좀만 냅두라고"


"화났네. 화났어~"


"제발 입.닥.쳐.줄.래?"


이렇게 정색을 하고나서야 

T는 입을 다물었어.

직장동료의 집에 가는 시간이

10분 정도 되었는데도

아직도 몸 상태가 별로인거야.

그래서 T에게 말했지.


"정말 미안한데...

나 화난거 아니거든?

근데, 몸이 정말 안 좋아.

그래서 오늘은 인사만 드리고

나 밑에서 쉬어도 돼?"


T는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말했어.

"어~ 맘대로 해~"


"애초에 너 때문에 이렇게 된건데

왜 말을 그렇게 해?"


"내가 뭐?"


"아냐... 됐어...

일단 알겠어"


그리고는 그 직장동료의 집에 도착하니

애 낳은 분의 여동생이 마중나와있더라.

동생 분은 반갑게 인사해주고 

선물로 가져온 물을 낑낑 드는 거야.


그래도 남자 된 도리로써

안 들어줄 수가 없어서

아픈 와중에도 물을 날라주며 말했어.


"만나서 반가워요.^^

정말 죄송하지만, 감기에 걸려 

몸이 너무 좋지않아서

친지 분들께 인사만 드리고

아래 층에 있으려고 합니다.

친지 분들과 갓 태어난 아기한테도 

그게 좋을 것 같구요.

다음에 정식으로 다시 한 번 인사드릴게요!"


그 여동생은 전혀 문제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어.

"오! 괜찮아요!

찾아와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걸요!"


그리고 나는 물을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갔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엄청난 광경이 펼쳐졌어.


집은 생각보다 비좁았고

그 안에 12명의 친지들이 와글와글

축하한다며 앉아있었어.

대략 내가 묶던 콘도에 

방이 하나 더 있는 것 뿐인 

그 사이즈에 말이야...


도대체 이런 자리에까지 내가 왜 와서

인사를 해야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

남편은 서양사람이었는데

아마 이런 문화를 보여주고 싶어서 그랬을까?


하지만, 비좁은 이 집에 가족들끼리

하하호호하는 분위기에서

굳이 내가 와서 어울린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됬고 정말 어색했어.

차라리 몸이 아픈게 다행일 정도로 말야...



그래도 왔으니 젠틀하게 말은 했었어야하므로

서양 남편에게 악수를 청하고 환하게 웃었어.

그리고 최대한 젠틀하게 말했지.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T의 남자친구인데, T가 마르고 닳토록

부인 분을 칭찬하기도 했고,

아이가 태어났다고 해서 

인사 차 잠깐 들렀어요.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죄송스럽게도 사실은 제가 

지금 감기에 걸려 몸이 많이 안좋아서요.

괜히 즐거운 이 자리에 아이와 

여러분께 민폐를 끼칠까봐 두렵습니다.

정말 죄송하지만, 오늘은 아래층에서 

잠시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T와 즐거운 대화 나누시고

저는 다음에 정식으로 

다시 한 번 인사드려도 되겠습니까?"


"아닙니다! 

찾아주셔서 정말 대단히 고맙습니다.

다음에 또 뵙고 다시 한 번 얘기 나눠요^^"


남편은 젠틀하게 대답했고

부인은 통역을 해서

 가족들에게 나를 인사시킨 후

몸이 안 좋아서 먼저 가봐야 될 것 같다는 

말을 전달하니 일제히 

"오~알겠다, 또 보자"라는 사운드를 내며

웃으며 손을 흔들어줬어.


그리고 나는 콘도로비에서

터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눈물을 찔금 흘리면서 고통을 참고 있었지.


와... 이런게 고혈압이구나...

진짜 혈압약 먹어야겠다 싶었어.

이 때 정말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더 나이들어서 이런 거 왔을 때

그대로 뇌출혈 일으켜서 죽는 거 아님...

내년부터는 꼭 혈압약 먹어야지.


어쨌거나, T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는데

위에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나봐.

40분... 50분... 1시간이 되어도 나오지 않아서

아픈 와중에도 문자를 보냈지.


"T야, 나 너무 힘든데

언제 내려오니?

좋은 시간 방해하고 싶지 않은데

더 있다가 오고 싶은거면 괜찮으니

나 먼저 가서 쉬고 있어도 될까?"


이 때 충격적인 답장이 왔어.

"너 내 얼굴에 먹칠했어."


보자마자 나는 순간 얼어붙었고

내 몸에선 뜨거운 것이 올라왔어.

혈압이었던 걸까, 분노였던 걸까...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네.


배신감과 분노, 후회 모든 것이 포함되어있었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지?

내가 무엇 때문에 여기에 오고

아파하고, 집에도 못 가고 있는데...

여자친구라는 사람은 남자친구 아프게 해놓고

걱정은 하지도 않고, 자기 인맥질하느라 바쁘고

그렇게 하고 한다는 소리가

너 내 얼굴에 먹칠했어?


내가 번역을 잘못했을 수도 있어서

영어를 잘 하는 Z형에게 물어봤어.

You make me lose my face

Z형은 '내 얼굴 못들게했어' 

라고 해석이 된다 하더라.


그 길로 나는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서

ATM으로 갔어.

그리고 돈을 인출했지.

T가 나를 위해서 내줬던 내 콘도 보증금값.

14000바트를 바로 인출했고

약국으로 달려가서 바로 혈압약을 먹었어.


그리고 T의 집 앞으로가서

1시간 정도를 기다리니

T의 모습이 서서히 보이더라.


나는 T에게 다가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돈을 얼굴에 던져!

버리고 싶었으나

그냥 젠틀하게 건내줬지.

진짜 T가 눈 앞에 보였을 때

얼굴에 던저버리고 가고 싶었는데

1% 남은 이성으로 겨우겨우

참았던 것 같아.


그리고 마지막은 아름답게 남자는 생각으로

제 정신이 아닌 일그러진 얼굴이었지만

억지로 미소를 만들어보이며

한 마디 했어.


그리고는 그 길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어.


"잘 가라~"



- 다음 편에서 -


이번 편은 태국여자 T와 남이섬에 간 이야기야.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가평 쪽에 예약해논 펜션으로 출발했지.



다행히 비가 안오고 화창한 날씨여서

스쿠터를 타기엔 제격이었어.

날씨도 덥지 않은 선선한 가을날씨에

스쿠터를 타는 것 만큼 좋은 것은 없지.



시원한 바람이 내 겨드랑이를 뽀송뽀송하게

말려주는 기분은

안 타본 사람은 잘 모를거야.




본격적으로 출발.

교통안전수칙은 지켜야겠지?

이 여행을 위해서

헬멧도 하나 더 샀어.

뒷 사람도 헬멧써야하니깐.




내 애마에 대해서 소개를 하자면

모델은 대림 프리윙125cc이야.

스쿠터 중에서 빅 스쿠터에 해당하지만

엔진출력은 낮아서 연비가 안 좋기로 유명하지.

하지만, 그래봤자 스쿠터지.

연비 25는 나오는 것 같아.




가난한 나도 이 정도 기름값은 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내 스쿠터를 타면

뒷 좌석이 높아서 불안해하는데,

오토바이 대국으로 유명한

태국에서 온 T는 그런거 전혀 없다.

뒷자리에 앉으면서도 핸드폰으로 놀고 그래.

신기방기함.




우리는 서울을 빠져나가기 전에

구리 쪽에서 잠깐 내려서

아침 겸 점심식사를 하러갔어.



장소는 애슐리!!




긴 여정이 될 테니, 많이 먹어야했어.

둘 다 배고파서 숨도 안 쉬고 먹었어.

그래서 사진도 이것밖에 없엉...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다시 스쿠터에 올라

기나긴 여정을 다시 떠났지.

도심을 벗어나 가평으로 가는 국도를 타고

경치를 즐기면서 갔어.




중간에 한 번도 안쉬고 

계속 달린 것 같아.

1시간 40분쯤 걸렸을려나?

내리 같은 자세로 진동을 느끼면서 운전하다보니까

손목이 무척 아파서 못 버티겠다 싶을 때 쯤에

우리는 팬션에 도착 할 수 있었어.



중요한 건 팬션 사진이 없어.

어쩌지...

나 가난하지만, 팬션 놀러갔다고 자랑하고 싶었는데

사진이 없으니까 증명 할 수가 없네

수영장도 있는 곳이었는데...



T에게 전화해서 사진 좀 보내달라고 했는데

자기 카메라에 있는데 지금 싱가폴에 놀러왔다고

보낼 수가 없다고 하네.

아쉽다.



나는 아주 싼 가격에 펜션을 예약했어.

하지만, 싼게 비지떡이라고

위치는 꼬불꼬불한 산 속을 한 참 올라가야하는

험한 지형에 위치해 있었고

수영장은 운영을 안했어.



그리고, 이틀 예약시 숯불비용 공짜랬는데

그런것도 다 거짓말이었어.

돈 내야한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뭐라뭐라 했더니 인심 쓴다는 듯이

하루치 숯불만 제공해주겠다고 해놓고

결국엔 숯 불 안줬어.




나중에 악평 쓸거라고 이를 부득부득 갈던 차에

마지막 날 사건이 터지긴 했어.

이 사건에 대해선 추후 쓰도록 할게.

아무튼, 이 순간만큼은 재밌게 놀자고 생각해서

마음 추스리며 짐을 내려놓고 남이섬으로 출발했지.




남이섬 입구에 도착하니

나미나라 아일랜드라고 적혀있더라고.

그리고 티켓사서 들어가는 출입구를

입국심사라고 해놨어.

그래서 사람들이 남이섬을 

'남의 나라 섬'이라고 불렀나보다.

물론, 비싼 가격에 그렇게 부른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이동했어.


태국의 짜오프라야 강을 비난하는 마음은 없지만

한국의 강을 보니 무척 깨끗하고 투명하다.

냄새도 안 난다.



태국에서 수상택시 탔을 때 간간히

튀기는 짜오프라야 강물이 얼굴에 닿을 때면

피부가 타들어가는 고통을 느꼈지.

내게 짜오프라야 강은 염산 그 자체야.



이윽고, 우리는 남이섬에 도착했어.

그리고 지도를 하나 챙겨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지.



큰 나무들이 길을 따라 솟구쳐 있어.

공기도 상쾌하고, 산책로도 이뻤어.



가끔가다 청설모도 보여서

친환경적인 섬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지.

관리를 아주 잘했어.



길을 걷다가 보니 

여러나라 옷을 입은 눈사람과

해당국가의 인삿말이 쓰여있었어.

태국도 있더라고?


태국 동상 밑에는 

사왓디 크랍(안녕하세요)라고 써있어.

헤헤. 나 이제 저정도 글은 읽을 수 있다고!!

여기가 겨울연가 촬영지라 그런지

눈사람이 마스코트인 것 같아.




걷고 걷고, 또 걸으며 느꼈지.

남이섬 무척 넓구나.

걷다가 숨지겠구나.



그래서 자전거 빌렸어.



난생 처음 타보는 이인용 자전거야.

커플들이 아름답게 타는 순간을 상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아.



페달을 둘 중에 한 명이라도 밟지 않으면 잘 안 나가고,

한 사람이 페달 안 밟고 몰래 쉬다 걸리면

다른 사람은 삔뚜가 상해서 싸우게 되는

마법의 자전거거라 볼 수 있지.



가격은 둘이 해서 14,000원

무척 창렬하다.

나는 우리의 배려심과 팀워크를

시험해보기 위해 비쌈에도 불구하고

커플 자전거를 신청했지.



팀워크는 개뿔!

나는 앞 자리에서 페달 열심히 밟아대고 있는데

지 혼자 웃으면서 사진 찍는거 봐.

가끔 내가 뒤 돌아보면

힘든 표정으로 페달 열심히 밟는 척 함.

근데, 왜 자전거는 앞으로 나가질 않는 거니?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남의섬 곳곳을 누볐어.

경치가 무척 아름답더라.

강물에는 가끔 고기도 튀어오르는게 보였어.



그렇게 T가 원하던 남이섬에 오니까

T도 많이 좋아하더라.

그 모습 보면서 흐뭇했어.



서대문 형무소 공포감에 이은 달콤한 남이섬이어서

더욱 그렇게 느낀 것 같다.

역시 매질 후엔 사탕이지!



님들도 남이섬 갈 생각이라면 가기 전에

서대문형무소 먼저 들렸다 가길 추천한다.





슬슬 어두워지니 조명이 켜지더라.

남이섬은 낮 보다 해질 무렵이 더 이쁜 것 같아.

남이섬 갈 사람은 참고하셈.




"T, 우리 언제까지 걸어야 돼?

나 이제 힘든데..."



"좀만 더 둘러보고 싶은데?"



"그러면 정말 미안한데, 

나 여기서 조금만 쉬고 있을게.

혼자서 조금 둘러보고 올래?"



"알겠어! 나 혼자 갔다온다!! 흥칫뿡"



토라진 T는 혼자 주변을 돌아다녔고

나는 벤치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지.

누누히 말했다시피 난 걷는걸 정말 싫어한다.

차라리 뛰면 뛰었지...



T는 '너 없이도 혼자 잘 구경할 수 있어'라는

비장한 표정으로 길을 나섰지만

이윽고 돌아왔어.



"뭐야? 왜 이렇게 금방 와?"


"아 더 이상 못 걷겠어"


"너는 걷는 걸 좋아한다는 애가

나와 비슷한 체력을 가지고 있다?"



나는 그게 우리가 만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T도 두꺼운 다리를 가진 파워형 인간으로써

오래 걷는 행위는 무리가 있을테지...

서로 힘든 지점이 비슷해서 좋음.




"하암~ 피곤하당. 일으켜 줭"


"이제 우리 뭐하러 갈 거야?"


"뭐하긴 바베큐 재료 사서 바베큐 해먹어야지"


"오?! 너가 해주는 거야?"


"당연하지! 한국남자 아이가?!"


그렇다.

바베큐를 굽는 남자만큼 섹시한 남자도 없다.

오늘 밤 포인트는 나의 섹시한 매력이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우리는 이동했어.


남이섬을 나오기 전에 사진 좀 찍고 놀았지!

남이섬 산책로 조명등이 켜지기 

전과 후를 비교해봤어.

역시 해질 무렵이 더 이쁜 것 같아!




우리는 남이섬을 나와 근처에 있는 

하나로 마트로 갔어.

근데 생각보다 고기 값이 

너무 비싸더라고...




국산 돼지고기 값이 장난이 아니었어.

아니면 여행지라 그런가?

여행지에 있는 하나로 마트도 가격이 다른가?




숯불이랑 그릴, 고기랑 쌀, 양념장, 음료수, 라면

펼요한 것만 샀는데도 7만원이 훌쩍나온 것 같아.

더치페이를 해도 비싸다...



인 당 3만 5천원이면 해산물 뷔페 갈 수 있는 돈인데...

물론, 다음 날까지 먹을 요량으로 산 거 지만

생각 이상으로 많이 나왔어.




우리는 숙소로 도착했고

나는 바베큐 준비를 시작했어.




"T, 넌 아무것도 하지마.

그냥 앉아서 섹시한 나의 모습을 감상이나 해"


"오 진짜? 내가 아무것도 안도와줘도 돼?"


"넌 그냥 분위기 있는 음악이나 틀어"


"오 좀 멋진데? 고마워 >_<"





이윽고, 요리는 완성되었지.


아주 먹음직스럽게 구워졌어.

우리는 분위기 있게 술과 함께 바베큐를 곁들였지.



"어디 한 번 먹어볼까? (물컹)

뭐야 이거 익은거야?"


"익었겠지. 원래 야외 바베큐 요리는

그런거 신경쓰는거 아니야"


"쫌 걱정되는데? 안전한거 맞지?"


"야! 나 못 믿냐!

이게 한국 캠핑스타일이여!! 뭣도 모르면서!!

그냥 먹기나 해!"




우리는 분위기 있는 음악을 틀고 술을 마시며

몽환적인 분위기에 한 껏 젖었지.

그 순간 그 어떤 걱정거리도 생각나지 않을 만큼



"행복하다~"


"뭐가?"



"지금 이 순간 말이야.

아름다운 분위기, 별 빛 그리고 너"


"꺄아아아. 몰라>_<"



"우리 이제 들어갈까...?

엌! 잠깐만!!

(꾸르르룩)

이거 뭔가 이상한데?

나 화장실 좀"



"(꾸르르륵)

비켜! 내가 먼저 갈거야!

내가 아까 말했잖아!

덜 익은 것 같다고!!"



T는 나를 밀쳐내고 화장실으로 먼저 달려갔어.



"T, 빨리 열어줘! 나 급해!!"


"아직이야 기다려. 금방 열어줄 생각 없어, 돌아가"


"이렇게 좋은 분위기에서 방 바닥에 똥 퍼지르는 거 보고싶냐?"


"어제 너 나 관에 가둔거 잘못했어? 안 잘못했어?"


"잘... 잘 못했습니다"


"또 그럴거야? 안 그럴거야?"


"안.. 안 그럴게..."


"문 열어주면 냄새 난다고 할 거야? 안 할거야?"


"(뿌닥닥닥) 문 열어! 으아아아악!@%$!@"





다행스럽게도 대참사는 일어나지 않았고,

우리는 몇 번이나 새벽내내 화장실을 왔다갔다했지.

로맨스 따윈 없었어.




미... 미안하다 T...





- 다음 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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